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유년의 역신들 - 계유정난과 사육신
한국인물사연구원 지음 / 타오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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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유정난이란 계유년에 일어난 정난이라는 뜻으로서, 수양대군이 계유년에 역적의 난을 진압했다는 의미이다. 즉 수양대군은 김종서를 역적으로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김종서를 역적이라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김종서는 사육신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충신이라 말해진다.

단종이 1453년 12세의 어린 나이로 만조백관의 하례를 받으며 경복궁에서 조선왕조 제6대 왕으로 즉위하자 어린 왕을 보호하며 왕권의 정통성을 지키려는 무리들과 왕권이 약화되고 권신들의 세력이 강성해질 것을 우려한 반대파가 정치적 이견을 보이면서 충돌이 발생하였다.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일으켜 문종의 고명대신들로 단종 곁에서 막강하게 버티고 있는 신하들과 동생 안평 대군을 처결하였다. 수양 대군은 2년 뒤 1455년에 조카 단종의 선위라는 방법을 통해 단종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는다. 인륜과 천륜을 거스른 일이었다.

이에 집현전 학사로서 세종의 신임을 받고, 문종에게 단종을 잘 보필하라는 고명(임금이 유언으로 세자나 종친, 신하 등에게 나라의 뒷일을 부탁함)을 받은 신하들은 단종을 복위시킬 것을 결의하고, 그 기회를 살핀다. 그러나 같은 집현전 출신의 김질이 배반하는 바람에 모두 체포되고 만다. 역모의 주동자들에 대한 세조의 신문은 가혹했다. 성삼문에게는 시뻘겋게 달군 쇠로 다리를 꿰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세조를 ‘전하’라 부르지 않고 ‘나리’라 부르며 죽음으로써 충의를 지켰다. 그를 비롯해 선비정신을 목숨과 바꾼 박팽년·유응부·이개·하위지·유성원을 사육신이라 부른다.

이 책은 조선왕조 개국 초기부터의 왕권 계승 과정과, 왕권 강화와 왕권의 정통성 수호를 둘러싼 두 파의 대립과 승리한 측의 잔혹한 처결 방식, 정통 왕을 지키고자 한 사육신과 생육신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예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 온 김문기가 분명히 사육신이라는 이유를 밝히고 남효온이 저술한 <육신전>의 오류 또한 명확히 보이고자 하였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세조의 왕위 찬탈과 단종의 숙청’에서는 단종 복위 운동의 실패와 상왕 단종의 죽음, 혼란한 고려 말에 등장한 이성계와 대륙의 세력에 기댄 고려 조정, 단종의 즉위와 종실 대군의 정치 참여, 단종의 퇴위와 복위 운동,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로 향하는 단종에 대해서 살핀다. 제2부 ‘사육신과 생육신’에서는 김문기가 정사의 사육신인 이유와 사육신의 선정 기준과 단종 복위 운동으로 처형당한 인물들을 다룬다. 또한 단종을 추모하며 벼슬을 버린 생육신에 대해 다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변절자’ 신숙주다. 유난히 빨리 상하는 숙주나물이 그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그는 ‘배반’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성삼문 등과 함께 죽었어야 할 남편이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러워 스스로 목을 맸다는 것이 야사에 전해진다. 이 책은 한번 잡으면 밤새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그러면서 감동이 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해준다. 현실에서는 패했지만 역사에서는 승리한 김종서·사육신의 길을 걸을 것인가, 신숙주·정인지의 길을 걸을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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