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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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미래당이준석 대표가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없애겠다고 했다. 노인들을 비난하기 전에 그들이 살아왔던 사회문화가 지금과 어떻게 달랐는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탑골 공원에 출근해서 배식을 받는 모습을 보고, 혹은 무임 지하철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고 비판하기 보다는, 그들이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국 노인의 자살률은 OECD 평균 노인 자살률의 세 배 이상이다. 한국이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것은, 높은 노인 자살률 때문이라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에 세대, 좌우를 불문하고 우리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되는 비극이다. 왜냐면 그들은 현재, 또는 미래의 우리 부모님들, 그리고 미래의 우리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파 작가 정성문이 어느 가상 공화국을 배경으로 노인 인구가 절반에 이른 미래 사회에서 일어나게 될 사건과 문제를 그린 사회과학 소설로서 OECD 국가 가운데 노인빈곤율과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노인의 성(), 황혼이혼, 황혼 로맨스, 노인복지, 노인범죄, 존엄사 등 노인에 관한 여러 문제를 다루면서 세대 간의 갈등 치유와 공존을 모색한 휴머니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면 김한섭 씨는 친구들과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만난다. 공화국은 경제 규모에 있어서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때문에 일자리는 감소했다. 사람들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에 반비례해서 자본의 이익은 증가했다. 소량의 기름과 전기만 있으면 기계는 밤낮도 휴일도 없이 돌아갔다. 젊은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출범한 새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고령층에 대한 연금 지급과 각종 사회보장을 폐지한다. 이에 생활이 막막해진 노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격렬하게 저항하자 정부에서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노인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한다. 진보와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사실 공화국 정부에는 미래가 없었다. 미래에 대한 정책도 따져 보면 현재를 위한 것이지 미래에 대한 투자는 아니었다. 표는 미래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인간은 반드시 늙어 노인이 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하나 둘씩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자꾸만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불과 며칠 전에 한 약속을 잊어버린다. 심지어 드라마에 나오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보면서 , 바로 내 얘기인데!’라며 치매가 아닐지 의심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은 하지만 실제로 내 육체와 정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기존의 책들이 우아하게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뜬구름을 잡거나 고령화 문제를 사회적 관점에서만 보았다면, 이 책은 인간이 나이가 들면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에 대해서 꾸밈없이 솔직하게 알려준다. “늙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지금의 청장년들은 영원한 청장년으로 살 것 같지만 그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와 같은 노인이 될 것이다.”(p.272) 라고 했다. 이 책은 노인 문제가 지금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인으로 편입되는 중장년 그리고 언젠가 노인이 될 청년 세대 등을 아우른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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