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은 오는데
백영옥 지음 / 밥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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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 서울의 봄은 197912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긴박했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영화를 보고나니 역사책에서는 단 몇 줄로 기술되었을 그 순간이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 되었다. 2시간 20분간의 영화였는데 지루함 없이 스토리에 압도당하면서 보았다. 역사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어서 좀 지루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너무 재미가 있어서 12.12사태 상황 속에 같이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197212월 육사 25기 김오랑 중위와 결혼하였고, 결혼 7년 만인 19791212일 군사 반란으로 남편 김오랑 중령(당시 소령)이 총탄에 맞아 전사하자 그 충격으로 실명의 위기를 맞았던 아내 백영옥이 1988년 펴낸 자전 에세이집이다. 당시 12·12 반란 세력의 탄압으로 세상에 나올 수 없었던 것을 35년 만에 재출간한 책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볼 수 없었던 김오랑 중령의 참모습과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 12.12의 또 다른 이야기를 가슴 뭉클하게 만날 수 있다.

 

저자는 남편이 사망한 후 남편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 헌신했고, 실명으로 글을 쓸 수 없었던 가운데서도 카세트테이프 20개에 달하는 분량의 구술로 아픔과 진실을 토해냈고,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책으로 나오게 되었지만 12·12 반란과 그에 맞선 김오랑 죽음의 진실이 두려웠던 노태우 정권은 책이 배포되지 못하도록 막았으므로 진실은 알려지지 못하고 봉쇄됐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김오랑 중령을 만나 사랑을 나누며 1973년 결혼을 하고 6년 만인 19791213일 오전 020분 서울 송파구 거여동 특전사령부에서 당시 김 소령은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려던 제3공수여단 15대대 공수부대원들과 교전 끝에 6발의 총탄을 맞고 사망한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과 자신이 알고 있던 진실을 아픈 기억을 더듬으면서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또 남편의 죽음 이후 겪게 되는 실명과 고통, 그런 아픔 후에 찾은 새로운 희망과 삶의 의지를 전해준다. 이미 시신경 마비증에 시달리고 있었던 저자는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과 최세창 특전사 여단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고소장 접수를 미뤘다. 이어 1991628일 오전 050분 거주하던 불교시설 자비원에서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됐다.

 

저자는 가슴의 분노와 원망, 미움, 아픔 중에도 이 모두를 자신이 갖춘 문학적 소양과 깨달음을 통해 희망의 세계관으로 승화한다. 저자는 약하고 고통 받는 이들이 자신처럼 극한의 상황에서도 생의 의지를 품을 수 있도록 마음을 내어주고 손을 내밀며 봄을 기다리자고 하면서, “사랑만이 이웃을, 친구를, 죄에 절은 나 자신을 구원해 주는 유일의 치료책이고 우리가 우리 인생에 진 많은 죄들을 속죄하는 꼭 하나의 해결책이라.”(p.174) 고 말한다.

 

이 책의 마지막에 보면 저자가 남편을 그리워하며 쓴 시가 수록돼 있는데, 읽다가 보니 눈물이 난다. “나는 그대의 무덤가를 다녀오네/ 구름이 떠서 비가 내려 내 얼굴을 적시고/ 몇 송이의 꽃을 그이의 비석 앞에 바치고/ 나는 훌훌히 떠나는 파랑새가 되어/ 그대 곁을 떠나 온 다네/ 그대여 안녕, 안녕/ 발길을 돌리기 어려운 그대의 무덤 앞에/ 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운다네.

 

끝까지 군인의 본분을 다하다 반란군의 총탄에 쓰러진 김오랑 중령, 이런 군인들이 있기에 나라가 든든하게 세워져 간다는 것을 깨닫고 감사를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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