하늘을 나는 소녀
빅토리아 포레스터 지음, 황윤영 옮김, 박희정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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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파라마운트 픽쳐스와 계약을 맺고 시나리오로 쓰기 시작했으나, 이 이야기를 너무나 사랑한 저자가 시나리오 대신 소설로 먼저 완성하기로 마음을 바꾸고 자신의 첫  소설로 발표한 작품.
시나리오 작가인 빅토리아 포레스터의 첫 소설 데뷔작 "하늘을 나는 소녀" 이다.
아름다운 표지가 낯익게 느껴지는 것은 호텔 아프리카로 유명한 만화가 박희정의 작품이기 때문이리라.
 
어려서 공상하기를 꽤나 즐겼던 나는 지금은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냐는듯 건조한 어른이 되었지만, 파란 하늘을 날아다니는 소녀에 대한 환상은 건조한 내 마음을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되돌려주는 듯 하였다.
 
어느 시골 마을의 유난히 신앙심이 깊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여인 베티 매클라우드와 무뚝뚝한 남편 조 매클라우드는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왔으나 25년이나 아기가 없었다. 그런 부부 사이에 갑자기 아이가 생겼단 이야기를 듣고, 부부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4개월만에 태어난 딸을 파이퍼라 이름 붙였다.
 
동네 사람들의 수군거림, 특히나 이웃이자 남의 이야기 하기를 너무 좋아하는 밀리 메이의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더욱 아기를 엄격하게 키웠던 부부였다. 기저귀를 갈던 어느 날 탁자에서 떨어질뻔한 아기가 공중에 붕붕 떠 있는 것을 본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 신의 섭리에 거스르는 딸이 걱정이 되었다. 갈수록 공중에 떠 있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자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집안에서 키우기로 한 것이다.
소녀가 된 파이퍼는 참 남다른 질문도 많이 하고 수다스럽지만, 밝고 구김살없는 아이가 되었다. 하지만, 자꾸 심한 가려움과 압박감이 들어 어느 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나는 연습을 하게 되고 숱한 연습과 마인드 컨트롤 끝에 실제로 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는 파이퍼에게 절대 날지말라고 훈계를 하였다.
 
처음으로 파이퍼가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 앞에 선 어느 날, 파이퍼는 친구를 사귀고 싶었으나 마을의 최고 수다쟁이이자 험담꾼인 밀리 메이가 파이퍼를 머리가 이상한 아이라고 소문내어둔 탓에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결국 야구 시합 중에 화가 난 마음에 파이퍼는 날아올라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 했다.
결과는?
다음날 무수히 많은 매스컴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바람에 파이퍼와 가족은 겁에 질리고, 헬리언 박사라는 아름다운 여성이 에이전트들과 무기로 무장하고 달려와 그들을 구해(?) 내었다. 그리고, 정부의 이름으로 파이퍼를 연구소로 데려갔다.
 
파이퍼같은 아이들이 모여 있고, 그들의 꿈을 이뤄줄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연구소.
그 뛰어난 과학으로 무장된 연구소에는 파이퍼가 생전 처음보는 멋진 생물체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파이퍼를 들뜨게 하였다.
염력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아이, 세상에서 최고로 머리가 좋은 아이, 전기를 일으키고, 해일을 일으킬수도 있는 아이. 처음에는 초능력 만큼이나 배타적이었던 아이들 때문에 곤란을 겪었던 파이퍼지만, 그 특유의 발랄함으로 친구를 사귀고,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하지만, 진정한 어려움은 친구들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혹시 파이퍼의 날아다니는 능력을 이용해 전쟁에 악용하거나 스파이를 만들려는 건 아니었을까?
보통의 영화나 소설들을 보면 초능력이 있는 아이들을 어른들의 이기심에 악용하는 사례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흔히 든 생각이었다. 이 소설 속의 아이들이 겪는 고난은 그와 좀 달랐다. 다르면서도 충분히 비인간적이고 못된 학대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고난이었다.
 
남보다 뛰어난 능력이 있으면서도 그 능력이 주는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만든다는 것.
하지만 정작 본인은 남과 다르다는 것을 몰랐고, 또 남을 괴롭힐 생각도 없는 순진한 어린 아이였다.
단지 남과 다르다는 잣대만으로 아이들을 억압하고, 자신의  시선하에 마음대로 판단하는 것은 그릇된 일이다. 그것이 뛰어난 능력이든 아니면 그냥 다르게 생긴 생김새든 어떻든 간에 다르다는 차이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인 그들을 "인간에 가까운 존재"로 규정하고, 틀에 끼워맞추려는 것은 신의 영역을 벗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분의 글이라서 그랬을까?
눈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그려지는 멋진 장면들도 많았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지나치게 앞서가거나 지나치게 쉽게 수긍하고 동화되는 면을 보이기도 하였다. 만화같기도 하고, 영화같기도 한 그런 장면들 말이다. 그런 잠깐 억지스러운 면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이 소설은 파이퍼의 슬픔을 공감할 수 있으면서 그녀의 순수함과 유쾌함에 동화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파란 하늘을 헤치고 날아다니는 멋진 소녀.
소녀는 보수적이었던 부모도 조금씩 마음을 열게 만들고,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이기적이었던 소년에게도 지식이 아닌 감정이라는 답을 찾게 해준다. 그리고, 그녀가 꿈에 그리던 소중한 친구들도 얻게 된다.
 
내 마음속 상상처럼 파이퍼는 지금도 하늘을 날고 있다. 우리가 어디서 뭘 잘못 하고 있는지..
지나가던 개를 걷어차고 있는건 아닌지.. 누구와 어디 숨어 뽀뽀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파이퍼가 날아다니며 다 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부끄러운 일은 하지 말자.
가장 부끄러운 일은 ..
남과 다른 이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일이다.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보지 않고, 내 잣대로 평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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