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 어떤 세상에서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김제동과 전문가 7인이 전하는 다정한 안부와 제안
김제동 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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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질문을 마주하는 순간

그동안의 무기력했던 마음들이 한순간에 영감으로 떠올랐다.


어마어마한 일곱 명의 전문가를 이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기회이자 복잡하고 민감했던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모든 영역이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나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관심사들이

이 책 한 권에 집합되어 있는 느낌이라

시작부터 상당히 좋은 기분을 느끼고 곱씹으며

인터뷰의 흐름 속에 공존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 인간은 지구의 세입자잖아요.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라는 오만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석유, 석탄 같은 땅속 화석연료들은 우리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먼 옛날 어떤 특이한 사건 때문에

당시 생명체가 죽고 한동안 썩지 않아서 쌓인 거잖아요.

죽은 개체를 분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곡차곡 쌓인 게 석탄과 석유 같은 것들인데, 매장량이 유한해요.

우리는 그걸 뽑아서 쓰면서 편리함을 누리고 지구의 온도를 바르게 높이고 있는 것뿐이죠.

p98


우주의 질서와 인간의 본성,

삶과 죽음을 과학자의 입장에서

너무도 시원하게 잘 짚어주고 있어 한동안 이 말이 꽤 뇌리에 남아 있다.


'지구의 세입자'


나의 오만한 생각으로 인해 다른 생명체를 쉽게 파괴 시키고

편리의 추구가 가져오는 끔찍한 참사를 미쳐 생각지 못했다.


자원의 유한함을 알면서도 늘 잊고 사는 것 또한

나의 편의라고 생각하는 그늘이 넓게 드리워져 그러한 것 같다.


물리학자의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 역시 원자일 뿐이라는 것.


그 말이 왜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지 모르겠다.


나의 존재 자체가 굉장히 작고 가볍다라기보다

지금의 복잡한 관계 안에 얽혀 살고 고민하는 문제에서

굉장히 마음 홀가분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지구의 주인인 마냥 오만했던 모습을 생각할 수조차 없는

너무도 미비한 존재라는 걸.


당장 이번주에 있을 어려운 과제가

왜 이렇게 별 게 아닌 것처럼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한때 문학과 철학서에 푹 빠져 있다가

요즘 과학이 재미있어진 건 김상욱 선생님 덕이 분명해보인다.


더욱이 학생 때는 자연과학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김상욱 교수님의 강연을 듣게 되고서부터

그 골이 아픈 물리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다란 마음이 샘솟았다.


책에서도 그의 말을 놓치고 싶지 않아

밑줄치며 꼼꼼하게 되짚어 읽고 또 읽게 된다.


이상한 건 읽을 때마다 내 해석이 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것.


문학과 과학이 스며들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름답고 묘하게 표현되어 이해되는 이야기는 더 책을 읽는 흥미로움을 더한다.


한 사람이 살아갈 때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은 내가 밖에 나가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근처에 공원이 있으면 내 집이 조금 작아도 되고,

공원이나 골목길도 없고 들어가 앉아 있을 카페도 없으면 내 집이 조금 더 넓어야 하는 거죠.

p201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나의 집이

어떤 공간으로서 가꾸고 사용되고 있는지 유심히 생각해 보게 된다.


사실 너무 뻔한 아파트형 구조 안에서

작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끈질기에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난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중요성을 더 실감하고 있다.


완전한 베이스캠프로서 이 곳이

내 취향이 가득 담긴 공간으로 바뀌면 좋을 것 같아

작년부터 상당히 고심하며 집안 분위기를 많이 바꿔놓았다.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과 공원이 있는지 없는지는

나에겐 꽤 큰 변수이다.


최소한의 면적을 가지고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아마도 이런 외부에 있는 공간이 주변에 자리잡아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주거지의 획일화가 가지고 오는 가치관의 정량화는

돈이라는 자본이 상대적인 가치로 인정받기 좋은 도구이기에

나만의 독특한 가치는 사라지는 안타까운 모습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세입자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늘 우리만의 집을 염두하고 고민한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획일화된 주거공간 안에서

꾸역꾸역 살아가게 될 것이 진절머리나게 싫기도 하지만

집값이라는 사항에서 멀어지기란 쉽지 않다.


주택의 가치가 어디서부터 잘못 인식되어 뿌리내리고 있는지

파고 들면 더 복잡해지긴 하지만

공간이 주는 심신의 안정감은

요즘 시대에 상당히 크게 작용하기에 이 부분을 간과하기 힘들다.


전문가에게서 듣는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은

막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되

나만의 색과 가치를 잃어버리진 말자는 힘을 가지게 한다.


더 크고 명확해지는 가치의 정의와

현실의 감각도 적당히 균형을 맞춰갈 수 있는 유익한 책이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이야 말로 기꺼이 자발적으로 생각을 끌어내어

제대로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는 심폐소생의 시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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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0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