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고함 - KBS 국권 침탈 100년 특별기획
KBS 국권 침탈 100년 특별기획 '한국과 일본' 제작팀 지음 / 시루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1세기를 시작하면서 한일 관계는 북한 이상으로 첨예하고 냉랭하다. 지난 3월 일본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당했다. 한국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성금도 모아 보냈다. 자연재해를 함께 극복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길었던 갈등과 반목을 딛고 새로운 발전관계로 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일본의 일방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롯해 종군 위안부 강제 징용 부인, 역사 교과서 왜곡 등 각종 이슈가 잊혀질만하면 번갈아가며 고개를 내민다. 두 나라는 2002년 월드컵 이후, 관계 개선을 위해 2005년을 ‘한일 우정의 해’로 잡을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그해 연초 일본 시네마 현에서는 독도가 자국의 영토라면서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했고, 문부과학성은 극우파의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원안대로 검정 통과 시켰다. 최근 일본 의원 3명은 독도 방문을 시도했지만 우리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무산됐다. 화해 모드로 가던 한일 양국 관계는 급랭했다 800년 이상을 이어온 이런 갈등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는 없을까?

이러한 대립을 단순히 해묵은 반일 감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양국은 역사적으로 너무 많은 교류와 대립을 거듭해 왔다. 그중 일부는 양국 정상이 만나서 악수하고 합의한다고 해도 해결될 수 없을 만큼 골이 깊다. 그래서 일본은 우리와 가깝고도 먼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옛말에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라고 했다. 이웃사촌은 가까이에서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다.

한국방송공사가 2010년에 국권 침탈 100년을 맞아 5부작으로 기획한 역사다큐멘터리 ‘한국과 일본’을 책으로 엮어 한국과 일본의 2천년에 걸친 관계사를 ‘인연’, ‘적대’, ‘공존’, ‘변화’, ‘대결’이란 5가지 키워드로 살펴보고, 문화를 주고받던 이웃에서 국권을 강탈한 원수가 되기까지 소통과 대결의 역사를 걸어온 한국과 일본을 재조명했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양국 간의 역사적 사실이나 숨은 비화를 균형감 있는 시각으로 제시한다. 백제 사신인 ‘목협만치’가 일본으로 건너가 ‘소가노 마치’가 되며 시작된 인연은 고려시대 여몽연합군으로 잘 알려진 몽고의 일본 침략으로 위기를 맞는다.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 양국은 잠시 공존과 평화를 모색했지만 그 끝은 왜란의 시대로 이어진다. 특히 먼저 근대화를 받아들인 일본은 부강해진 국력과 진보된 무기를 앞세워 한국을 핍박하고 결국 강제로 합병하기에 이른다. 조선의 6대 왕 세조 때 천재로 이름을 알렸던 신숙주는 유언으로 “원컨대 일본과의 화친을 끊지 마소서”라고 했다. 신숙주는 일본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그들과 계속 긴밀하게 교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인연’에서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백제인이 고대 일본 정치의 일인자가 되고, 한반도와 왜가 관련된 배경을 설명한다. 2장 ‘적대’에서는 원나라에서 일본 정벌을 시도하면서 여몽연합군의 일본 침략을 다룬다. 일본이 고려, 즉 한반도에 대해 적대감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3장 ‘공존’에서는 조선 조정이 왜구에게 벼슬을 내리며, 불경과 통호, 왜관의 탄생에 대해 설명한다. 4장 ‘변화’에서는 왜구의 침탈과 1592년부터 7년간 벌어진 일본의 조선 침략 등을 다룬다. 5장 ‘대결’에서는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이 후진국 조선을 강제 병합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또 각 부마다 ‘역사돋보기’를 통해 일본의 메이지유신만큼 중요한 개혁인 다이카개신, 일본이 백제를 돕기 위해 원정군을 보냈던 백강 전쟁, 가미카제(神風)의 어원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한일사 2000년을 연구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한국과 일본은 소통하고 공존할 때 융성하고 번영했으며, 갈등하고 대립했을 때 쇠퇴하고 불행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은 ‘일본에 고함’이지만 들어야 할 사람은 일본인과 한국인 모두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므로 현재의 한일 관계는 물론 다가올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제시해 주므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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