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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세계기독교인이 되었는가 - 마크 놀의 세계기독교 이야기
마크 A. 놀 지음, 배덕만 옮김 / 복있는사람 / 2016년 9월
평점 :
아마 마크 놀의 책은 나올 때마다 거의 다 추천했던 것 같다. 믿고 보는 저자이니 매번 기대하게 되는데, 이번 책은 그의 학문적 자서전이나 다름없는 내용이라 매우 즐겁게 읽었다. 그는 27년간 휘튼대학교에서 미국 복음주의 역사를 가르치며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 같은 저술로 뚜렷한 족적을 남겼고, 2006년 가톨릭 재단인 노트르담 대학으로 옮기면서 미국 교회사와 세계교회사 전반을 능숙하게 아우르는 학계의 대표적 석학으로 인정받으며 최고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그런 마크 놀에게 기획자 조엘 카펜터는 ‘어떻게 기독교가 서구에서 비서구의 종교로 변모해가는지 개인사적 맥락과 더불어 서술해 달라’는 요청을 던졌고, 그 결과물이 이 책이다. 덕분에 이 책은 20세기 중후반에 두드러졌던 인식의 전환을 교회사나 선교 역사적 이론이 아니라, 마크 놀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지적 탐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학계의 주요 인물과 사상, 사건들을 세밀하게 언급해가면서 재현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가 대학에서 공부하고, 학자로 가르칠 때의 커리큘럼이며 강의실 풍경, <개혁주의 저널>이나 <책과문화>의 창간과 그 역할 등 미국 복음주의권의 내부 움직임을 실감 나게 언급한 대목들은 ‘복음주의’ 덕후들의 호기심을 대거 충족시켜줄 만하다.
‘복음주의 운동’ 전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독서로 권하겠다. 선교학이나 현대교회사 관심자도 미국의 학문적 흐름과 연구 분위기가 어떠한지를 실감 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이런 내용에 해당하는 한국판의 등장이 간절하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게 된다. 우리의 현재진행형 역사를 어떻게 기술해야 할지, 어떤 영역이 과잉이며, 어디가 결핍인지를 역사적 안목으로 정리해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다 역사의 한 부분이다. 기독교는 이제 ‘세계 기독교(world/global Christianity)’라고 불러야 마땅한 상황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 인식마저도 서구학자의 학문적 일생이란 거울에 비춰야 반추할 수 있는 아이러니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이 책을 읽을 수는 없다. 책을 덮으며 ‘우리는 어떻게 세계기독교인이 될 것인가’를 질문하게 된다면, 아마 당신은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