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 예배.세계관.문화적 형성 문화적 예전 시리즈 1
제임스 K. A. 스미스 지음, 박세혁 옮김 / IVP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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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임박해서 나오는 바람에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갈 상황이었으나, 출판사 측에서도 자신하듯 이 책은 올해의 기대주다. 칼빈대에서 철학과 신학을 가르치는 제임스 스미스는 아마 현재 미국 복음주의, 개혁주의 영역에서 가장 핫한 학자일 것이다. 존 카푸토 아래서 자크 데리다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고, 최근에는 사회사상의 대가 찰스 테일러를 기독교권에 소개하느라 힘쓰고 있는 한편,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나듯 아우구스티누스부터 타협 없이 기독교 전통을 훑어내는 급진정통주의(Radical Orthodoxy)를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있기도 하다. 그는 결코 만만치 않은 철학과 신학의 최근 조류를 과도한 단순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면서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보란 듯이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모색의 결과물로, 문화적 예전(Cultural Liturgy)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우리는 향후 몇 년간 그의 책이 줄줄이 번역되어 소개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기존의 기독교 세계관 논의가 ‘생각하는 인간’ 혹은 ‘믿는 인간’을 전제하면서 합리주의적, 인지주의적 관심에 경도되었다면, 이제는 인간의 욕망 형성구조(desire formation)에 더 주목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하는 인간’이란 통찰이 적극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고 본다. 제임스 스미스는 이렇게 세계관 논의를 인식의 문제에서 욕망의 형성 문제로 전환하면서, 예배야말로 무엇을 사랑하며, 어떻게 사랑하며, 왜 사랑하는지에 관한 가장 근원적 형성이란 주장을 들고나온다. 그리고 모든 것이 욕망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포스트모던 시대를 뚫고나갈 기독교적 대안은 욕망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예배이며, 이를 문화적 예전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집약된다. 그의 기획은 상당히 많은 주제의 논의구조를 바꿀 야심찬 것이며, 성공한다면 기념비적 작업이 될 것이다. 한국 독자들이 머리와 가슴을 풀 스케일로 가동하게끔 도발하는 책이 나왔으니, 잘 읽고 우리는 어떤 문화적 예전을 시전 해야 할지 고민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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