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 길 위에서 만난 나누는 삶 이야기
박영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혼을 한지도 벌써 여러 해 지났다. 혼자 벌어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생활하다보니 모아 놓은 돈도 없고 재테크다운 재테크도 못하고 있고 번듯한 집도 아직 장만을 못했다. 하루하루 카드 값에 보험료에 공과금과 생활비 틀어막느라 허덕이고 있는 못난 내 모습을 본다.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고 있어야 할 때이건만 당장 오늘 살 일 궁리하느라 내일 일은 꿈도 못 꾸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정말 자린고비 같은 사람이 있다. 결혼하기 전부터 얼마나 돈을 안 쓰는지 옆에서 보기 얄미울 정도로 지갑을 열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나의 삶과 확연히 다르다. 넓은 평수의 집도 장만했고, 아이들 교육시키는 것에 집중하며 별 걱정 없이 사는 것 같다.

요즘 세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 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이다.

이 책은 <길에서 만난 세상>,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의 르포 작가 박영희가 새롭게 펴낸 르포 에세이로, 평탄한 삶을 살고 있지 않지만 자신이 가진 적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는 보람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12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직접 전국을 돌며 나눌 줄 아는 이웃들의 실제 삶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한 권에 담았다.

자신이 청각 장애를 앓으면서도 고물을 주워 판 돈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과 나눈 경남 진해의 김영권씨, 충남 부여의 유영빈 씨는 교사시절 월급의 10%를 가정환경이 어려운 제자들에게 떼어주었다. 37년 몸담았던 교단을 떠난 지금도 연금의 10%를 기부한다. 전남 진도의 이공심 씨는 3년 동안 도라지 농사를 지어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았고, 전북 군산의 노윤회 씨는 한쪽 다리가 절단된 몸으로 담배를 팔면서도 사랑의 저금통을 채워 꼬박꼬박 기부한다. 짐승들은 절대 나눠 먹지 못한다며 인간이 짐승이 되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는 경남 창녕의 정오순 씨 등 열두 분은 거룩하고 순결한 분들이다.

이들 열두 사람들은 모두 변변한 거처를 갖고 있지 않다.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나누는 게 아니라, 베풂으로 더 많은 것을 거두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지은 지 30년이 지난 집이나 컨테이너에서 사는 분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불행과 가난을 아름다운 나눔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자식을 낳아 공부 한번 제대로 시키고 싶었던 어머니의 마음은 가난하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승화됐고, 한쪽 다리가 없어 불편하게 산 사람은 시신기증을 약속해 다른 사람의 불편과 불행을 덜어 주고자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 책에 나오는 분들보다 생활환경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이웃을 위해 나누지 못하고 움켜쥐려고만 했던 나날들... 책을 다 읽고 느껴지는 감동과 훈훈함, 그리고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들은 한시도 떠나질 않는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