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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의 골프 -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천재 18명의 인생 수업
밥 미첼 지음, 김성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생소하기만 하던 골프라는 스포츠가 언제부터인지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아마도 박세리 선수가 LPGA 우승을 따내고 우리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지만 골프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한 계기가 되었다. 나는 대학 필수교양과목으로 골프의 기초를 미약하게나마 조금 배웠었다. 골프는 작고 단단한 공을 긴 쇠막대기로 맞춰 멀리 보내는 운동이다. 직접 7번 아이언을 잡고 스윙을 해보기 전까지 솔직히 골프를 가소롭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통통 굴러가는 공을 보고서야 많은 훈련과 테크닉이 필요로 하는 절대 가소롭지 않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느님과 '맞짱'을 뜨게 된 사나이! 『천국에서의 골프』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주먹이 오가는 뒷골목의 육탄전이 아니라 골프를 통한 승패로 생사의 갈림길을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이 제안을 제시한 이는 바로 절대 전능한 하느님이다. 심장에 문제가 생긴 엘리엇 굿맨은 수술대 위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가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다. 하느님은 엘리엇이 살아야하는 이유를 끈질기게 묻고 엘리엇은 열심히 답한다. 하느님과 엘리엇의 골프시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하느님이 매우 여러 번 엘리엇의 존재이유를 묻는다고 느꼈었다. 삶의 이유 따위는 상관없이 바로 시합을 시작해도 되지 않았을까, 쓸데없는 부분으로 이야기의 초반을 할애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에서 작가는 내가 쓸데없다고 여겼던 부분이 실상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즉 삶의 집착이 없는 사람은 애당초 목숨을 담보로 하는 골프시합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삶에 대한 애착이 엘리엇을 골프시합의 선수로서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하느님과의 맞장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나는 많은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하느님은 직접 나서지 않고 자신을 대신한 대타들을 매 홀마다 내보낸다. 레오나르도, W.C. 필즈, 모세, 존 레논, 프로이트, 에드거 앨런 포, 소크라테스, 잔 다르크, 메릴린 먼로 등등, 총 18명의 유명한 인물이 엘리엇과 시합을 치른다. 주인공은 각 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깨달음을 정작 활용하지 못하는 엘리엇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타인의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진리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실생활에 적용하지는 못하는 진리이다. 엘리엇은 프로이트와의 대결에서 상대를 과소평가하고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해서 패한다. 그는 이전의 경기에서 얻은 적지 않은 깨달음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엘리엇은 반성한다. 엘리엇의 이와 같은 행태는 나에게도 자주 일어난다. 엘리엇의 반성이 나의 반성이기도 한 순간이었다.

엘리엇은 시합의 승패와 무관하게 하느님에게서 생명을 선물받는다. 노력이라는 땀방울이 생명이라는 열매를 맺게 한 것이다. 『천국에서의 골프』를 읽는 초반에는 생소한 골프용어를 이해하기위해 뒷부분의 용어설명을 찾아보느라 손이 바빴다. 하지만 이정도의 노력을 들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포기할 수 없는 노력이라 할 수 있겠다. 작가는 골프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나도 작가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때로는 테크닉이, 때로는 운이 필요하지만 골프는 오롯이 자신의 집중력으로 인해 승패가 결정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생은 타인에 의해서 휘둘리지도 결정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번 되새기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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