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 - 김탁환의 역사 생태 동화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6
김탁환 지음, 조위라 그림 / 살림어린이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어렸을 때는 경상도 산골 작은 마을에서 살았다. 아이들이 울기만 하면 할머니는 호랑이가 와서 우는 얘들 잡아간다고 하면 울음을 뚝 그쳤다. 그 때 어른들 말씀에 호랑이가 민가로 내려와서 사람을 헤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호랑이를 보려면 동물원에 가야만 볼 수 있다.

 

우리 한국의 호랑이는 언제부터, 왜 우리 땅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을까? 일제강점기 때 일본 사람들은 ‘해수구제’(해로운 맹수를 없앤다)를 명목으로 무차별적으로 호랑이를 비롯한 맹수들을 죽였다고 한다. 결국 1946년 뒤 부터는 남한에서 호랑이를 찾아볼 수 없게 됐으며, 북한에서도 백두산 근처에 몇 마리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호랑이 사냥을 하는 동시에 창경궁이라는 이름을 창경원으로 바꾸고, 왕이 사는 궁궐을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만들었다. 창경궁의 60여 채에 달하는 전각이 헐어진 자리에는 포유류 29종, 조류 43종 총 72종 361마리를 들여왔다.

 

창경궁에 살던 동물들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는 동안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다. 처음엔 한반도에 살고 있는 호랑이를 사냥해 동물원에 가두었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엔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마저 ‘살처분’하기에 이르렀다. 인왕산 등지에서 천하를 호령하던 호랑이는 이렇게 잔인한 인간들 때문에 점점 이 땅에서 사라져갔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는 그 당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가 김탁환이 창경궁에 잡혀간 아기 호랑이 왕대의 이야기를 그려낸 동화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과 슬픔, 동물원에서 일어난 대량 학살, 일본인이 한반도에서 저지른 생태 파괴 등이 생동감 넘치게 그려져 있다.

 

인왕산 숲 속에서 엄마와 함께 살던 아기 호랑이 왕대는 인간들에게 엄마를 잃고 자신도 붙잡혀 동물원에 갇히게 된다. 일제강점기였던 때라 동물원장과 사육사들은 다 일본 사람들이었고, 허드렛일을 하는 10살 재윤이만 한국 사람이다. 왕대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재윤이는 극진한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주지만, 왕대는 숲 속에서의 삶을 그리며 동물원을 탈출할 때만 노린다.

 

그러던 가운데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할 처지에 몰리고, 동물원에는 모든 동물들을 ‘살처분’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사육사 마치코는 눈물을 흘리며 먹이에 약을 타고, 재윤이는 친구인 왕대를 구하려고 달려온다. 왕대는 동물원을 탈출해 숲으로 돌아가지만, 현실 속 호랑이들은 숲과 생명을 모두 잃어 멸종에 이른다. 저자는 “동물의 멸종위기에는 우리의 책임이 있다”며 “멸종된 동물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인 만큼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일제 강점기 때의 애환이 느껴져 가슴이 아파 저려오면서 내 마음 속에서 치밀어 오는 울분을 눌리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나라가 약하고 힘이 없어서 일본에게 설움을 당했으니 나라의 힘을 키워야 겠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