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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금지된 비밀일기
리자 아쥐엘로스 지음, 이수지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3월
절판

영화 라붐에서 청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녀로 나왔던 소피 마르소가 사춘기 딸을 둔 엄마로 열연한 영화 . 프랑스를 강타한 이 영화의 감독인 리자 아쥐엘로스가 영화 대본을 바탕으로 새롭게 내놓은 소설이 <엄마에게 금지된 비밀일기>이다. 이 소설은 정말 딸의 일기를 주 내용으로 하여 씌여져있는데, 마지막에는 일기를 읽어본 엄마의 답변같은 편지가 더해진다.
실제 본인이 유명한 배우의 딸이자, 이혼하고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본인의 마음같이 담아낸 소설이자 영화이기에 그 내용이 더욱 와닿는것 같다. 특히나 이 작품을 큰 딸에게 선사한다고 하였는데, 분명 그녀와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큰 몫을 하리라.
비밀 친구에게 속삭이듯, 일기장을 적어내려가는 롤라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고, 또 말 그대로 쇼킹하다. 이혼한 부모님 사이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와 자기가 소원해진 이야기, 또 학교에서 자신을 찬 전 남자친구와 지금 남자친구, 그리고 절친인 여자친구들 이야기까지..
사춘기 소녀답게 정말 그녀의 진지한 고민들은 대부분 한 남자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너무나 잘나고, 멋진 그.
롤라의 입장에서는 "미친 노인네 취급을 받지 않을까 "싶게 보수적인 나로써는 정말 "충격 충격"이었다. 밖에서 보면 한없이 개방적인 프랑스 사회인것 같아도 자기 자식에게는 보수적이고, 개입이 안될수가 없는게 부모 마음인가 보다.
롤라와 그의 친구들은 엄마의 그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 더이상 털어놓으려 하지도 않고, 그저 짐작하고 추측할 따름이었다. 그게 서로의 거리를 멀게 하고, 엄마 없이도 괜찮다 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게 하였고 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통 튀기는 공 같은.. 그러나 엄마에게는 평생 " 내 아기"인 롤라.
딸의 사생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엄마에게 롤라는 일기장 속에서 말한다.
"마치 내 처녀성이 자기 소유인양...이상해. 엄마들이 우리 신체가 아직도 자기네들 거라고 믿고 있는거! 엄마가 나를 오랫동안 수유한건 알아,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엄마, 탯줄을 끊어! "
헉.. 곱디 고운 딸을 기르고, 나중에 정말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얼마나 상처받을까.
나 또한 사춘기를 겪어왔지만, 문화권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정말 통통 튀는 그녀와 사고방식이 달라서인지 내 기준으로는 납득하기 힘든게 참 많았다. 하지만, 나보다 다섯살 어린 사촌 여동생만 해도 어쩐지 그녀와 많이 닮아 있었다.
소설 속 롤라처럼 예쁘고 인기 많은 사촌동생은 항상 이모의 간섭을 귀찮아라 했다.
이모는 전화통을 붙잡고 사는 여동생에게 매일 잔소리하고 나중에는 전화도 못하게 하고..
집에 늦게 들어오면 (실제로 늦게 오는 일이 많았다.) 정말 엄청난 잔소리의 폭격이 이어졌다.
부모님 걱정하실 정도로 늦게 다닌적도 없고, 어른들 보기에는 얌전하게 그냥 학교 집만 왔다갔다한 나와는 세대가 다른건지 성격이 다른건지..암튼 많이도 다른 여동생이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그녀는 참 많이 공감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이던 내가 언니랍시고 하는 조언을 듣던 사촌동생이 "내가 언니랑 같나? 에이~언니는 원래 나랑 다르지.."라며 흘려버릴때도.. 답답은 했지만, 그 동생의 사생활에 더이상 간섭하기도 힘들었다.
다 큰 지금은 누구보다도 잘 살고 있으니, 꼭 나의 기준으로 살아야한다고 강요하기도 힘들달까? 그래도 그녀가 혹시나 잘못될까봐 항상 전전긍긍 조바심내 하던 엄마(나의 이모)를 생각하며 이제는 잔소리가 아니라 나를 위한 울타리였구나 하고 생각해주기를 바랄뿐이다.
그리고, 끝으로 엄마의 편지
아홉달 뱃속에 아기를 키우고,낳고나서는 다시 젖을 한참 물려 키우고,아무리 배가 고파도 아이 먼저 배를 불려주고, 그렇게 사춘기가 될때까지도 항상 걱정하고 안쓰러워하는 엄마의 마음..타고나는 일이 아닌 엄마가 되기 위해 매일 배우고 노력하는 지금의 모습. 진심이 담긴 그녀의 편지에 롤라도 흔들릴수밖에 없다.
아직 사춘기 아이가 아닌 젖먹이 아기를 둔 나인데도 롤라 엄마의 마음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나중에 머리가 굵어졌다고 내 아이가 엄마는 날 이해 못해. 라고 멀리하는 날이 분명히 올텐데..
지금같은 고루하고 보수적인 마음으로 아기를 구속하려 한다면 아들도 힘들어하겠지..
엄마도 노력하는 엄마가 되어 아들을 좀더 이해하려 노력하고..
또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엄마가 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지.
아.. 엄마가 되는 일은 멀고도 험하구나.
우리 엄마도 날 키우는 일이 많이 힘드셨겠지만..
내가 엄마가 되니 갈수록 태산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