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자유로운 삶을 위한 고전 명역고전 시리즈
장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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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동양 철학의 소통 사상가인

장자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책을 만날 수 있어 감격했다.

삶의 고통 속에서 꺠달음을 주는 <장자>.

혼란스러운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생명의 존엄과 가치,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던지게 되는

대단히 현실적인 조언들로 흠칫 놀라기도 했다.

난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것인지,

여전히 삶은 고통스럽지만 어떻게 날 지켜나갈 수 있을지

장자에게서 답을 듣게 되었다.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으로

총 33편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내편은 장자 본인이, 외편과 잡편은 제자와 후학들이 저술한 것으로

외편과 잡편은 내편의 뒷받침되는 설명들로 가득하다.

특히나 장자 내편은 좋은 부분이 많아 필사를 꼭 해보고 싶었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삶이 있다.

가능한 것이 있으면 불가능한 것이 있고, 불가능한 것이 있으면 가능한 것이 있다.

옳은 것으로 말미암아 그릇되기도 하고, 그른 것으로 말미암아 옳은 것이 되기도 한다.

p77

우리의 삶에는 한계가 있으나, 앎에는 한계가 없다.

한계가 있는 것으로 한계가 없는 것을 따르게 되면 위태로울 따름이다.

이미 그런데도 알려고 하는 것은 더 위태로울 따름이다.

선한 일을 행하여 명성을 가까이하지 않고,

악한 일을 행하여 형벌을 가까이하지 않아야 한다.

p101

대지는 나를 형체로써 실어주고, 나를 삶으로써 수고롭게 하며,

내게 늙음으로써 편안하게 해주고, 나를 죽음으로써 쉬게 만드네.

그러므로 내 삶을 좋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내 죽음을 좋게 생각하기 위한 것이네.

p178

장자의 철학을 따라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간의 고통과 번뇌에 대해 얼마나 내가 무지했고 많이 외면했나를 느끼게 된다.

고집스러운 나의 옳다고 착각했던 신념과 주장들을

느슨하고 더 폭넓고 깊게 바라보는 세상의 이치 속에서

마음이 유연해 질 수 있었던 건 어떤 여유에서 오는 걸까.

뭔가 후련하면서도 자유롭게 느껴지는 기분은

시대를 초월한 장자의 사상, 자유자적한 삶의 모습에서 그러한 영감을 얻게 된 것 같다.

잘 번역된 완역서를 잘 고르기가 힘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완역서를 만났던 것 같아 기쁘다.

단순에 읽어낼 책은 절대 아니다.

쉽게 읽어서도 안되겠지만

곁에 두고서 필수 고전으로 나에게 주는 유익을

천천히 흡수하며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왜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찾는가를

그 진가를 알게 된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면의 깊이있는 성찰을 마주하며

꼭꼭 잘 씹어서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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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스 페이지터너스
그레이엄 그린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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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인 나라에 대해 잘 알고 있진 못하지만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가진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냉전으로 얼어붙은 아이티를 배경으로 한 희비극을 만나보게 되었다.

독재자의 나라에서 인권이 말살되는

처참한 상황 속에 놓인 군중들은 반군을 일으키는데

이 곳은 더더욱 관광객의 발길을 떠나가게 되고 이주를 계획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이곳에 머물러 살고 있는 이국인들의 이야기를

이 책 속에서 살펴보면서 묘하게 동요되어

웃고 떠드는 모습들에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닥치는 상황에 맞추어 살아갈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습니까?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요.”

“당신이 인생에서 바라는 건 뭡니까, 브라운? 당신 어머니가 했을 법한 답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게 뭐죠?”

“그 분은 답을 모르는 나를 비웃으셨을 겁니다. 그 답은 바로 재미랍니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거의 모든 것이 ‘재미’있었죠. 심지어 죽음까지.”

p340

아이티로 향하는 메데이아호 화물선에서

브라운, 존스, 스미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티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브라운은 경영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막막한 현실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인생을

그저 웃고 지켜보려니 안타깝기만 했다.

