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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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이 여름

몽테뉴의 사유와 함께 하다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







제목은 많이 알려져 있더라도 쉽게 읽을 수가 없는 책들이 있다. 제법 어려워 보이면서 천 페이지가 넘는 책들은 정말이지 큰 맘먹지 않으면 도전하기 망설여진다. 더구나 소설이 아니라 인문학 또는 에세이라면 아흑, 나 대신 누군가 읽고 써머리로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은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철학가인 몽테뉴가 20년간 집필한 <수상록>에서 뽑아낸 고농축 에센스 같은 책이다. 바로 내가 찾던 그 책.




그 고마우신 분은 프랑스 인문학자 앙투안 콩파뇽으로, 몽테뉴의  《수상록》에서 흥미로운 주제 40개를 골라 그만의 해석을 붙여 현재의 시사성까지 운하며 몽테뉴에게 입덕할 포문을 쉽게 열어주고 있었다. 콩파뇽(성이 왜 이리 정겹지.. 코피노? 늑힘)는 프랑스 문화 행사인 '프랑스 엥테르'에서 매년 진행을 하는 방송인이기도 하다. 몽테뉴로 시작해  보들레르·파스칼·빅토르 위고·호메로스 등 위대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했던 것을 책으로 펴내게 되는데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라고 한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만 85만 부가 판매되고 전 세계 7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이 유명한 책을 만나게 되다니 감개무량 뿜뿜이다.




굉장히 스마트했던 몽테뉴는 1544-1570 재판부에서 행정관으로 재임한 이력이 있다. 당시 공직 생활에 부담과 환멸을 느껴 1570년 37세의 나이로 보르도 고등법원 법관직을 사임하고 몽테뉴 성의 서재에 은둔하며 독서와 글쓰기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렇게 20년 동안 자신의 고찰 견해, 통찰을 담은 <수상록>을 내놓게 된다. 수필(에세이)라는 장르가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의 글은 독특한 형식의 글이었다. 몽테뉴 이후로 수필이란 장르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이번 기회에 몽테뉴의 자료를 찾아보니 <수상록>은 1676-1854년에는 성경을 인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티칸으로 부터 금서로 지정되기 했다고 한다. 실제 그는 정통 카톨릭자였는데도 말이다. 반면, 인용의 대가인 몽테뉴는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루크레티우스가 쓴 작품에서 뽑아 낸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그 시대 사건사고가 많았다. 아, 진짜~ 할많하않.




"독서는 전 여정을 나와 함께 하며 어디서나 나를 돕는다. 나의 노화와 고독을 위로해 주고, 권태로운 한가로움의 무게를 덜어주고, 성가신 친구들을 언제라도 떼어주고, 극단적이거나 아주 심하지만 않다면 고통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해준다. 성가신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그저 책만 펼쳐 들면 된다. 책은 이내 나를 자기 쪽으로 돌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또한 내가 좀 더 실제적이고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다른 편익이 없을 때만 찾더라도 절대 들고일어나지 않고, 언제나 같은 얼굴로 나를 맞이해 준다. (1292)





"누가 더 많이 아는지 보다는 누가 더 잘 아는지 물어야 한다. 우리는 이해력과 양심은 비워둔 채 기억을 채우는 데만 힘쓴다. 마치 새들이 이따금 모이를 찾으면 새끼들에게 먹이려고 그것을 맛보지 않고 부리에 물고만 있는 격이다. 이처럼 우리 학자 나리들도 책 속의 학문을 쪼아서는 입술 끝에만 간직하고 있다가 토해내 바람에 날려 버린다. (208)




진지하게 시작했는데 어라! 뭔가 웃기면서 인간미 넘치고, 다시 진지했다가 '옳다고나!'라고 무릎을 탁! 치는 몽테뉴의 문장에 매료되어버렸다. 처음부터 필사를 목적으로 이 책을 손에 쥐게 되었는데 '뭐, 이리 유쾌한 아저씨가 있나~' 하고 그냥 끊김 없이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정신 차리고 필사를 시작했는데 '맙소사, 제외(요약해야 하는데) 할 문장이 없어'서 정말 난처했다. 유창한 언변가의 키케로에 빙의된 듯한 몽테뉴의 말빨과 프랑스 인문학을 친숙하게 전파하는 능력을 지닌 콩파뇽의 해설은 최상의 콜라보이며 대단한 시너지를 뽐내고 있는 듯했다. 결국 이 책도 전체(통) 필사 목록에 포함시키는 걸로 결정.


몽테뉴의 인생에 화두는 '나는 무엇을 아는가'였다. 그가 비꼬지 않았던 학자는 유일하게 소크라테스라고 한다. 두 사람의 인생 최대 고민이 닮아 있긴 하다. 그의 인생 화두처럼 수상록에도 '나를 탐구'를 주제로 여러 사유와 견해를 읽어 낼 수 있었다. 몽테뉴 자신의 탐구는 인간의 본성을 알렸으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몽테뉴의 글은 끊임없이 나 자신으로 되돌아 오게 한다.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가 이 책에 있다. 500년 가깝게 계속 읽어지고 있는 이유는 분명 있다. 이번 여름에 나는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의 통필사를 목표로 잡기로 했다. 이토록 경쾌한 지식과 함께라니. 올여름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여름여행단원으로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을 담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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