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일취월장 - 나날이 성장하는 나를 위한 그 한마디 공병호의 우문현답 시리즈 2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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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日就月將)이란 ‘나날이, 다달이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뜻의 한자성어이다. 사서오경(四書五經)의 하나인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시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못난 소자는 비록 총명하지 않지만[維予小子 不聰敬止], 날로 달로 나아가 학문이 광명에 이를 것이니[日就月將 學有緝熙于光明], 맡은 일을 도와 나에게 덕행을 보여주오[佛時仔肩 示我顯德行].

이 시에서 중국 주(周)나라의 제2대 성왕(成王)은 스스로 총명하지 못하나 부지런히 배워 익히면 날로 달로 발전해 나아가 학문이 광명에 이를 것이므로 신하들이 서로 도와 어질고 착한 행실을 드러내 보여 달라고 하였다. 여기의 구절에서 일취월장이 유래하였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자기계발 전문가 공병호 박사가 책을 읽다가 만난 좋은 글귀나 마음에 남은 명언과 그에 대한 감상을 담은 [공병호의 우문현답愚問賢答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일과 삶 속에서 나날이 발전하며 자기만의 목적지에 도달하고픈 이들에게 울림을 줄 만한 200여 편의 주옥같은 지혜와 성찰의 명언을 담고 있다.

저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을 때 책, 신문, 트위터 등 다양한 매체에서 건져 올린 지혜의 구절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작은 습관들이 반복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하고, ‘능력’보다는 ‘태도’가 일의 결실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철두철미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스트리트 스마트’ ‘불확실한 시대를 건너는 법’ ‘인생은 타이밍이다’ ‘인생의 한때를 흘려보냈다면’ ‘역경을 이겨내기 위한 의식’ ‘나눌수록 커지는 인생’ 등 어느 페이지를 펼쳐보아도 마음에 와 닿는 조언이 넘친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NGO단체 굿네이버스 등에서 능력나누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요셉 씨의 감동이 있는 사진 30여 컷을 함께 담아 보는이들에게 향기를 더한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봄-늦은 시작이란 없다], [여름-푸른 열정이 숲을 이루기 위해], [가을-마침내 더 단단하고 깊어지기 위해], [겨울-날로 새롭고 달로 나아져라] 의 구성으로, 각 계절이 상징하는 바와 우리 인생, 일과의 연관성을 '일취월장'이란 전체 컨셉 속에 녹여 흥미롭게 배열했다.

지혜의 말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뜨겁게 살아내라는 것이다. 저자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꿈을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이며 인생에 대한 최고의 예의라고 말하고 있다.

삶이란 계획대로 척척 돌아가지 않는다. 인생길은 뒤틀리기도 하고, 목적지에서 멀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장소에 도달하기도 한다. 인생길에서는 같은 길을 다시 지나가는 법은 없다. 가는 길마다 그곳을 음미하고, 의미를 새겨보고, 적극적으로 즐겨야 한다. 원래 삶이란 늘 불확실하며, 외부 환경 또한 늘 변하며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처럼 ‘일취월장’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고, 아쉬움과 후회가 적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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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 행복의 중심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 걷는나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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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다. 또 OECD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2,256시간으로 OECD회원국 중 1위다. 독일보다 800시간 이상, 일본보다 500시간 이상 많으며 우리나라 다음으로 낮은 그리스보다도 200시간 이상 많은 수치다. 반면 여가 시간은 OECD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끝없는 업무, 공부의 중압감과 성공의 압력으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내몰리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점령한 독감 바이러스와 같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시간에 쫒기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잠시 쉴 시간조차 여유롭게 갖지 못한다. 이렇듯 성공 지향문화에 익숙한 한국의 기업 문화 속에서 과도한 근무를 지속하다 보면 자칫 ‘번 아웃 신드롬(탈진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 일에만 매진하던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이 병은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 직무거부 증상을 보이거나 이명, 불안장애나 우울증, 심지어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기도 한다.

