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베 저편의 목소리 - 구로베 협곡에 흐르는 조선인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
고노가와 준코 외 지음, 박은정 외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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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를 관람한 적이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에 위치한 하시마섬을 근거지로 하여 일본 제국주의시대 일본 재벌탄광의 한국인 강제징용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인데 영화에서 본 강제징용도 역사적 사실만큼 끔찍했다. 2차 세계대전 말기 일제는 한 명의 조선인이라도 더 끌고 가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강제징용에 끌려간 조선인은 사람이 아니라 말 그대로 군수품이고 소모품이었다. 군함도의 조선인들은 가혹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영화를 관람한 후 일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역사의식이 부족한 우리에게 일본이 과연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구로베 저편의 목소리>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호리에 고노가와 준코, 호리에 세쓰코, 우치다 스에노 등 세 명의 일본인 여성 작가가 한일 간 비극의 역사 현장에 있었던 구로베 강 제3발전소 건설현장에서의 조선인 노동자의 삶을 일본과 한국에서 직접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취재하고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도야마현에 위치한 구로베 댐은 높이가 186m에 이르는 거대한 건축물로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로 유명한 곳이다. 19361940년 공사가 실시된 구로베 제3발전소에서 약 1000명의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큼 산세가 험준해 산사태 등 재해로 사망자가 많았던 곳이었다. 책 표지에 쓰여 있는 데로 구로베 협곡에 흐르는 조선인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은 너무나도 가혹한 노동이었고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일제강점기 일본 각지에 강제 동원된 100만 명이나 되는 조선인 노동자가 차별 대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강제동원과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아프다.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구로베강 제3발전소 건설에서는 구로베댐 공사 자료와 관계자의 취재를 바탕으로 혹독한 공사를 하게 된 조선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2조선인 유족들의 반세기에서는 구로3’ 시아이다니 눈사태를 중심으로 구로3의 노동자들, 사고 유족들을 찾아간 한국 여정을 보고한다. 3도야마현의 조선인 노동자에서는 구로베의 조선인 노동자의 역사적 배경을 신문 기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일본인으로 조선인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이 책을 쓰면서 일본인들에게 받은 조소와 냉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고노기와 준코 씨는 지역의 어두운 과거를 드러냈다는 이유로 고향 사람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고향을 떠나 도쿄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구로베에서 고생하다 돌아가신 분들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고, 댐 건설 현장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얼마나 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조선인 노동자 존재의 의미를 찾고, 일본이 저지른 잘못의 근거를 조명함으로써 앞으로의 한일관계까지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사료적 가치가 크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잘 알지 못하는, 어둠에 묻혀있던 조선인의 역사를 발굴하여 직접 발로 뛰면서 조사했던 세 명의 일본인 저자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한국을 강점했던 일본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잘못에 맞는 사죄와 보상을 통해 과거의 잘못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잊혀가는 역사를 알려주는 저자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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