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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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이 여름

몽테뉴의 사유와 함께 하다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







제목은 많이 알려져 있더라도 쉽게 읽을 수가 없는 책들이 있다. 제법 어려워 보이면서 천 페이지가 넘는 책들은 정말이지 큰 맘먹지 않으면 도전하기 망설여진다. 더구나 소설이 아니라 인문학 또는 에세이라면 아흑, 나 대신 누군가 읽고 써머리로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은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철학가인 몽테뉴가 20년간 집필한 <수상록>에서 뽑아낸 고농축 에센스 같은 책이다. 바로 내가 찾던 그 책.




그 고마우신 분은 프랑스 인문학자 앙투안 콩파뇽으로, 몽테뉴의  《수상록》에서 흥미로운 주제 40개를 골라 그만의 해석을 붙여 현재의 시사성까지 운하며 몽테뉴에게 입덕할 포문을 쉽게 열어주고 있었다. 콩파뇽(성이 왜 이리 정겹지.. 코피노? 늑힘)는 프랑스 문화 행사인 '프랑스 엥테르'에서 매년 진행을 하는 방송인이기도 하다. 몽테뉴로 시작해  보들레르·파스칼·빅토르 위고·호메로스 등 위대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했던 것을 책으로 펴내게 되는데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라고 한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만 85만 부가 판매되고 전 세계 7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이 유명한 책을 만나게 되다니 감개무량 뿜뿜이다.




굉장히 스마트했던 몽테뉴는 1544-1570 재판부에서 행정관으로 재임한 이력이 있다. 당시 공직 생활에 부담과 환멸을 느껴 1570년 37세의 나이로 보르도 고등법원 법관직을 사임하고 몽테뉴 성의 서재에 은둔하며 독서와 글쓰기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렇게 20년 동안 자신의 고찰 견해, 통찰을 담은 <수상록>을 내놓게 된다. 수필(에세이)라는 장르가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의 글은 독특한 형식의 글이었다. 몽테뉴 이후로 수필이란 장르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이번 기회에 몽테뉴의 자료를 찾아보니 <수상록>은 1676-1854년에는 성경을 인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티칸으로 부터 금서로 지정되기 했다고 한다. 실제 그는 정통 카톨릭자였는데도 말이다. 반면, 인용의 대가인 몽테뉴는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루크레티우스가 쓴 작품에서 뽑아 낸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그 시대 사건사고가 많았다. 아, 진짜~ 할많하않.




"독서는 전 여정을 나와 함께 하며 어디서나 나를 돕는다. 나의 노화와 고독을 위로해 주고, 권태로운 한가로움의 무게를 덜어주고, 성가신 친구들을 언제라도 떼어주고, 극단적이거나 아주 심하지만 않다면 고통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해준다. 성가신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그저 책만 펼쳐 들면 된다. 책은 이내 나를 자기 쪽으로 돌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또한 내가 좀 더 실제적이고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다른 편익이 없을 때만 찾더라도 절대 들고일어나지 않고, 언제나 같은 얼굴로 나를 맞이해 준다. (1292)





"누가 더 많이 아는지 보다는 누가 더 잘 아는지 물어야 한다. 우리는 이해력과 양심은 비워둔 채 기억을 채우는 데만 힘쓴다. 마치 새들이 이따금 모이를 찾으면 새끼들에게 먹이려고 그것을 맛보지 않고 부리에 물고만 있는 격이다. 이처럼 우리 학자 나리들도 책 속의 학문을 쪼아서는 입술 끝에만 간직하고 있다가 토해내 바람에 날려 버린다. (208)




진지하게 시작했는데 어라! 뭔가 웃기면서 인간미 넘치고, 다시 진지했다가 '옳다고나!'라고 무릎을 탁! 치는 몽테뉴의 문장에 매료되어버렸다. 처음부터 필사를 목적으로 이 책을 손에 쥐게 되었는데 '뭐, 이리 유쾌한 아저씨가 있나~' 하고 그냥 끊김 없이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정신 차리고 필사를 시작했는데 '맙소사, 제외(요약해야 하는데) 할 문장이 없어'서 정말 난처했다. 유창한 언변가의 키케로에 빙의된 듯한 몽테뉴의 말빨과 프랑스 인문학을 친숙하게 전파하는 능력을 지닌 콩파뇽의 해설은 최상의 콜라보이며 대단한 시너지를 뽐내고 있는 듯했다. 결국 이 책도 전체(통) 필사 목록에 포함시키는 걸로 결정.