기회주의자 존스의 이기적인 모습이 불편하면서도

결국 비극을 맞게 되는 것이 마냥 통쾌하진 않았고,

스미스 부부의 이분법적인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애잔한 감정이 들었다.

비극의 상황을 현실로 떠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난 마냥 이 분위기를 웃음으로 무마하며 전혀 즐기질 못하고 있었다.

아이티가 처한 정치적 상황이나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뒤엉켜 사는 이국인들의 삶이 얼마나 답답할지 가늠하지만

작품 속에서 던지는 위트도 마냥 폭소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건 이 나라의 아픈 정치사를 들여다보게 되니

군주의 독재 속에서 엄청난 탄압과 쿠데타를 겪으며

국민들 모두가 많은 상실감과 무기력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아이티라는 나라를 설정으로

이같은 블랙 코미디물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해학과 웃음의 조화롭지 못한 어색한 상황들이

어둡게 깔린 분위기 속에서 완전히 희극적인 요소를

맘껏 즐기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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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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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실제로 시부모님께서 물건들을 정리해 나가는 걸

집에 방문할 때마다 보고 느끼는 것이 굉장히 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구체적으로 여쭤본 적은 없지만

어떤 마음에서 당신들의 주변을 스스로 정리해 나가는지를

조금은 가늠하고 있긴 하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늘 말씀하시고,

삶의 태도나 생활 살림이 군더더기 하나 없으신 분들이시기에

요즘 더 휑 할 정도로 집이 텅 비어져있는 걸 보면 더 마음이 쓰라린다.

간소하게 사셔도 좋다고 몸이 불편해서

짐이 많은게 오히려 더 짐스럽고 힘들다고 얘기하시면서

세간살이를 더 줄여 최소한의 삶을 살고 계시는 두 분을 보고 돌아오는 마음이

요즘은 왜 이렇게 아련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이와는 정 반대로 넘치다 못해 더 많이 소유하지 못해 안달난

정리되지 못하는 내 짐들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이 나온다.

삶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정말 필요한 게 더는 없어서일지

남겨진 자식들에게 짐까지 남겨두고 버리는 수고를 덜고 싶은건지

침착만 할 뿐이지만 이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뿐이다.

제목부터도 마음을 울리는터라

고민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어머니, 집에 가족이 열 명은 되나 봐요.

이렇게 비꼬고 싶어졌다.

농담이 아니고 손님 열 명이 와도 곤란하지 않을 양의 그릇이 있다.

그 위에 유아용 그릇과 아이용 젓가락까지 있는데 낯이 익다.

아들인 마사히로가 아기였을 무렵, 놀러오는 손자를 위해 시어머니가 산 것이다.

대체 무슨 생각이세요.

p42-43

주인공 모토코는 시어머니의 유품 정리를 하게 된다.

꽤 작은 집에 제법 많은 물건들이 심심치 않게 나와

정리에 정리를 거듭하면서도 마음 속으로

원망 아닌 원망이 솟아나는데..

누군가 내 물건을 정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보니

나또한 아차 싶었다.

이 엄청난 짐들을 내 자식들이 거둬서 정리할 걸 생각하면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함께

짐스럽게 느껴질 이면의 다른 감정들로 마음의 방향이 다른 쪽으로 흘러갈까 싶어 두렵다.

모로코의 친정어머니는 시어머니와 달리

간소한 물건으로 삶을 살고 계시고

이후에 남겨질 물건들로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한다.

살면서 내 욕심 가득한 마음을

물건들로 채우려 했던 사리사욕을

내 자식들에게 들키게 된다는 것도 참 당혹스러울테지만

죽어서도 짐스럽게 느껴질 불편한 감정이 솟아오르면

깨끗하게 정리하고 이 생을 살다간 것인지 다시 되묻게 된다.

