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품절


마치 눈에 보이는 듯, 상세하게 거리를 묘사하고 있는 주인공 남자.
집이자 사무실인 곳 주변 거리 풍경을 하나하나 묘사하고 있는 그 모습에.. 마치 나도 그 골목에 들어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처음엔 그저 '제3의 작가'라는 대필작가의 덤덤한 삶 이야기인줄 알았다.
주인공에게 대필을 부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대필을 부탁하는구나 싶었다. 대필이라는게 있는줄은 알았지만, 사실 어느 책을 읽으면서 대필로 쓰인 이야기일거라 생각해본적은 거의 없었다.

그저 유명한 사람들은 글도 이렇게 다 잘 쓰나? 누군가가 써준다고 생각은 미처 못했고, 출판사에서 잘 쓰는 이가 다듬어주거나 교정해주는 정도가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대필을 프리랜서 직업으로 삼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을거라 왜 예상치 못했을까? 그저 표시 안나게 책 속에 조용히 묻혀있어서였을까?

'나'에게 대필을 의뢰한 사람 중에 특별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부탁은 자신의 인생을 글로 쓰되, 마치 소설인것처럼 '나'의 이름을 직접 걸고 출판해달라는 것이었다. 대필 작가였던 나는 다소 당황하였고, 쉽게 승낙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의 죽음을 우연히 알게 되고, 이제는 정말 대필의뢰가 아닌 자신의 일로 소설을 써볼까 하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인생 여정.. 그리고 군데 군데 살짝씩 드러나던 그의 아내의 흔적과 이야기들. 또한 시골에 살때 아내와 함께 길렀던 자식만큼이나 아끼고 사랑했던 개 이야기들이 나온다. 마치 사랑하는 아기처럼 주인공과 아내의 이름을 따서 "태인"이라 이름 붙였던 첫번째 진돗개.
강아지도 사람처럼 특별하게 성격이 있었고, 내성적이었던 성격이었음에도 다른 세마리 강아지를 이기고 나의 바램대로 태인이가 대장이 되었다.

그저 평범한 에세이같은 덤덤한 말투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면 가슴 속에 깊은 우물이 하나 파인다는 정이현 소설가님의 이야기처럼..
정말 먹먹함이 몰려온다. 태인이에 대한 슬픔, 그리고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나에게도 전염되어 오는 것이었다.

아내도 특별한 사람이었지만, 나 또한 특별한 사람이다. 그저 그것을 특별하게 생각지 않고 평범하게 여겨서 그렇지.. 거리에 활보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유난히 수척하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그의 눈에 띄고..그는 그들이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죽은 이를 볼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것.
게다가 죽은 이들은 살았을때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어떤 이는 칫솔을 그리워하고, 어떤 이는 살았을땐 미처 해보지 못했던, 그리움이 채워질때까지 바쁜 걸음을 재촉하여 계속 걷는다.

삶과 죽음, 그리고 과거와 현재, 그의 생각과 현실..
많은 것이 교차하고 있음에도 그 거리의 자연스러움이 너무나 일상과 같아 오히려 놀라워하는 내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작가의 문체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거리낌없다. 그리고 덤덤한듯 태연하게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는 너무나 솔직하면서도 간결하고, 그리고 우리를 순식간에 그의 세계로 이끌어낸다.

그러던 어느날, 죽은 장선생을 만나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고, 거리를 같이 걷고,
너무나 그리워했던.. 아내의 생전 그 말대로..
돌아온 태인이 "몽"을 맞게 된다.

그의 삶에 죽음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이었다.
죽음이란 그저 무서운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하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의 죽음..그리고 그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없음은 덤덤한 주인공에게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으리라.

특별한 이야기를 깔끔하게 다듬어낸 이야기.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아내가 생전에 만들어둔 문패였으나, 주인공은 그 뜻을 알지 못했다. 아홉번의 이사와 아홉번째 강아지 몽.. 그렇다면 두번째 대문이란?
아마도 태인이의 영혼이 다시 돌아오는 두번째 몸이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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