몽테뉴의 인생에 화두는 '나는 무엇을 아는가'였다. 그가 비꼬지 않았던 학자는 유일하게 소크라테스라고 한다. 두 사람의 인생 최대 고민이 닮아 있긴 하다. 그의 인생 화두처럼 수상록에도 '나를 탐구'를 주제로 여러 사유와 견해를 읽어 낼 수 있었다. 몽테뉴 자신의 탐구는 인간의 본성을 알렸으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몽테뉴의 글은 끊임없이 나 자신으로 되돌아 오게 한다.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가 이 책에 있다. 500년 가깝게 계속 읽어지고 있는 이유는 분명 있다. 이번 여름에 나는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의 통필사를 목표로 잡기로 했다. 이토록 경쾌한 지식과 함께라니. 올여름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여름여행단원으로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을 담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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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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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북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설득》

 

 

 

 

서머싯셔 켈린치 홀에 사는 윌터 엘리엇 경이 재미 삼아 보는 책이라고는 준남작 명부뿐이었다. 준남작은 세습 작위 중에서는 최하위에 속하는 작위라고 한다. 윌터는 지위에 대한 애착과 허영심 가득한 인물이다. 그의 멋진 외모와 지위 덕분에 분에 넘치는 아내를 맞게 되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딸을 얻게 된다. 첫째가 열여섯 살인 무렵 레이디 엘리엇은 세상을 떠난다. 첫째인 엘리자베스는 어머니가 가졌던 권한과 권위를 거의 물려받았다. 덤으로 아름다운 외모는 부모님으로부터 모두 물려받아 영향력을 행사하기 충분했다. 첫째의 광채에 남은 두 딸의 장점은 잘 드러나지 않게 되는데 특히 둘째 앤은 아버지와 언니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무슨 일이든 양보해야 하는 사람은 늘 자신이었다. 이것이 둘째의 설움이던가. 그나마 셋 중에 앤을 가장 아끼는 대모, 레이디 러셀(어머니의 친구)에게서 어머니의 그리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언니의 허영심은 빚이 감당 못할 정도로 늘어났고, 결국 집을 임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돼버렸다. 그런데 그 집에 구남친의 누나 부부가 들어올 줄이야. 앤이 열아홉 살에 만난 프레더릭 웬트워스와 관계는 사랑하는 대모 레이디 러셀과 아버지의 냉대에 설득당해 그의 청혼을 거절해야만 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나 다시 만난 그. 

 

 

 

앤은 다른 사람들의 뜻에 따라 그를 포기했다. 

설득에 쉽게 넘어간 탓이었다. 

나약함과 비겁함의 결과였다.​

p91

 

 

 

운명의 여신은 그들의 편이 맞는 걸까. 앤과 웬트워스는 자주 마주치지만 쉽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오해와 편견만 쌓아지고 있었다. 웬트워스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결혼한 처자를 찾기 위해서라지만 앤의 주변을 겉도는 것이 수상했다. 그런 사이 앤에게 유력한 결혼 후보가 나타났으니, 준남작 엘리엇 경의 재산 승계 내정자인 엘레엇 씨가 앤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앤의 동생 메리의 시누이 루이자의 사고로 책임감을 갖고 약혼한 웬트워스. 조용히 둘이서 진도를 나가긴 글러먹은 상황. 이 둘의 결말은?