이 책은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창조적 휴식설계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인문 교양서이다. 독일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 올리히 슈나벨은 속도와 성과만을 강조하는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속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휴식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과도한 근무시간은 창의성과 효율성을 키우기는커녕 오히려 가로 막는다. 피곤에 전 두뇌가 무슨 창의적인 생각을 길어 올리겠는가? 이 책은 성공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호흡을 가눌 시간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썼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왜 우리는 날마다 바쁜가’에서는 최신 기술 덕택에 더욱 많은 시간을 절약하고 있으면서도 왜 시간이 없다고 그리도 허덕이는지 그 역설을 풀었다. 2장 ‘정보 홍수에서 살아남는 기술’에서는 정보 홍수가 우리에게 어떤 부담을 안기는지 살펴본다. 3장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행복’에서는 낮잠을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게 왜 중요한지 설명한다. 4장 ‘가속화의 체계’에서는 어째서 휴식을 누리기 힘든지 그 원인을 짚어본다. 5장 ‘휴식의 섬을 찾아서’에서는 숨을 고르며 휴식의 섬을 이야기 한다. 현대사회의 온갖 강박에도 이런 섬은 오늘날 여전히 남아 있다. 6장 ‘변화로 이르는 길’에서는 휴식의 본질이 무엇인지 음미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보다 느긋하게 꾸려갈 깨달음과 통찰 그리고 전략을 빚어볼 수 있다.

우리가 세상에 살면서 언제든지 연락 가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단 한 시간도 인터넷과 전화, 메신저를 차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묻는다. ‘무엇을 위해 쉼 없이 일하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응원도, “괜찮다”는 위로도 아니다. 자신감과 용기를 회복시켜 줄 ‘휴식’이 절실하다. 그러나 휴식과 여유를 즐기는 ‘능력’은 쉽게 길러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즐기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은 휴식이 우리에게 주는 창조성과 집중력, 평온함을 재조명하며 우리의 일상에 휴식 습관들을 뿌리내리게 만들어 우리를 행복의 중심으로 이끌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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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님의 임재 연습 - 성령으로 충만한 삶을 발견하기
앤드류 머레이 지음, 정혜숙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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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성령님이 있다는 것은 알면서도 실제로 성령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지 않고 있다. 그것은 성령님에 대하여 실제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은 성령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처신해야 할 방법들을 가르쳐 준다. “내가 이르노니 너희는 성령을 좇아 행하라 그리하면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아니하리라 육체의 소욕은 성령을 거스리고 성령의 소욕은 육체를 거스리나니 이 둘이 서로 대적함으로 너희의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 너희가 만일 성령의 인도하시는 바가 되면 율법 아래 있지 아니하리라”(갈 5:16~17)

신앙생활은 규칙을 가지고 사람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 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성령으로 행할지니, 성령은 내가 진실로 죄를 고백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로 영접할 때 들어오셔서 역사하신다. 그래서 세상 끝 날까지 나를 떠나지 않고 나와 동행하신다. 성령이 우리의 마음에 자리를 잡고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신다. 성령이 마음에 거하시면 성령으로 행하는 일이 따라오게 된다.

이 책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는 삶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특히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성령으로 충만해지는 영적인 탁월함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성령의 임재를 통해 축복으로 이끄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모든 자녀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은 우리가 끊임없이, 그리고 전적으로 성령의 지배 아래서 사는 것이다. 둘째,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성령의 충만함이 없이는 교회생활이나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셋째, 그리스도인의 삶이나 경험 속에서 성령의 축복은 거의 사용되어지지 않고 있다. 넷째, 하나님은 우리에게 성령의 축복을 주시기 위해 기다리고 계신다. 다섯째, 자신을 포기하고 그리스도께로 나아갈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는 성령으로 충만해질 수 없다.

이 책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우리는 어떻게 성령을 배울 수 있는가’에서는 세례 요한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라고 가르칠 수 있는 더 많은 목사와 교사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2장 ‘우리는 어떻게 성령으로 영화롭게 될 수 있는가’에서는 하나님의 약속으로 충만하고 사랑의 생명으로 살아가라고 한다. 3장 ‘우리는 어떻게 성령을 하늘로부터 받을 수 있는가’에서는 예수님의 제자들에게서 배우라고 말한다. 4장 ‘우리는 어떻게 성령으로 인하여 즐거울 수 있는가’에서는 죄를 이기고 세상으로부터 구별되라고 말한다. 5장 ‘우리는 어떻게 축복의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는가’에서는 십자가를 온전히 이해하고 자아와 죄의 능력을 제어하라고 권고한다. 6장 ‘우리는 어떻게 성령의 축복을 얻을 수 있는가’에서는 충만한 축복을 받기 위한 두 단계를 설명한다.

