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랜 세월 자기 나라를 자연스레 약자로, 적은 인구, 짧은 역사,
세계 권력 중심과의 지리적 거리로 인해 어떤 종류의 노골적인 국제 비교에서도 부당하게 불리한 위치에 처한, 정의롭고 용감하고 품위 있고 본질적으로 선량한 경쟁자로 생각하는 데 익숙했다.
자신을 예외 취급하는 방어적 습관은 자기 나라의 하찮음에 대한 깊은 두려움과,
끝내 결국 마땅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깊은 불안의 반영이었다.
이건 대부분 무의식적 태도였지만, 그는 뉴질랜드가 크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국제적 기준으로 평가받을 때마다 정말로 불편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반미 감정으로 이어졌다.
르모인의 막대한 부와 자신감을 환유적 차원에서 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르모인을 만난 이후 계속해서 그를 무너뜨리고 싶다는 거의 도덕적 갈망에 시달렸다.
p190
[ 선택하는 시점에는, 그러니까 그 순간에는 절대 확신하지 못하잖아. 그냥 바랄 뿐이지.
그냥 일단 행동하고 최선의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거지.
지나고 보면, 그게 옳은 일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지.
아닐 경우에는, 적어도 노력은 했다고 말할 수밖에.
하지만 잘못된 일은 말이야, 종종 훨씬 분명해. 잘못된 일은 많은 경우 옳은 일보다 더 잘 보여.
더 명확해. 이건 내가 안 넘을 걸 아는 선, 이건 내가 절대 하지 않을 일, 이런 식으로.]
p332-333
초기 이념은 공유 경제를 지향하고 순수한 이상과
신념을 지키며 기존 체계를 비판하며 나아가고자 했다.
그러다 산사태로 고립된 손다이크 마을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찰나,로버트 르모인과 만나게 된다.
그는 억만장자인 드론 회사의 창업주로
미라에게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을 하게 된다.
그 제안에 갈등하던 미라는 수긍하고 손을 잡게 된다.
거액의 지원금
검은 돈의 숨은 그림자.
점점 그 숨은 속내를 드러내는 르모인은
돈에 대한 신념까지 송두리 바뀌게 만드는 위협적인 인물이다.
온갖 불법, 비리, 추악한 행각들이 밝혀지게 되면서
이와 엮이게 되는 비극은 현실로 닥쳐오게 된다.
이 공동체안에서 가장 크게 충돌하게 되는 '토니'는
자본주의를 극도로 혐오하는 인물로 이상과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자신의 신념이 아주 강한 인물이다.
등장인물들 각각의 신념에 대한 대립과 욕망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자기 우월성을 가진채 조화롭게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지 못하고
불완전함을 유지하다 결국은 내리막 길을 걷게 된다.
이 일로 불안정한 내부 상황과 갈등이
이상적인 목표를 상실하고 생존을 위한 타협으로
자본주의 앞에서 그들은 무참히 실패하고만다.
순수한 이상과 신념을 지키려했던
공동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내부 갈등이 심화되면서 인물들의
나약한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보여준다.
복잡한 선악의 구도 속에서
타협이 필요한 현실의 문제들에 갈등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린 책이기도 하다.
계급과 자본 사회의 거대한 틀 속에서
갈등하는 모습들이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지 않은가.
돈의 노예로 전락되어 명예와 부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상만 꿈꿀 수 없겠으나
현실과 타협함으로 잃어버린 신념에 대한 가치도 같이 고민해 볼 문제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 흥미로웠고
복잡한 갈등 구조를 그린 스토리 안에서
명확한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함께 발견하게 되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