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학 분야에서 바울신학은 메이저 중의 메이저 영역이라 수많은 학자들이 저마다 야망을 갖고 새로운 이해의 지평을 제시하기를 소망했다. 쟁점도 많고, 주장도 제각각이다. 지나치게 안전위주로 정통성 신앙고백(?)을 승인해주는 입장만을 찾아가며 읽을 수도 있고, 완전 해체적 시각으로 점철된 흐름을 따라 읽을 책도 수십권일테다.
이 목록에서는 나의 개인적 선호를 바탕으로 바울신학의 개괄적 구성, 혹은 적어도 한번쯤은 건드리고 지나가야 할 쟁점을 소화하고 있는 책들을 간략히 뽑아 보았다. 리스트는 계속 업데이트 되어야 할 것이기에 현재의 목록은 잠정적인 것으로 간주해주기를 기대한다.
1) 바울신학의 기원과 중심
바울신학을 논하자면, 그 신학 혹은 신앙고백의 핵심이 과연 무엇인가가 규명되어야 한다. 그것은 '칭의(justification)'인가? 이 해묵은 논의는 현대 바울신학의 모든 쟁점을 내포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김세윤의 '바울복음의 기원'은 이 모든 주제를 '바울의 다메섹 도상의 회심'으로 소급해서 바을신학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등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센세이셔날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그 작업을 매우 디테일하게 진행하였다는 점에서 대가급 지위를 얻게 되었다.
김세윤과 다른 입장에 서는 이가 크리스티앙 베커일텐데, 그는 바울의 신학이 '지속성과 돌발성(continuity & contingency)'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지나치게 체계화해서 바울을 이해하려는 작업이 곳곳에서 난점에 직면하게 될 것을 경고했다. 핵심적 테마는 상황에 따른 대응논리들이 발전하면서 체계화 되어갔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들이 나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방식의 이해를 극단화 하는 이는 헤이키 라이제넨(Heikki Raisenan)같은 학자로, 그는 바울의 신학은 일관성이 없는 즉흥적인 내용의 모음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 던은 '바울 신학'에서 바울신학의 핵심을 김세윤 만큼 다메섹 체험으로 다 환원하지는 않지만, 바울의 신학이 초기에서 후기까지 주요한 핵심내용을 유지하고 있고, 점차 성숙한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로마서를 바울신학의 가장 성숙한 표현으로 간주한다)
2) 바울과 예수의 관계
근대 신약학의 중요한 질문 중 하나가 과연 바울은 예수를 계승하는 자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종교를 시작한 사람인가 하는 질문이다. 이는 신약의 연대기가 바울서신이 앞서고, 복음서가 시기적으로 더 늦다는 사실(?)에서 발생하는 바울 우선성의 문제가 있고, 예수만 놓고 보면 그가 유대교의 범주 내에서 유대교 갱신운동을 한 선지자적 인물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반면, 바울은 확연히 예수의 제자들과 구별되는 디아스포라, 혹은 이방인을 위한 복음을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이후의 기독교는 바울의 기독교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주장인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독일의 학계에서 기독교의 기원을 비유대적인 쪽에서 찾는 경향이 강했던 사실과도 연관된다.)
물론, 이 주제는 이제 많은 학자들이 극단적 단절보다는 좀더 연속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돈이 되어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제임스 던의 대작 '바울신학'에서도 그런 입장의 근거를 잘 찾아볼 수 있고, 이 주제를 다루는 데이빗 웬함의 '바울: 예수의 추종자인가, 기독교의 창시자인가?'에서 잘 다루고 있다.
역사적 예수 연구 그룹 중에서는 갈릴리 중심의 '예수운동'과 이후에 교회를 낳게 되는 '초기 기독교'는 매우 양상이 다르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보기에는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으나, 정작 나타난 것은 교회였다"(알버트 놀란)는 말처럼 교회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탈정치화하고, 종교화(신화화를 수반한)함으로써 등장한 것이란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
리차드 홀슬리 같은 이의 작업은 이런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바울의 신학 용어들이 정치적 함의를 강력하게 갖고 있는 언어임을 지적하면서 그의 예수 이해에 정치성, 특히 로마제국에 대한 저항의식이 반영되어 있음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세윤은 '그리스도와 가이사'에서 홀슬리나 최근의 톰 라이트의 저작들에서 강조되고 있는 그런 독해를 일정 수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정치운동이 아니라 결국은 신앙적 언어로 사용되었음을 들어 정치 텍스트로 읽는 경향과는 거리를 둔다.
3) 바울에 대한 새관점(New Perspective on paul)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가장 큰 변화라면, 바울신학의 이해에 근간을 이루는 '유대교' 이해가 대대적으로 갱신되었다는 점이다. 이 작업에는 E.P. 샌더스의 저작 '바울과 팔레스타인 유대교'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샌더스는 기본적으로 바울이 자신의 신학적 논점을 강조하기 위해 당대의 유대교를 왜곡했다고 보았다. '언약적 율법주의'(covenantal nomism)라고 명명한 입장, 즉 율법의 준수는 유대인에게 구원에 들어가는 조건이 아니라, 구원받은 존재들이 지켜야 할 언약과 같은 것이란 이야기이다. 이렇게 되면, 흔히 바울신학의 핵심으로 여겨져 온 구원에 이르는 데 있어 '은혜 대 율법'이란 대립구도 자체가 무효화 되는 셈이다.
이런 입장은 신약학 연구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고, 만약 샌더스의 논지가 틀린 것이 아니라면 바울신학의 주요한 범주와 내용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가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되었다. 당연히 학자들은 이를 둘러싸고 양쪽으로 나뉘었고, 새관점 학파는 샌더스, 제임스 던, 톰 라이트 등을 비롯한 이들이 포함된다면, 옛 관점은 김세윤 등으로 대표된다.
이것이 좀더 대중적 차원에서 드러난 대립구도는 최근에 존 파이퍼가 '칭의의 미래(The Future of Justification)'이란 책으로 칭의교리가 위기에 처했다며 톰 라이트를 비판하는 책을 써서 포문을 열었고, 톰 라이트는 그런 비판이 자신의 논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성경에 충실하기보다는 교리적 경직성에 기반하고 있을뿐이란 대답을 '칭의(Justification)'이란 책으로 내어놓았다.
톰 라이트의 바울신학 완결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의 '하나님과 기독교의 기원'에 대한 시리즈 저작은 현재 3권까지 나와있고, 아마도 다음권이 바울신학을 다룰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톰 라이트는 신약학자로서의 이력을 바울신학에서 시작했고, 그에 대한 대중적 서적과 연구서를 이미 내어놓은 바 있기에 그의 입장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대중적으로는 'What Saint Paul Really Said?"란 작은 책자에 간명하게 잘 담겨있다. 좀더 본격적인 논문들은 'The Climax of The Covenant'에 잘 나타나 있다. 그가 미국에서 발간한 바울에 대한 저작은 내용을 들여다 보지는 못했는데, 아마도 앞서 출판된 두 내용을 넘어서지 않는 것으로 짐작된다.
| 바울 율법 유대인
E.P.샌더스 지음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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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바울
J.크리스찬 베커 지음 / 한국신학연구소 / 199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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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울복음의 기원
김세윤 / 엠마오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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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울신학
제임스 던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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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울 신학과 새 관점
김세윤 지음 / 두란노 / 2002년 3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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