7장 ‘우리는 어떻게 성령의 축복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서는 예수님과의 보다 더 친밀한 교제를 나누라고 한다. 8장 ‘우리는 어떻게 성령의 축복을 증가시킬 수 있는가’에서는 자신을 부정함으로써 인내하고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것이 되게 하라고 한다. 9장 ‘우리에게 임하는 충만한 축복의 표징은 무엇인가’에서는 능력으로 강건해지며, 성령의 열매를 맺는 축복을 받는다. 10장 ‘우리에게 주시는 성령의 완전한 증거는 무엇인가’에서는 성령으로 더욱 충만해진다고 한다. 11장 ‘우리는 어떻게 축복을 발견할 수 있는가’에서는 죄악을 버리라고 한다. 12장 ‘그 비밀을 푸는 열쇠는 무엇인가’에서는 하나님, 죄, 그리스도, 복종, 성령, 믿음이 열쇠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므로 성령으로 충만한 삶을 발견하게 되었다. 성령님이 나에게 임재하시도록 늘 기도하며, 죄를 회개하고 성령님의 임재를 늘 경험하면서 살기를 결심한다. 이 책을 성령님의 임재를 사모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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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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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함께 여름이 시작됐다. 쉴 새 없이 내리는 장맛비와 불볕더위로 야외활동을 꺼리게 되는 시기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실내 활동이 잦은 이 때가 책을 접하기에 적합한 계절이 아닐까 싶다.

탁 트인 나무그늘이나 선풍기 바람 시원한 마루에서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는 쏠쏠한 재미는 여느 피서지의 즐거움 못지않다. 짙은 책 냄새에 이끌려 추억의 도서를 책장에서 꺼내보던 기억을 품은 여름날의 독서삼매경. 장마철 눅눅함을 날려 보내고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적셔줄 단비 같은 책, 공들여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덧 여름은 저만치 물러나 있을 것이다.

내가 읽은 책은 1년에 몇 권이나 될까? 아니 지금껏 우린 몇권의 책을 읽었으며, 죽을 때까지 몇권을 더 읽을 수 있을까? 물론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적은 수의 책을 읽은 것과 많은 수의 책을 읽은 것을 동일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누가 뭐라해도 많은 수의 책을 읽은 것이 더욱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더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장르별로 다양하게 정보를 주고 있다. 만화나 소설처럼 흥미 위주로 쓰여진 책도 있지만 이들 책마저도 찬찬히 읽어보면 꽤 솔솔히 유익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하물며 만화나 소설도 이러한데 다른 책들은 얼마나 많은 정보와 지식이 숨어 있겠는가? 특히나 감수성이 예민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지식에 메말라 있는 시기에 책이 주는 즐거움과 유익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이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청춘의 시기에 책에 미쳐 살았던 순간을 회고하며 그녀가 책을 통해 느꼈던 지난 날의 아름다웠던 추억과 앎의 즐거움을 토해내고 있다.

조선 후기 ‘선비’ 이덕무는 책에 미친 바보였다. 햇빛이 드는 곳이라면 어디든 책상을 옮겨가면서 책을 읽었고, 진귀한 책을 얻을라치면 뛸 듯이 기뻐했다. 평생 책을 벗 삼아 일생을 보냈던 그의 삶은, 쉽게 남의 지식을 가지려 하고 얕은 지식으로 아는 체하는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본이 될 것이다.

이덕무는 어릴 적부터 하루도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그의 방은 동, 서, 남쪽 삼면에 창이 있어, 동에서 서쪽으로 해 가는 방향을 따라 빛을 받아가며 책을 읽었다. 행여 지금까지 보지 못한 책을 대하면 번번이 기뻐서 웃고는 했기에, 집안 사람들 누구나 그가 웃는 모습을 보면 기이한 책을 얻은 줄 알았다.

