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 낯선 도시를 사랑하게 만든 낯선 사람들
김은지 지음 / 이름서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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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를 사랑하게 만든

낯선 사람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모습이

텍스트와 배경으로 잘 어울리는 여행 에세이를 만났다.

사랑을 묻고 다양한 생각과 목소리를 들으며

많은 이들의 무수히 많은 사랑의 정의가

참 다채롭기도 참신하기도 하다.

사랑에 관해, 이렇게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지극히 내향인인 나에겐 어려운 도전과도 같고,

신박해보이는 모습 같아서 꽤 신선해 보인다.

가만히 책장을 넘기며 낯선 이들의 얼굴 사진과

여행지의 풍경들을 보면서

완벽한 타인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뭘까란 질문에 답하는 이들 또한

사랑에 빠져본 적 있는 한 사람이었구나 싶어 인간미를 느낀다.




무엇이 나라도 인종도 언어도 생김도 마음도 다른 이 많은 사람들을

한날한시에 이곳에서 모이게 했을까.

종교는 없지만 많은 사람이 이토록 오랜 시간 지켜낸 마음은

믿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1파운드짜리 초를 켰다.

"여기, 모두에게 사랑을 주세요. 저에게도 좀 주시고요."

p74

카메라에는 유독 할머니 사진이 많다.

할머니들만 보면 왜 그렇게 좋은지!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삶이 드러나는 뒷모습도, 손과 얼굴의 주름도, 하나같은 꽃무늬 상의도 좋다.

멋쟁이 할머니는 멋쟁이라서, 소박한 할머니는 소박해서,

우리 할머니 같기도 하고 미래의 나 같기도 해서 눈길이 간다.

p117

"혼자 걷는 길이 무섭거나 외롭지는 않아?

가족이랑 친구도 그리울 것 같은데."

"전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집중하는 지금이 너무 좋아."

p169

빽뺵한 텍스트에 집중하던 눈을

너무 혹사시킨다 싶으면 가벼운 에세이나 철학서를 꺼내든다.

이 책이 주는 쉼은 단순히 눈의 피로를 더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가볼 수 없었던 낯선 나라,

그곳에서 만나는 낯선 이들의 모습과 풍경을

대신 담아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여행을 동경만 해오던 집콕 생활자에겐 너무 딱이었다.

매번 용기내지 못하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제법 큰 아이들과 이젠 여행을 즐겨 떠날 수 있는

빌미와 구실이 더 많아진 셈이니

다음번을 기약만 할 것이 아니라 떠날 것을 선언하리라.

이처럼 여행지에서 느끼는 생기와 함께

이들과 나눈 사랑의 이야기가 나에게 질문처럼 되묻게 된다.

당신에게 사랑이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기다림' 같다.

도파민 넘치는 열정과 기세보다

더 오랜 정성과 자발적인 희생을 묵묵히 이겨낼 수 있는 기다림..

대쪽같은 못난 성격을 다 받아주며 같이 살고 있는 낭군님을 볼 때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오랜 시간 기다림이란 물을 주고,

사랑을 받으며 자란 나에게 그는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괜시리 웃음이 세어나오는 어쩔 수 없는 사랑 타령을

낯선 책 한 권에서 뜻하지 않게 느꼈던 사람간의 온기가 그냥 좋다.

낯설지만 어색하지만은 않은

기분 좋은 여행 에세이로 사람과 사랑, 여행지의 신비로움이

다채롭게 느껴져 행복했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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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타샤 튜더.해리 데이비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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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 작가인 타샤 튜더의 그림을

큰 판형의 양장본 개정판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선물처럼 하나씩 모아두었던 타샤 튜더의 책들이

구판으로 집에서 모아져 있는데

이렇게 큰 판형의 양장본 개정판으로 다시 만나 보게 되면서

행복한 정원을 꾸미며 소박하면서도

대단히 단단한 소신을 가진 타샤할머니의

인생 철학을 책 곳곳에서 엿보면서

나의 노년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다.

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잘 어울리는 그녀는

자연과 조화로운 동화로운 삶이 언제봐도 동경 그 자체이다.

자수와 뜨개를 좋아하는 나에게

정갈하고 잔잔한 꽃무늬의 수가 놓인 패브릭 감성과

너무 잘 어울리는 거실의 풍경화처럼 걸어두고픈

그림의 작품 하나 하나가 걸작이었다.

행복을 눈으로 담는다는 것이 맞는 비유일지 모르겠다.

더한 찬사를 보내도 좋겠다란 생각을 한다.

이 책에 담긴 그림들과 함께

그 속에 담긴 인생 철학을 풀어낸 스토리가

타샤 튜더를 향한 존경심이 더해진다.

화가이자 어머니로서, 나로 살아가기 위한

모든 정체성들이 어우러져

얼마나 다채롭고 조화롭고자 애쓰며 살았을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타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작푸인 <월든>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걸 좋아했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타샤는 그 방향을 향해서 올곧게 나아가고 있었다.

p81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못했던 타샤는

낡은 집을 정성껏 돌보며 네 아이를 키우고 가축들을 돌보며

남편 맥크리디의 금전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평생에 가장 잘한 결정으로 그와의 결혼 생활에 막을 내린다.

