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진 해와 달 이야기
발리스카 그레고리 지음,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옛날 옛날 땅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새까만 먹물같은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듯

이야기 두개가 떨어졌어.

하나는 해 이야기고, 하나는 달 이야기야.

 어느 이야기가 진짜일까?

 

 어려서 내가 읽은 많은 동화책들은 그림이 거의 없는 글밥만 가득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저학년때부터 그림없는 동화책들을 읽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좋은 그림책들이 많지도 않았고, 좋은 그림책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는 동화책을 볼 일이 없었는데,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아기에게 읽혀주고자 하는 핑계로 차츰차츰 동화책들을 만나면서 그 아름다운 그림의 세계와 동화의 세계에 엄마인 내가 먼저 폭 빠져들게 되었다.

 

다양한 그림체들도 많고 예쁜 그림들도 많았지만, 풀빛에서 나온 이 동화책의 그림은 굉장히 독창적이고, 색감이 좋아 느낌이 새로웠다. 사실 아이들 책이라 동물들이 더 아기자기하게 표현되는 방식에 익숙해 있다가, 이 그림책에서의 동물들은 우선 눈동자가 없이 흰자위만 있어서 무섭게 느껴지기는 한다. 또 곰의 경우도 발톱까지 그대로 묘사되어 있어서 귀여운 곰 아저씨 이미지에 익숙한 아이들은 좀 기괴하고 무서운 동화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선악을 구분하기 위해 과장되어 그리기보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그림으로써 아이들이 순수하게 이야기에 의존해서 판단을 할 수 있게끔 만든 장치가 아닌가도 싶다.

그림을 그린 스테파노 비탈레의 경우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미술 공부를 해서, 그의 그림에는 여러 문화권의 전통기법이 녹아들어있는 특색있는 작품들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이 동화책의 그림은 여느 그림책에서 본 그림들이 아닌 참신함이 살아 있었다.

그림을 그린 질감이 새로워서 보니, 종이가 아닌 나무위에 그린 그림이라고 하였다.

아, 그래서 이런 기법이 살아날 수 있었구나. 결결이 살아나는 느낌의 아름다운 그림 말이다.

 

해의 이야기

 

어느날 여우가 하늘에서 해가 떨어져 나뭇가지에 걸린 것을 발견하였다. 여우는 나무를 덮을 천을 만들어 "밤낮은 내가 결정한다"며 동물들에게서 보물을 받고, 천을 열어 밤낮을 조절하였다. 어느 날 족제비가 여우의 보자기에서 구멍을 내고, 조각을 숨긴 후 그림자들이 나오게 하였다.    



그림자들이 동물들을 괴롭히자, 족제비는 "이제 밤낮은 내가 결정한다.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는건 나뿐이다"라고 말한다.

족제비가 잠들자 까마귀가 족제비의 천조각을 훔쳐내어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는건 나다"라며 주장한다. 동물들은 여우, 족제비, 까마귀의 편으로 나뉘어 서로 상처투성이가 될 때까지 참담한 결말을 맺는 전쟁을 한다. 아무도 더이상 해를 신경쓰지 않아, 해는 찢겨진 천조각과 함께 그냥 그대로 나무에 걸려진채 잊혀져 버렸다.



달 이야기

 

곰이 땅에 떨어진 달을 발견했다. 어떤 동물들은 나눠 갖자고 했고, 어떤 동물들은 쪼개 보자고 했으나 곰은 "우리가 돌봐야 할 대상이고, 우리의 것이 아니야" 라며 모두가 볼 수 있게 다 같이 힘을 모아 하늘에 달기로 했다. 거미가 달 주위에 은빛 그물을 짜고, 거북이와 너구리가 도왔다. 매가 하늘에 달기로 하였다. 모두의 노력으로 달이 하늘에 걸리고, 동물들이 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때 달이 흑단처럼 검은 하늘에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두가지 이야기 중에 어느 것이 진짜일지 아이들에게 선택을 하라고 한다.

해의 이야기는 탐욕과 전쟁에 대한 이야기고, 달의 이야기는 협력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의 태도와 생각에 따라 달이 참이든, 해가 참이든 결정되는 것이다.

 

반드시 권선징악으로 끝내는 동화가 아니었다. 이 책은 두가지 결말의 두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독자에게 판단을 하도록 자율에 맡기고 있다.

아이들은 이 새로운 그림의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면서 정말 옳은 참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동화책도 이제는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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