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책이라 하면 <데미안>, <싯다르타>와 같은 소설 작품을 주로 읽어봤었는데 (번외로 작가의 인생과 사랑에 대한, 다른 사람이 쓴 책도 읽어보았다.) 이번 책은 열림원에서 열다 시리즈로 내놓은 책 중 하나로 작가의 인생을 짐작케 할 수 있는 시, 에세이, 편지, 소설, 다양한 작품에서 발췌한 여러 문장들을 엮어 놓은 작가의 사유의 정서가 담긴 글들을 모은 선집이라 할 수 있었다.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그 사람의 평소 생각 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니 일생을 관통하는 그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을 엮은 이는 헤르만 헤세의 유고집을 출판하는 일에 헌신한 이로 20권으로 된 최초의 헤세 전집을 발간하고 헤세 박물관을 건립하는 일을 담당할 정도로 헤세 연구에 몰두한 폴커 미헬스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헤세가 한사람 한사람을 모두 진지하고 중요하고 진기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세상의 현상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고 오직 단 한번만 그렇게 교차되는점(데미안)"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개인이 자기 속의 잠재력을 펼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자꾸만 사회에 무뎌지고 묻혀버리게 되는 개인의 개성과 성찰을 살려낼 수 있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는 글들의 모음이랄까.
폴커 미헬스는 헤세를 일컬어 그세대 작가 중에 가장 선량하고 타인에 대한 연민이 넘치고 꼿꼿하게 자신을 지킨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헤세의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기에 엮은이가 말하는대로 작가가 정말 선량한 사람이었을까 하고 생각하며 책을 읽어보다가 갑자기 이질감이 들어 이전에 내가 쓴 서평들을 찾아 읽다가 헤세의 3번의 결혼과 그 아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고 충격 먹었던 후기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거의 10년전에 읽고 쓴 글이어서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헌신적이었던 첫번째 아내에게 헤세가 무관심의 극치를 보이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작품과 천재성 등에 대해서는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가 생각보다 사생활 면에 있어서는 아름답게 포장하기 힘든 그런 상황들을 직면하게 되기도 한다. 작품과 실제 사생활은 너무나 다른 그런 느낌. 일반인들과 다르게 예술가라서 독선적, 독단적인 면들이 부각되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하고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한데 한 사람의 일생으로 들여다보자면, 그때 그 일대기를 읽을때 충격을 먹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다시 헤세의 이번 작품으로 돌아와서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내용은 바로 아래 시에서 발췌한 내용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