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보다 빠른 우회전략의 힘
존 케이 지음, 정성묵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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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뮤지션이자 시각예술가인 아티스트 피터 슈미트와 브라이언 이노는 ‘우회 전략’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수십 장의 게임용 카드로 만들어졌는데 여러 장 카드에 하나씩 ‘전략’이 적혀 있다. 이노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우회 전략은 나 자신이 여러 상황에서 패닉에 빠져 다른 방식으로도 작업할 수 있다는 사실,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우회로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하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만들었다. 패닉 상태에 빠지면 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쪽이 제일 타당해 보이기 마련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러 경우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저 가장 당연해 보이고 또 믿음직해 보이는 방법일 뿐이다. ‘우회 전략’의 본래 기능은 ‘이런 태도를 취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마라’, 또는 ‘저런 태도를 취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마라’라고 상기시켜 주는 기능이었다.” 이 작품의 의도는 명확하다.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쳤을 때는 정면에서 비켜나 다른 방식으로 해결책에 접근해보라는 것, 바로 우회로의 존재를 떠올리라는 것이다.

인간이 목표를 달성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아서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저자는 오랫동안 컨설팅을 하면서 직접적인 계획이 도리어 목적 달성을 방해하는 현상을 목격했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이 ‘계획’하기보다는 ‘적응’하고, ‘직접 공략’보다는 ‘우회전략’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목표만을 바라보는 직접적인 방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온갖 일들이 발생하는 현실세계에서 단순히 목표만을 추구하는 직접적인 공략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직접 공략법을 쓰는 의사결정자들, 오만에 빠진 계획신봉자들을 비판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고차원적 목표를 재해석하는 ‘반복’과 상황에 대한 ‘적응’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설명하며,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루타르코스 같은 고대 철학자부터, 브루넬레스키나 피카소, 현대 건축가인 르코르뷔지에, 축구스타 베컴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명 인사들을 끌어들인다.

이 책은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우리의 개인적인 삶과 사회적인 삶에서 우회 전략의 역할을 살핀다. 행복을 추구해서는 정작 행복을 얻을 수 없다. 이윤을 가장 직접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이 가장 많은 이윤을 내는 건 아니다. 2부에서는 직접적인 방법 대신 우회전략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를 설명한다. 목적을 명확하게 기술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문 데다, 대개는 양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교할 수도 없는 요소들이 작용한다. 3부에서는 우회적인 문제 해결과 의사 결정 방식을 살피고, 우회적인 세상을 훌륭하게 다룬 상황의 예시를 통해 우회 전략의 방법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 빌게이츠, 헨리 포드, 월트 디즈니 처럼 직접적인 수익이나 사회적 성공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한 이들은 성취의 요건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인간의 생활양식마저 바꾼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냈다. 그들은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방향을 조정하면서 우회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돈이나 행복, 성공 등의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했으며,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 그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았다. 가장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이나 ‘돈’을 목표로 삼지 않고 돌아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직선로가 아니라 우회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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