이덕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정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으뜸이고, 그 다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다음은 식견을 넓히는 것이다. 책을 보는 방법은 경문을 외우고, 여러 사람의 학설을 모두 참고하여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구별해서 장단점을 비교하고, 깊게 생각해서 의심나는 것을 풀이하되 자신감을 갖지 말고, 사리에 밝게 분별해서 그릇된 것을 버리되 감히 스스로만 옳다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책을 통해서 ‘진짜 이덕무’의 모습을 원문 그대로 만나게 되는데, 원문은 그야말로 짧은 한문지식으로는 읽을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 한다.

책 한권만 있으면 행복했던 조선의 서비 이덕무가 부럽기만 하다. 이 책을 읽으니 책에 한 번 미쳐보고 싶다. 그래서 이덕무의 행복을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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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도시 - 우리 시대 예술가 21명의 삶의 궤적을 찾아 떠난 도시와 인생에 대한 독특한 기행
오태진 지음 / 푸르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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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내 인생의 도시>라는 책을 읽었다. 원래 비 오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내리는 비를 보니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창가에 앉아서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다는 생각에 왠지 들뜨기까지 했다.

이 책은 조선일보 수석논설위원 오태진 기자가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기까지 치열한 인생 스토리를 지닌 예술가 21명의 삶을 그 도시의 정취와 함께 인터뷰하고 취재한 산문집이다. 화가 4명, 학자 1명, 스님 1명, 영화감독 1명, 시인과 소설가 14명의 인생 열전이 담박하고 경쾌한 문체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에 소개된 21명의 예술가는 모두 살고 있는 곳이 다르다. 서울, 부산, 전주, 강릉, 강화, 장흥, 진주, 담양, 제천, 평창, 경주, 인천, 춘천, 화순, 일산, 원주, 울산, 지리산, 제주 서귀포 등 먼곳을 찾아 차를 몰고 다니면서 인터뷰를 했다. 황루시 교수를 취재하고 강릉에서 돌아오던 빗길 영동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만난 적도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이들과 전국 일주라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고향이건 아니건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그의 업이 풍성하게 꽃피웠고, 그가 있기에 그곳이 빛났다. 그들은 어디에 있든지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영화감독 곽경택의 부산에서는 영화 촬영이 없어도 한 달에 일주일은 부산을 찾는 용광로 같은 열정을 볼 수 있다. 시인 함민복의 강화에서는 갯벌에 말뚝을 박으면서 말랑말랑한 수평이 뻣뻣한 수직을 세우는 이치를 본다. 소설가 한승원의 장흥에서는 가장 깨끗한 개펄이 숨쉬는 아름다운 바닷가와 한승원 산책로를 만난다. 시인 안도현의 전주에서는 한 시간 거리 안에 바다와 평야와 심산유곡, 비빔밥처럼 잘 비벼진 도시를 만난다. 진주 시인 유홍준은 “공장을 다녔어도, 정신병원에서 일해도, 여전히 돈 못 벌고 비루하게 살아도, 입성이 초라해도 나는 시인”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그는 “차마 하기 싫은 말이지만 현실은 돈”이라고 했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은 “불교가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하면서 미황사를 한국 불교의 보배요 샘물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사석원의 동대문시장에서는 점점 사라져가는 인심과 ‘흥’을,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담양의 소설가 문순태는 “나를 소설가로 키운 것은 무등산 자락 고향의 청정한 댓바람 소리와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 그 골짜기를 짜글짜글 뒤흔든 6?25의 총소리이다.”고 했다. 지리산 이원규 시인은 “스스로 지리산을 찾아든 것은 한없는 추락을 자처한 내 인생의 마지막 번지점프였다. 서울살이 10년의 환멸과 권태를 단숨에 깨뜨리는 자발적 가난의 외통수, 백척간두에서 한 발을 내딛는 해방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30년 동안 신문사에서 글을 쓴 기자답게 이 책에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을 거의 담지 아니하고, 아름답고 절제된 언어로 사람과 장소, 그 운명적인 상관관계를 벼려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꿈을 이렇게 세세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인터뷰가 아니라 고문”이라고 농을 할 정도로 정확하게 꼬치꼬치 물어서 기록한 기자의 올 곧은 취재 덕분이었다.이 책은 현직 기자와 기자 지망생, 다큐멘터리 작가 등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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