 

 

제인 오스틴이 투병 중에 탄생한 <설득>은 기존의 작품처럼 당시 귀족사회, 결혼 풍습, 성차별 등은 재치 있게 고발하고 있었다. 상속자 명단에서 열외 되는 대상이 여성이라는, 불평등을 아주 당연시 받아들인 시대에 살지 않았다는 것에 분통과 감사함을 느끼며 읽어내려갔다. 오스틴이 집필한 시절 영국에서 결혼은 재산과 지위를 중심으로 한 정략결혼이 흔했기에 애정으로 짝을 정하기에는 주변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전지적 시점으로 열렬히 참견하며 자신의 뜻대로 설득을 했을지 아주 뻔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하지않는가.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우리는 설득과 늘 함께 했다. 나 자신에게, 당신에게, 집단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등. 설득을 시키고 당하고. 자신이 가진 신념을 지키기 위해 설득을 하거나 설득을 당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쓴다. 누굴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한 선택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매 순간 나를 설득하다 보면 나에게도 그대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제인 오스틴은 노처녀로 생을 마감했지만 한 번 결혼을 할 뻔했다. 스물일곱 살 때 큰 땅을 상속받을 남작에게서 청혼을 받았지만 다음날 철회한다. 그녀는 물질적 풍요보다는 애정으로 시작하는 결혼을 꿈꿨던 게 아닐까. 그 마음이 <설득>이라는 소설에서 잘 보이는 듯하다. 

 

제인 오스틴 표 고전 로맨스는 믿고 보는 소설이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여러 채널에서 지금껏 회자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두근두근, 쫄깃쫄깃, 애달복달하며 읽게 되는 매력적인 그녀의 소설은 계속 찾아보게 되어 있다. 윌북 첫사랑 컬렉션에 큰 자리를 차지한 건 당연한 것이다. <오만과 편견> <노생거 수도원>을 재밌게 읽었다면 이 작품을 읽어야 한다. 오스틴의 가장 완벽한 소설이니까.

 

 

 

 

 

 

*윌북 첫사랑 컬렉션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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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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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그녀와 그』


조르주 상드/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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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접어들어서야 자유로운 연애가 가능했다. 이전까의 결혼의 형태란 모종의 계약이었으며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다 보니 근친혼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그들의 수명은 길지 않았고, 중세 교회는 애정 없는 결혼을 권장하며 금욕생활을 주장했으나 사람은 하지 말라면 더 하는 존재일터 그들은 안 그런척하며 더 열정적으로 사랑을 했더랬다. 물론 배우자가 아닌 누군가와. 사랑이 없는 삶이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조르주 상드는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다. 본명은 아망틴 뤼실 오로르 뒤팽으로 상드는 필명이다. 연인이었던 소설가인 쥘 상드의 이름에서 따온 조르주 상드를 필명 삼아 첫 소설 <앵디아나>를 출간한다. 평범한 운명과 시대를 거부했던 그녀는 자유분방한 연애를 하며 창작활동을 펼쳤다. 관계에 규정하지 않았던 상드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했고 쇼팽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과 연애했다. 이 소설은 연하의 연인인 소설가 알프레드 드 뮈세와의 실제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지고 있다.



상대를 향한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 나를 구속해줬으면 하는 강한 소망 동시에 나만의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아니더라도 그의 행복한 미소가 늘 떠나질 않길, 그의 앞날이 축복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우정일까 사랑일까. 이 소설에 사랑은 평화롭지 않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서신과 대화에서 여러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 사랑, 갈망, 애증, 체념 때로는 비아냥 등 연애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모든 감정을 토해내듯 소설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충실했다.




테레즈와 로랑은 원초적으로 성향이 다르다. 비슷한 점이라고는 테레즈는 초상화가, 로랑은 건축화가라는 점이다. 예술가들은 보통의 감성을 지닌 존재가 아님을 알지만, 아이 같은 로랑의 광기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서로를 원하지만 함께 할수록 상처뿐인 시간들에 테레즈는 지쳐갔을 것이다. 휘몰아치듯 마음을 긁어내는 로랑보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리처드 파머에게서 안정을 찾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세 사람의 위한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



╒◖═══════════════════════◗╕



고전로맨스만 읽으면 왜 이리 혼자 상황극을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현대 소설도 가끔 상황극을 한다.) 조르주 상드의 글을 처음 접하는데도 지나치게 감정 이입에 되어 수차례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니네 셋 다 왜들 이러는 거냐'라고 어이없어하면서 또다시 상황극을 하고. 안타깝고 속상한 순간들이 가슴이 저릿저릿하다가 그들의 절절한 사랑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파머 때문에 또 울컥하고 또 특별 게스트의 등장에 기뻐하고. 아! 이 소설은 요물인가. 롤러코스터를 몇 번이나 타게 할 참인지.




