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은 언제나 대중적 흥미를 고양시키는 마력이 있다. 적절한 소속감을 확보해주고, 다른 세대와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 어떤 사회적 필요에 따라 호명해 내는 맛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간 세대론과 관련해서 챙겨두었던 책들을 정리해 본다. 우선 최근의 20대를 중심으로 한 세대론의 시발점은 우석훈으로 잡아야 하겠다. 좋든 싫든 그의 '88만원 세대'는 20대가 처한 현실을 일깨우는 냉수마찰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그에 약간 선행하는 송호근의 '포스트-386 세대론'이 있다. 그는 2002년의 월드컵 거리응원과 촛불시위에서 어떤 세대론적 조짐을 읽어내었으나, 노무현 정권의 등장과 더불어 거세어진 386세대 비판을 위해 '포스트-386'을 동원해내는 작위성이 엿보인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그가 보았던, 386세대와 차별성을 갖는 20대 그룹은 우석훈에게 와서 훨씬 그 간극을 벌리늠 양상으로 묘사 되지만, 좀더 독자적인 분석 단위이자, 사회적 (비)실천 주체로 포착된다.
우석훈의 세대론에 따른 실천은 그러나 좀 실망스럽게 비틀거린다. 저항이 그리 쉽게 조직되지 않은 탓이다. 그 지점에서 우석훈의 분석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가를 비판적으로 보는 지점이 확보된다. 88만원 세대, 비정규직이 일반화된 디스토피아를 보면서 젊은이들은 우석훈의 처방을 따라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든' 것이 아니라, '나는 88만원 세대가 되지 말아야지'라며 '자기개발 담론'에 전적으로 투신하는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 훨씬 더 보편적 대세가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때문인지, 우석훈의 두번째 세대론 책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에 오면 20대를 향한 그의 실망감은 책 전체에서 별다른 주저없이 툭툭 튀어나온다.
이쯤 되어서 "20대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게 하라"는 기획들이 등장하게 된다. 꽤 여러 책들이 나왔지만, 꼽을 만한 것으로는 서울대 재학생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20대 전반전'과 과감히 다른 방식의 삶을 시도한 '요새 젊은 것들'을 눈여겨 볼만하고, 상당히 다른 결이지만 20대에 공모전의 여왕으로 자기개발의 성공 모델을 보여준 박신영의 '삽질 정신'과 그 후속작 '레츠 그루브'를 챙겨볼만하다. 10대 후반부터 두각을 보인 논객 한윤형의 자전적 스토리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도 흥미롭다. 20대 내부의 담론지형에 일찍 자리를 잡은 그의 스토리는 20대 대표성을 말하긴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 시기 이들이 겪은 삶의 지형을 얼추 그려볼 수 있는 자료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또, 2010년의 사건 중 하나인 김예슬의 고려대 자퇴선언인 '나는 오늘 대학을 거부한다'는 이후 '김예슬 선언'으로 묶여져 나와있다.
최근 20대 담론은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에서 한번 크게 변곡점을 지나는 것 같다. 그는 세대론이 은폐하고, 배제하는 지점을 정색하고 짚어내면서 이 모든 소란스러움의 부질없음을 폭로한다. 그와 함께 작업한 덕성여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학생들의 이야기는 세대론 논의의 이면을 뒤집어 볼 지점을 많이 많이 제공한다.
20대 세대론은 물론 단행본으로 묶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많이 포함한다. 김용민의 '20대, 너희들은 이미 늦었다'는 칼럼은 '20대 개새끼론'으로 재명명되어 입길에 올랐다. 또한, 2002년 상황을 마케팅을 위한 세대분석으로 활용해서 널리 인용된 'P-세대론'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와 유용한 행동성향 분석을 포함하고 있어서 20대 세대론 논의에 상당한 유용성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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