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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덧 나도 먹을 만큼 먹은 배가 부른 나이가 됐다. 사회가 정한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완연한 성년이다. 그것도 한참 지난……. 하지만 나는 정신적으로는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엄마가 없는 내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기도 싫다. 나는 여전히 미성년이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나와 같으리라.

작년부터 영화, 공연, 출판 등 문화계에 '엄마열풍'이 불기 시작하였고 지금도 그 열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화두일 뿐만 아니라 시쳇말로 돈벌이가 되는 주제이다. 그러므로 이 현상은 한동안 꾸준히 이어갈 듯싶다. 그래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 대한 색안경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작품도 엄마열풍에 영리하게 편승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노희경은 골수 마니아 팬을 확보한 유명작가이다. TV드라마를 꼬박꼬박 챙겨볼만큼 부지런하지 않기에 나는 그녀의 드라마를 접한 적이 없다. 솔직히 그녀가 어떤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작가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신생작가의 통속적인 작품을 만나는 입장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마주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암에 걸린 엄마와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가족들의 슬픈 이야기이다. 당연히 눈물 콧물을 한껏 뽑아낼 것이라 예상한 상태로 읽기 시작했다. 또한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내용은 충분히 점쳐볼 수 있었다. 일반화된 내용을 어떤 식으로 재구성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작품 초반, 특히 연수와 영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노희경이라는 작가의 명성이 과대 포장되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연수와 영석은 처녀와 유부남의 흔해빠진 불륜사이였고 그런 연수를 곁에서 묵묵히 바라보는 오래된 선배와의 관계는 나로 하여금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게 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기 암에 걸린 사실을 모르는 엄마와 그 사실을 알게 될 아버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갔다. 아무래도 노희경 작가는 독자의 시선을 이끄는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한 번에 읽어냈다. 보통은 며칠에 걸쳐서 나눠 읽는 게 나의 독서습관인데 이 작품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통속적인 내용을 흡인력 있게 만드는 노희경만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들은 엄마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부터는 가족들과 독자의 폭풍눈물이 시작된다. 쉼 없이 눈물이 흘러 닦아내느라 책읽기를 중간 중간 멈춰야 했다. 누구나 생각하는 것을 글로 뽑아내는 노희경 작가의 능력은 특별했다. 아들딸과 남편의 회한이 담긴 말들은 어머니를 둔 세상의 모든 자식들의 마음이었고 꾸짖음이었다. 엄마가 죽는다는 사실보다는 엄마 없이 살아갈 자신이 먼저 걱정된다던 연수의 울부짖음은 평생 희생한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연수의 마음이 내 마음과 많이 닮아있어 내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어머니는 건강하시다. 두렵고 생각하기도 싫지만 나도 언젠가는 이별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 이별이 아주 아주 늦게 오길 바랄뿐이다. 남들에게는 사탕발린 달콤한 소리도 잘 하면서 정작 가족에게, 어머니에게는 어색하기만 하다. 앞으로는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자주 전해야겠다. 내 어머니를 위해서, 나 스스로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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