상드는 테레즈로, 뮈세는 로랑으로 대신해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로랑의 세계에 잠시 머물던 상드와 상드의 세계에 침범하고 싶어 했던 로랑의 집요한 사랑 이야기.


‘세기의 연인’이라 불렸던 이들의 사랑은 길지 않았다. <그녀와 그>는 두 번째 이야기로 첫 번째는 뮈세가 <세기아의 고백>으로 그녀와의 이야기를 발표했다. <세기아의 고백>은 뮈세의 시선으로 본 그들의 시간이었고 <그녀와 그>는 상드의 시선으로 본 둘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시인이었던 뮈세가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써 내려간 소설도 궁금해진다. 그도 많이 아팠을 거라고 예상되지만 모든 사랑은 아름답기에 기록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랑... 그건 치명적인 고통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한다.







#그녀와그 #조르주상드 #휴머니스트

 #로맨스소설 #소설추천

#베스트소설

#휴머니스트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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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1
한정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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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jpg


 

 

 

 

현대문학 핀시리즈 41

 『마고』 

한정현

 

✧·····················*﹡❋ ❋ ❋﹡*·····················✧



 

 

 

그 여인을 그냥 두세요.

여자를 제발 내버려 두세요.

 

 

1948년 5월 조선 해방 후 첫 선거였다. 조선 최초로 여인도 선거를 할 수 있었던 게 못마땅한 사내는 한 여인을 향해 어디 부녀자가 나랏일에 관심을 가지냐며 고성을 질렀고 이를 발견한 연가성은 한 마디를 했다. 미 군정에 의해 경성은 서울로 명칭이 바뀌고 새로운 바람이 일렁이는 시대였다. 그러나 실상은 일제 때만큼이나 시위는 빈번했다. 여인들에 대한 범죄 또한 여전했다. 한 명의 여성을 죽이기 위해 때로 달려든 남성도 많았고 한 명의 여성을 강간하기 위해 모여든 남성들도 많았다. 신분이나 계급은 여성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범죄 앞에선 늘 공평한 처지였다.

 

 

 

세 명의 부인 용의자.

한 명의 미남자 학구파 교수를 죽이다.

 

 

피해자는 남자 한 명, 용의자 세 여인 중에 한 명은 이미 자살. 연가성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여러 정황상 범인은 자살한 여인이 되어야 할 터. 그러나 미군 이든 대위를 만나고 이 사건의 범인은 그녀들이 되어야만 하는 사정을 알게 된다. 종로경찰서에서 검안의 그리고 세 개의 달이라고 불리는 서울 명탐정은 연가성이다. 그 여성 탐정으로 그녀에게 왓슨 역할은 문화부 기자 권운서가 도맡아 하고 있다. 이번 사건도 석연치 않아 비공개로 알아보고자 했으나 호텔 포엠의 사장 에리카가 세 개의 달에게 이 사건을 의뢰한다. 살해 현장이 이 호텔이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보였다. 에리카는 서울의 유행을 선도하는 화제 인물이며 사내들은 마녀라고 부르고 여학생들은 마고라고 불린다. 에리카는 그날의 일을 가성에게 말해주는데...

 

​유일한 여성 신이었던 마고는 세상을 창조했다. 자신의 옷자락을 찢어 세상을 만들었지만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여성 신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그들은 마고를 부정하고 마녀라고 부르도록 신화를 오염시켰다. 사실 소설을 읽기 전 나에게 익숙한 마고는 프랑스 왕비 마고뿐이었다. 우리나라 신화 중 마고의 존재는 금시초문이었다. 에리카처럼 연가성도 마고라는 별명으로 불린 시절이 있었다.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는 이들의 모습은 닮아 있었다. 그리고 연인에 대한 마음도.