구질구질한 내 욕심들을 다 내려놓지 못하고 가는 것처럼

산재한 물건더미 속에 남은 가족들이 둘러 앉아 있는 모습이 결코 좋아보이지 않는다.

어떤 마음으로 물건을 정리하시는지

조금은 이해를 하면서도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었던 마음이

지금은 좀 다르게 바뀌어 있다.

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의 흔적을 덜 남기고 살 수 있을지를

고심하며 사는 그런 가벼운 삶을

난 살아낼 수 없는 걸까란 걸.

그러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하고 깔끔한 마무리 같아서

아직 살아가고 있고 생의 마지막을 생각지 못하며 살아가지만

지금 둘러싼 수많은 물건들을

이젠 좀 비우면서 살아가도 좋을 영감을 얻게 된 책이었다.

살아서도 정리되어진 간결하고 간소한 삶을

나도 지향하며 흐트러짐없이 살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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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주
조양희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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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와 열정, 꿈과 희망, 좌절과 아픔 속에서 얽혀 있는

국경을 초월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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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주
조양희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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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주




이 작품은 10여 년 전 '분홍 구두'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따가 다시 독자들에게 얼굴을 내민 작품이다.

단아해보이는 한 여성의 곧은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인 강렬한 붉은 색 표지의 책을 받아들고서

이 여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담담히 책장을 펼쳤다.

꽤 두꺼운 장편소설이었지만 몰입하기 좋았던 가독성과

흡입력있는 스토리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준주는 유학 생활이 버겁고 혹시 불쾌한 일이 닥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려운 일들을 하나씩 헤쳐 나가는 것은 곧 이곳 문화를 알아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단계를 통해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느꼈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뜰 때면 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거듭 타일렀다.

p90

"저것 좀 봐, 조센진...... 자신이 예쁘다고 착각하고 뽐내는 꼴이란.....

못 보겠네. 사생활이 고와야지 화장품 모델을 하지.

조선 여자도 일본 화장품 모델을 하냐고 투고했어야지.

백화점에선 모르겠지. 항의서를 투고해야겠네."

"감히 저런 주제에 어딜 넘보고 있어? 어디 왕가를 넘보나!"

p185

"서로를 바라보는 소중한 시간을 열어 둡시다.

당신은 많은 조선 반도 아기들과 산모들을 구할 훌륭한 의사잖아요.

준주 씨 의지와 실력을 잘 알아요.

의학부 시절 감당하기 어려운 해코지들도 다 이겨 낸 강한 여성이잖소."

"이제 우리 시대에 전쟁은 그만이길. 제발 멈췄으면 좋겠어요."

p320

주인공 <준주>는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 위해 일본 유학을 준비한다.

시대적 배경이 일제 강점기라는 점에서

조선인이 당하게 되는 멸시와 압박,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어려움이 산재해 있는데..

사촌 오빠인 진석과

연인인 도오루.

젊은 청춘들의 숭고하고 얼룩진 삶을

너무나 잘 묘사한 소설이라

읽는 내내 영화화 될 이 책의 미래를 잠시 떠올려보기도 했다.

평범하게 안주할 수 있었던 삶이었으나

이상을 품고 조국을 떠나 유학길에 오르려는

당찬 준주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기도 하면서

현실의 제약에 한없이 밀려나야 했던 모습을 보면서

뼈아픈 실상에 가슴이 타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칠 수 없었던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걸 확신한다.

언제까지나 뭉개진 현실의 벽을 박차고 일어날

이 젊음의 패기로 일어서고 바로 잡아가야 할 마음의 빛을

무겁고 아픈 시간 속에서 참고 기다려야했을

이들의 청춘의 희망을 난 함께 끝까지 응원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절절한 희망과 구원이란 단어를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건 아픈 우리 역사를 대신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청년들의

패기와 열정, 꿈과 희망, 좌절과 아픔 속에서 얽혀 있는

국경을 초월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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