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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 윈드 North Wind
데이비드 디길리오 지음, 최준휘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1월
절판

그래픽 노블이라 알려진 노스 윈드를 읽었다. 만화책인가 싶었지만, 만화책처럼 단순하게 읽히지 않고, 심오한 내용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를 검색해보니, 만화의 한 종류이지만, 소설만큼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는 것이라 한다. 역시 그래서였을까? 단순히 만화책이라고 말하기에는 이 작품에게 많이 마안할 정도로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을 갖고 있었다.
영화 <에이트 빌로우> ABC TC 드라마 <트래블러>의 각본가인 데이비드 디길리오의 최신작이자, 2011년에서 할리우드 영화로 개봉 예정인 작품이라고 하였다. 책을 읽어보니, 투모로우보다 더 스펙터클하고, 남자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그런 영웅 이야기가 펼쳐질것 같았다.
예쁜 그림체의 일본 만화에 익숙했던 지라, 거친 느낌의 미국 만화는 그림체가 잘 적응이 안되곤 하였다. 왜 만화인데 더 허구적으로 예쁘게 묘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거의 영화처럼 있는 그대로의 개성을 살려서 표현하는게 미국 만화의 특징 같았다. 여 주인공인 스카일러의 얼굴에 난 주근깨와 높지 않은 코 등의 외모를 보면 모두가 극찬할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는데도 책에서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라 칭송하니 말이다. 대신 살아 움직일 듯한 생동감, 그리고 모든 인물이 평면적으로 보이는 일본 만화의 느낌보다 거칠지만 입체적인 느낌이 나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노스 윈드의 느낌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런 스케일의 작품에는 정말 더 잘 어울리는 그림이었던 것 같다. 눈이 크고 예쁘장한 영웅보다는 근육질에 금방 지면을 뚫고 나올 듯한 용사가 더 어울리는 법이기에 말이다.
먼 옛날 불의 시대가 다가와 지구가 뜨겁게 달아올라 빙하가 녹아내렸다. 해빙이 진행된 양극이 대양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북풍(North wind)은 끝없는 겨울을 불러왔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적도로 몰려들어 최후의 전쟁으로 적도라는 낙원마저 잃게 되었다.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얼어붙은 땅에서 따뜻하게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했다.
난방을 위한 연료가 생존을 위한 힘이자 모든 것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폭군 도살장 조가 그 중심에 섰다. 그를 거역하는 사람들은 추방자가 되었고, 또는 살해를 당하였다. 그에게 감히 대항해 일어난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조에게 마을 사람들과 어머니를 잃은 팩이라는 소년이었다.
소년이 늙은 가죽밀매상의 후예가 되어 그에게서 모든 사냥 기술들을 전수 받고 조에게 복수하기 위해 도시로 돌아오는 것, 그리고 그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 노스 윈드 이야기의 줄거리가 되었다.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예언으로 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둥, 태양의 영향으로 지구의 대기에 큰 변화가 온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다. 오래된 영화들 속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 미래가 나온 것처럼 자꾸 투모로우나 노스윈드같은 새로운 빙하기의 이야기가 나오니 덜컥 겁이나기도 하였다.
지금 이렇게 따뜻하게 사계절을 맞이해 살고 있는데 지금의 고민과는 전혀 다른 생존에 대한 고민으로 살게 될 날이 올 것인가.
책을 연료로만 떼고, 누구나 가죽 옷을 구해 입고, 기름이나 전기 등의 에너지 자원을 가진 자가 기득권이 되는 세상,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기득권에 아첨해야만 하는 세상.
소설과 영화 속 일들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은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지켜주고 싶다. 잔인한 세상은 허구 속에서나 존재하고, 머릿속에서나 존재했으면하는 바램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