 

 

⋆ ₊ ゚   ☽ * ₊ ⋆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로 갈게 

 

 

피해자의 상의 포켓에 있던 쪽지에 적힌 문장은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 문장은 여러 장소에서 발견된다. 책의 마지막에야 포괄된 의미를 깨닫게 되는 동시에 전율이 일어난다. 그리고 다시 맨 앞장에 첫 문장에 시선이 꽂힌다. 한동안 넋을 읽게 되었다.

 

 

윤박 교수를 죽인 세 명의 용의자. 선주혜, 윤선자, 현초의. 그녀들은 지속적인 피해자였기에 가해자로 지목이 되어도 이상할게 없다. 그런데 작가는 처음부터 범인을 지목함으로써 이 소설의 중점은 이 사건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미 군정기를 배경으로 레이아웃을 잡고 그 배경 속에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타이틀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역사와 페미니즘이 소설에서 제법 어필되고 있지만 나에게 이 작품은 로맨스라고 정의하기로 했다. 시대를 잘못 만나 이룰 수 없었던 절절한 사랑 이야기.

 

 

현대문학 핀시리즈 『마고』를 다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필사를 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은은한 달빛이 더 따스하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펜을 든다. 독서 중 울었던 구간을 손으로 옮길 때면 또다시 울겠지만.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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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해도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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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 알에이치코리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분명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게 새롭고 흥밋거리였던 세상은 내 몸이 커갈수록 일부는 흥미를 잃고 때때로 모른체하며 시야는 점점 좁아진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잃어버린 것이다. 맑고 호기로웠던 눈이 점점 이성이라는 딱딱하고 건조한 눈으로 인간은 진화와 퇴화를 동시에 한다.



아홉 살 로빈는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온몸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예고 없이 발작을 일으키는 로빈. 아빠는 여러번 학교에 불려가 교사의 협박과 같은 조언을 듣고 로빈과 함께 귀가하곤 했다. 시오는 학교가 권유한 방법(병원 및 약물)이 아이에게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죽은 아내의 전남친 마커의 도움을 받아 연구 중인 치료법 뉴로피드백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내가 죽기 전에 둘이서 시범적으로 체험을 했던 뉴로피드백에 아내의 자료가 있었고 그렇게 로빈은 엄마를 만나 점차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갔다. 마커의 연구는 로빈의 변화로 긍정적인 피드백 자료를 남길 수 있었고 곧 세상은 이들에게 주목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뉴스에 로빈은 다시 발작을 하게 되고.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은 아빠시오가 로빈에게 들려주는 행성이야기로 시작된다. 로빈의 격렬한 감정을 말랑하게 시켜주는 최고의 이슈는 밤하늘에 별을 탐사하며 듣는 흥미로운 우주 이야기다. 로빈이 좋아하는 것은 동물 그리기. 행성 이야기, 생태계 보호 캠페인 하기 그리고 엄마와 아빠다. 엄마 얼리사는 사는 동안 열정적으로 동물권 운동을 했던 법조인이었다. 그녀의 교통사고는 시오와 로빈에게 큰 충격을 줬을 것이다. 편부모가 된 시오는 사랑스럽고 특별한 로빈을 어떤 방법으로 사랑하고 훈육시켜야 할지 깊은 고민을 한다. 학교는 자신에게 거추장한 틀이라는 것을, 자신은 홈스쿨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시오를 설득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든 지성체가 불필요한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우리의 기억으로 엄마를 살게 하는 거라고 말하던 이 아이, 엄마가 그토록 사력을 다했던 동물권 운동을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마음에 깊이 새긴 로빈. 로빈은 죽은 동물, 고통스러워하는 동물들을 보며 몸부림친다. 시오가 로빈을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얼리사를 잃은 상실과 그녀와 너무나 닮은 모습 때문이지 않았을까. 나라면,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과연 감당할 수 있었을까 미지수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로빈과의 여정을 담았지만 그 속에는 기후위기와 인간들의 욕심에 학대받는 동물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로빈과 같은 아이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님에도 외면하고 있는 어른들의 인식이 변화되기를 바라며, 세상의 모든 부모님께 존경을 표하고 싶다.






RHK북클럽으로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새들이모조리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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