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사진관 - 카메라로 쓴 어느 여행자의 일기, 개정판
최창수 글 사진 / 북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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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 거의 1년에 두 세번은 여행을 간다. 그동안 동남아시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중동지방, 남아공, 서유럽, 동유럽 등 50여개국을 여행한 것 같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묶은 앨범만도 여러 권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사진을 찍고 일일이 설명을 해놓았더라면 나도 책 한권은 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해 본다.

이제는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거기다가 사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그때 그때 해야겠다고 결심해본다. 내년 초에는 우리나라보다도 어려운 나라를 찾아서 여행하려고 한다. 인도, 방글레데시 등...

이 책은 2005년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아시아 몽골을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미얀마, 네팔,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예멘을 거쳐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 에티오피아까지 17개월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의 카메라는 만리장성이나 타지마할, 앙코르와트나 에메랄드 사원 등이 아니라, 동네 꼬마, 버스 운전사, 다른 여행자, 승려, 오토바이를 탄 가족, 거리의 청년, 숙소 주인, 릭샤꾼과 거지 등 사람들이 주인공인 사진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보았다는 이야기보다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이 책은 ‘지구별’ 위에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독자에게 알려준다.

이 책의 저자 최창수씨는 여행을 하던 중 티베트 수도 라싸의 헌책방에서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을 보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살아서 움직였다. 그래서 스티브 매커리 사진을 열심히 흉내 내기 시작했고 여행 테마를 사진 찍기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동안 그가 찍은 사진은 수 천 장이 된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행의 길목에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남부 고원에선 툭하면 버스가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조류독감이 동남아시아 전역을 휩쓸었고, 파키스탄에선 대지진이 일어났다. 아프가니스탄에선 지뢰와 폭탄 테러가 난무했으며, 예멘에서는 외국인 납치가 심심할 만하면 일어났다. 긴 여행은 어쩌면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사진을 감상하면서 한 장 두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진의 배경은 티베트에서 미얀마로, 네팔에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에티오피아와 인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 국경선을 넘나들고 그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다양하다. 지뢰에 한쪽 다리를 잃은 아프가니스탄 소년, 불편한 몸을 내던져 오체투지를 하며 기도하는 티베트 할머니,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장터까지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에티오피아 여인들의 사진을 보기만 해도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 사진을 통해 인간의 행복, 사랑, 우정,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가난한 나라에서 피어난 사람들의 미소는 사람의 행복은 무엇인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무척 행복했다. 내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을 통해 그들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가 세운 지구별 사진관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자들로 가득 채워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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