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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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 하면 <데미안>, <싯다르타>와 같은 소설 작품을 주로 읽어봤었는데 (번외로 작가의 인생과 사랑에 대한, 다른 사람이 쓴 책도 읽어보았다.) 이번 책은 열림원에서 열다 시리즈로 내놓은 책 중 하나로 작가의 인생을 짐작케 할 수 있는 시, 에세이, 편지, 소설, 다양한 작품에서 발췌한 여러 문장들을 엮어 놓은 작가의 사유의 정서가 담긴 글들을 모은 선집이라 할 수 있었다.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그 사람의 평소 생각 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니 일생을 관통하는 그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을 엮은 이는 헤르만 헤세의 유고집을 출판하는 일에 헌신한 이로 20권으로 된 최초의 헤세 전집을 발간하고 헤세 박물관을 건립하는 일을 담당할 정도로 헤세 연구에 몰두한 폴커 미헬스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헤세가 한사람 한사람을 모두 진지하고 중요하고 진기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세상의 현상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고 오직 단 한번만 그렇게 교차되는점(데미안)"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개인이 자기 속의 잠재력을 펼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자꾸만 사회에 무뎌지고 묻혀버리게 되는 개인의 개성과 성찰을 살려낼 수 있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는 글들의 모음이랄까.

폴커 미헬스는 헤세를 일컬어 그세대 작가 중에 가장 선량하고 타인에 대한 연민이 넘치고 꼿꼿하게 자신을 지킨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헤세의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기에 엮은이가 말하는대로 작가가 정말 선량한 사람이었을까 하고 생각하며 책을 읽어보다가 갑자기 이질감이 들어 이전에 내가 쓴 서평들을 찾아 읽다가 헤세의 3번의 결혼과 그 아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고 충격 먹었던 후기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거의 10년전에 읽고 쓴 글이어서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헌신적이었던 첫번째 아내에게 헤세가 무관심의 극치를 보이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작품과 천재성 등에 대해서는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가 생각보다 사생활 면에 있어서는 아름답게 포장하기 힘든 그런 상황들을 직면하게 되기도 한다. 작품과 실제 사생활은 너무나 다른 그런 느낌. 일반인들과 다르게 예술가라서 독선적, 독단적인 면들이 부각되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하고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한데 한 사람의 일생으로 들여다보자면, 그때 그 일대기를 읽을때 충격을 먹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다시 헤세의 이번 작품으로 돌아와서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내용은 바로 아래 시에서 발췌한 내용이라 한다.


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

우리 아파트단지에도 작고 여리지만 너무나 예쁜 꽃을 풍성하게 피워내는 목련나무가 있어서 매해 봄마다 기분좋게 바라보곤 했는데

올해초초 나무 가지치기를 한다면서 너무나 형편없이 거의 나무 몸통만 남겨놓고 모든 가지를 다 베어내버리는 통에

보기에도 너무나 초라해지고, 이건 죽으라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형편없어져서, 안타까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매해 정말 그 어떤 목련보다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던 그 어린 목련나무가 가지가 다 뜯겨나간 올해는 정말 간신히 죽기 직전의 힘을 다해 어렵사리 봉오리를 맺었고, 그 봉오리가 활짝 피기까지도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려서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그래도 힘들지만 여전히 꽃을 피워냈다. 예전처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 피워내는 모습이 정말 눈물겨울 정도였다. 너무 웃자라거나 해서 약간의 가지치기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정말 멋대가리 없이 모든 가지를 다 잘라내고 주요 몸통도 볼품없이 확 잘라버린 그 모습은 통나무 하나만 남겨놓은 듯 너무 불안해보이는 상황이었다.

신기하게도 헤르만 헤세의 "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를 보며 우리 아파트의 그 어린 목련나무가 생각이 났다.

인간이 참 잔혹하다라고 생각하기만 했는데 자그마치 백년전의 작가는 그 떡갈나무를 보며 자신을 투영할 생각을 하였구나.

나는 그저 너를 이렇게 잘라내게 한 사람들이 야속하다 생각했을뿐, 네가 나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나에게 어떤 어려움과 박해를 가해도 이 미친 세상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작가.

우리가 이렇게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나 자신과 내 가정의 테두리 밖으로 뛰어넘어 남을 생각하고 사회와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사회 속 내 개인의 잠재성을 잃지 말라는 헤세의 조언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말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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