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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박서양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1월

한국인 최초의 양의사 박서양
광혜원, 제중원 등에 대해서는 국사시간에 배웠으나 박서양에 대한 기억은 내게 없었다.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한국 최초의 서양의사가 백정의 아들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새로 알았다. 조선시대에서 가장 천한 직업으로 분류된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그가 겪어야 했던 일들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는지, 그리고 그런 그가 어떻게 신분을 뛰어넘는다 할 수 있었던 서양의학을 공부할 수 있었는지.. 작가의 상상력이 추가가 되었더라도 사실을 어느 정도 기반으로 하여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역사 팩션.
의원의 딸이었던 어머니에게서 박이라는 성을 물려 받고, 상서로운 태양이라는 뜻의 "서양"이라는 이름까지 갖게 되었다. 백정에게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그 이름. 서양은 어머니의 희망이자, 이미 백정에게는 어울리지 않게 백정도 일반 서민도 아닌 어려운 존재로 남게 된 터였다. 아버지 금음산은 서양의 어머니와 작은 아들이 죽자, 서양마저 잃게 될까봐 제중원의 알렌에게 서양을 맡기고 간다. 거두어 키워달라고, 일을 시키든 부려먹든..재주가 있는 녀석이란 말과 함께..
아비는 아들을 버린게 아니었다. 아버지의 거친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서양은 보았다.
백정의 아들 답지않게 하얗고 가녀린 손을 지녔던 서양은 그렇게 알렌의 제중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알렌의 눈에 들어 서양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계급의 한계로 오히려 그 아이를 힘들게 할까봐 걱정하는 통역관 김범석이 있었고, 김범석은 차가운 듯, 하지만 언제나 진심은 따뜻하게 서양의 뒤에 있었다.
태양을 하늘같은 왕 앞에 데려가고, 서양의학을 배우게 해준 알렌은 태양에게는 그저 한없이 존경스러운 모습이자 과학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의 맹목적인 알렌에 대한 존경은 그를 의사가 아닌 자존감 부족한 나약한 인간으로 만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자존감과 진정한 의사로서의 기반을 다지게 해준 스승 강의원과의 만남, 그리고 아베 세이지와의 인연..
반인촌에서 같은 반인들에게 얻어맞는것은 기본이었으나, 천것이라며 제중원 동기들에게도 매일 두드려 맞고, 알렌을 따라 미국에 가려다가 청국공사관에게도 다시 죽을 듯이 맞고..맷집이 뛰어나지도 않은 나약한 그의 몸에 가혹한 시련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그를 양의로 우뚝 서게 해준 소중한 인연들은 이어진다. 처음 글을 가르쳐준 박재우, 의학을 공부하게 해준 알렌, 의사로서의 자존감을 알게 해준 강의원, 일본에 가서 정식으로 공부하게 도와준 아베 세이지, 그리고 그를 어렵게 했으나 결국 지기가 된 조연학, 그의 곁에 뒤에 알게 모르게 계속 엮인.. 김범석 ..그의 사랑 태린..
그리고 그를 백정이 아닌 의사로 만들게 해준 가장 기본은 바로 백정이 아니길 바란 어머니와 어머니의 뜻대로 그를 제중원에 데려다준 ..아버지.
요즘에 sbs에서 드라마 <제중원>을 하고 있다고 하고, 바로 박서양을 실제 모델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
나는 아직 그 드라마를 본적이 없어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이 책과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이 드라마와 같은 내용은 아니라고 하였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혹은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도 이 책은 박서양이라는 인물에 대해 그 분의 생애를 이해하고, 우리가 몰랐던 역사적인 인물을 알게 하는 글이었다.
백정계급의 한계와 역경을 딛고,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의로 우뚝 섰으며, 책에는 50이 넘어서라고 나와있으나 실제로는 33의 나이에 간도에 넘어가 환자를 치료하고 학교를 운영하며 독립운동에 힘썼던 소중한 지성인 박서양. 대한제국의 최후를 지켜봐야 했던 박서양의 일대기와 그리고 어렵게 배웠던 의학지식을 우리나라 독립군을 위해 썼던 그분의 노고에 늦었지만..다시 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