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
뤼시앵 페브르 지음, 김중현 옮김 / 이른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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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종교개혁500주년이니 여기저기서 루터 관련 기획서들이 나올 것은 예상했다. 그런데, 낯선 출판사가 기이한 기획을 선보였다. 20세기 초반 역사학연구에 지각변동을 초래한 '아날 학파'의 대표학자인 뤼시앵 페브르가 루터 인생에서 1517-1525년까지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을 내어놓았다. 저자는 '전기도 평전도 아니다. 단순하지만 비극적이었던 한 운명곡선을 보여주는 것. 그 곡선이 지나가는 아주 중요한 몇몇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 짚어보는 것'이라고 이 책의 관심사를 요약했다. 이런 포부에 걸맞게 그는 기존의 평가나 특정한 신학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고 모순과 역설로 가득한 루터의 입체적 면모를 가감없이 잘 드러내주고 있다. 아마 올 한해 우리는 루터에 대한 찬양과 기림을 수도 없이 들을 것이며, 이를 위해 생략되고 간과된 진실의 파편들을 불편하게 마주할 것이다. 페브르의 책은 아마도 영웅도 아니고 파탄자도 아닌 한 역사적 인물의 복원과 재구성에 심혈을 기울임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수 많은 이들의 삶에 던지는 메시지가 만만치 않게 강렬할 것이다. 이른비 출판사는 제임스 레스터 지음, 서미석 옮김, <루터의 밧모섬: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보낸 침묵과 격동의 1년> (이른비, 2016)도 낸 바 있다. 그 유명한 보름스 회의 이후 루터가 납치되어서 독일어 성경을 번역한 1년간을 조명한 책이다. 이 출판사가 루터를 파고드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그것이 매우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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