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시부모님께서 물건들을 정리해 나가는 걸
집에 방문할 때마다 보고 느끼는 것이 굉장히 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구체적으로 여쭤본 적은 없지만
어떤 마음에서 당신들의 주변을 스스로 정리해 나가는지를
조금은 가늠하고 있긴 하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늘 말씀하시고,
삶의 태도나 생활 살림이 군더더기 하나 없으신 분들이시기에
요즘 더 휑 할 정도로 집이 텅 비어져있는 걸 보면 더 마음이 쓰라린다.
간소하게 사셔도 좋다고 몸이 불편해서
짐이 많은게 오히려 더 짐스럽고 힘들다고 얘기하시면서
세간살이를 더 줄여 최소한의 삶을 살고 계시는 두 분을 보고 돌아오는 마음이
요즘은 왜 이렇게 아련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이와는 정 반대로 넘치다 못해 더 많이 소유하지 못해 안달난
정리되지 못하는 내 짐들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이 나온다.
삶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정말 필요한 게 더는 없어서일지
남겨진 자식들에게 짐까지 남겨두고 버리는 수고를 덜고 싶은건지
침착만 할 뿐이지만 이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뿐이다.
제목부터도 마음을 울리는터라
고민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어머니, 집에 가족이 열 명은 되나 봐요.
이렇게 비꼬고 싶어졌다.
농담이 아니고 손님 열 명이 와도 곤란하지 않을 양의 그릇이 있다.
그 위에 유아용 그릇과 아이용 젓가락까지 있는데 낯이 익다.
아들인 마사히로가 아기였을 무렵, 놀러오는 손자를 위해 시어머니가 산 것이다.
대체 무슨 생각이세요.
p42-43
주인공 모토코는 시어머니의 유품 정리를 하게 된다.
꽤 작은 집에 제법 많은 물건들이 심심치 않게 나와
정리에 정리를 거듭하면서도 마음 속으로
원망 아닌 원망이 솟아나는데..
누군가 내 물건을 정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보니
나또한 아차 싶었다.
이 엄청난 짐들을 내 자식들이 거둬서 정리할 걸 생각하면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함께
짐스럽게 느껴질 이면의 다른 감정들로 마음의 방향이 다른 쪽으로 흘러갈까 싶어 두렵다.
모로코의 친정어머니는 시어머니와 달리
간소한 물건으로 삶을 살고 계시고
이후에 남겨질 물건들로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한다.
살면서 내 욕심 가득한 마음을
물건들로 채우려 했던 사리사욕을
내 자식들에게 들키게 된다는 것도 참 당혹스러울테지만
죽어서도 짐스럽게 느껴질 불편한 감정이 솟아오르면
깨끗하게 정리하고 이 생을 살다간 것인지 다시 되묻게 된다.
구질구질한 내 욕심들을 다 내려놓지 못하고 가는 것처럼
산재한 물건더미 속에 남은 가족들이 둘러 앉아 있는 모습이 결코 좋아보이지 않는다.
어떤 마음으로 물건을 정리하시는지
조금은 이해를 하면서도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었던 마음이
지금은 좀 다르게 바뀌어 있다.
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의 흔적을 덜 남기고 살 수 있을지를
고심하며 사는 그런 가벼운 삶을
난 살아낼 수 없는 걸까란 걸.
그러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하고 깔끔한 마무리 같아서
아직 살아가고 있고 생의 마지막을 생각지 못하며 살아가지만
지금 둘러싼 수많은 물건들을
이젠 좀 비우면서 살아가도 좋을 영감을 얻게 된 책이었다.
살아서도 정리되어진 간결하고 간소한 삶을
나도 지향하며 흐트러짐없이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