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 단 하루의 만남을 위한 4년간의 노래
이채윤 지음, 윤제균.이승연 각본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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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만 18개월된 아들이 하나 있다.

영화 속, 그리고 소설 속 여주인공인 서른살 정혜에게도 18개월된 아들 민우가 있었다.



아기가 어려서 극장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는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기가 나온다는 이야기만 듣고도 아기 엄마로써 꼭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영화 내용을 나중에 책으로 만든 소설이 나와서 다행히 이 책으로 먼저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기와 같은 또래인 아기 이야기라니..그건 미처 몰랐다.



한참 예쁠때다. 얼마나 예쁜 짓을 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엄마에게 완전히 애착이 생겨서 엄마랑 떨어지려고 하지 않을때다.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엄마 곁을 맴돌고, 엄마한테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고.. 영화를 보았어도 그 아기의 사랑스러움이 마구 묻어나왔을텐데.. 장소가 배경이.. 교도소라..사람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자극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발적이거나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 짓게 된 죄 앞에

그들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져 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혜가 민우 손을 잡고 서서 자기 소개를 했다.

"저는 30살 홍정혜입니다. 살인죄로 10년형 선고받았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민우와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하지만 민우는 조만간 저와 헤어져야 합니다.

그래서..그때까지...만이라도 우리 민우 많이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세요."

눈물짓는 엄마를 보자 민우는 엄마의 눈에 대고 입김을 불어주었다. 117p





눈물이 주책맞게 계속 흘러내렸다. 눈물에 콧물에..휴지로 닦아내고 또 닦아내도 자꾸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내 아들이 계속 내 주위를 맴돌며 놀고 있었는데..엄마가 자꾸 책을 보며 우니까..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을 치워내며..내 얼굴에 자기 볼을 부비댄다. 마치 울지 말라는 양..

그리고 관심을 돌리려는 양 자기 장난감을 들고 와.."붕..붕.."하며 놀아달라고 하였다.



아기 앞에서 눈물 보이는게 참 안 좋은 일 같아서 자꾸 닦아 내는데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아기는 자꾸 놀아달라는데, 주책맞은 엄마는 책을 끝까지 읽겠다고 용을 쓰고 있었다. 슬프지만 너무 궁금한 책이었기에..

감옥에서는 아기를 낳아도 18개월이상은 기를 수 없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밖의 가족에게 맡기거나 입양을 보내야하는데, 주인공 정혜는 고아 출신이었고, 피치못한 사정으로 남편을 살해한죄로 들어왔기 때문에 아기를 맡길 가족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입양을 보내게 된것이다.



하모니..

청주 여자 교도소의 재소자 합창단 이름이 하모니였다. 정혜의 간절한 바램을 담아 만들어진 자발적인 합창단. 하모니의 창단과 그리고 4년 후, 또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혜의 이야기가 주축이지만, 지휘를 맡은 문옥과 소프라노를 맡은 유미의 이야기도 주된 줄거리 중 하나였다. 살인범, 사형수.. 연약해보이고, 그리고 심약한 그들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그 단어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내몰았을까? 아프고 또 아픈 소설을 보았다.



소설만으로도 이렇게 아팠는데 영화를 봤으면 아마 더욱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아기를 생으로 떼어놓고, 정신을 놓을 듯 힘겨웠던 정혜를 내가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푸른 수의를 입은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하지만, 정말 나쁜 마음으로 죄를 지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혜나 유미 같은 사람들도 충분히 많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들 중엔 특히나 성범죄와 관련되어서 자기 방어를 하다보니 그렇게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다. 소설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슬프고도 감동적으로 다뤄내었다. 나 또한 앞으로 그들을 바라볼때 조금은 누그러진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혜와 민우를 떠올리면서.. 그들의 슬픔을 다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아프게 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쉽게 내뱉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 어느 교도소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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