그 뒤 그녀는 예술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10년을 시작할 수 있었다.

10년간 20권이 넘는 책의 삽화를 그리며 그녀의 명성을 알리게 된다.

그녀의 그림은 섬세한 스케치와 아기자기한 일상,

소박한 삶의 정겨움과 사랑이 녹아져 있는 그림을

한번 보고 또 보게 되는 마법에 빠지게 만든다.

이 시기에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자신의 독창적인 삶을 개척해 나감과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성공 반열에 오르게 된다.

1977년 작품인 <타샤의 특별한 날>에서 집안 기념일 행사로

신이 난 아이들의 생동감있는 모습과

할머니가 된 타샤의 모습이 가족 간의 연대와 사랑이

느껴져서 마치 그 시대의 그 자리에 나도 함께 앉아

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나누는 듯한 묘한 기분이 느껴진다.

참 다정하고 따스한 그림이 아닐 수 없다.

멋진 전시회를 기뻐하면서도 이 모든 것의 의미에 대해서는 믿을 수 없는 듯했다.

타샤는 아이처럼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젊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빛나는 열정과 기백이 나이와 주름살을 초월한 듯했다.

그녀가 감격에 겨워 더듬 더듬 말했다.

"정말로 내가 이걸 다 했나 봐요, 해리.

내가 성공을 이루었네요. 그림을 처음 그리기 시작했을 때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무도 내가 이렇게 해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p164

삽화가로서 오랜 시간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면서

수많은 작품을 그리고 쓴 그녀의 노력의 과정과

결과물을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 벅차다.

그녀의 삶이 나에게 들어와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로 영원히 기억될

가치와 존재가 더 명확히 각인되는 기분이다.

열렬한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 싶고

그녀의 영원한 팬으로 남아

타샤가 꿈꾸던 세계를 나 또한 동경하며

미래 세대의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여정을 끝으로

영원히 기억되어 후세의 자녀들에게도

타샤 할머니의 마법같은 세계를 계속해서 만나볼 수 있도록

소중히 간직해야 할 보물같은 작품을 책으로 소장해보시길 추천한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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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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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선물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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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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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멈춰버린 일상과 큰 변화를 우린 직접 경험하고 느꼈다.

팬데믹으로 적지않은 고통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었는지를

제대로 깨닫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간은 흘러 다시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게 되면서

지금 이 책을 조우하게 된 기분이 참 묘하다.

얼마 전 지난 우리의 일상이지 않은가.

이런 디스토리아적인 소설 속 모습들이 낯설지 않아 놀라웠다.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소설을 쓰지 않는다.

나는 소설을 쓰고 있다. 따라서 나는 희망을 가져야만 한다.

p220

시간이 지나가는 건 삶이 지나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도 한 방향으로 빠르게 흐르고 붙잡거나 멈출 수 없다.

p249

우리가 사는 이 반(反)진실의 시대에, 갈수록 노골적인 위선이 판치고 이야기는

현실을 왜곡하고 모호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의 역사와 성찰을 담은 문학일지도 모른다.

p288-289

팬데믹으로 봉쇄된 뉴욕에서 지인의 앵무새 유래카를 돌보게 된

독거노인이자 소설가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텅빈 거리를 산책하면서 보여주는

사회적 단절감이 너무 극명하게 대비되어 기분이 묘했다.

독거 생활을 벗어날 수 있었던 앵무새와,

먼저 앵무새를 돌봐주던 대학생 베시가 갑작스레 돌아오게 되면서

불편한 동거의 시작이 베치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서로가 필요를 채워주는 관계로 차츰 스며들게 된다.

주변인들과 함께 하며 따스한 봄의 기운을 느끼는 것에서

안도감과 함께 꿈꾸었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우린 이 평온함도 얼마나 오랫동안 갈까란 불안 속에서 산다.

그럼에도 그 깨지기 쉬운 일상 속에서

난 얼마나 주어진 삶을 감사하며 살 수 있는가를

또 다시 되새김질하며 스스로를 시험하게 된다.

너무 당연하기에 쉽게 잊고 산다.

불확실한 미래, 예측 불가한 인생임을 알고

당연했던 것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았던 것인지를 다시금 일깨우게 만든다.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예리한 시선과 삶과 예술의 문학적 독백이

소설과 에세이 어디쯤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덕분에 책 속에서 만난 오스카 와일드, 버지니아 울프, 아니 에르노 등

다양한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고픈 연결 고리를 만들게 해줌으로

또 다른 재미와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불확실함 속에서 완전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봄을 기다리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문학의 힘은 삶의 큰 선물과도 같다.

그 길을 친절히 안내해주는 책을 만나게 되서 기쁘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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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책방 이야기 - 모험과 사랑, 그리고 책으로 엮은 삶의 기록
루스 쇼 지음, 신정은 옮김 / 그림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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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사랑, 그리고 책으로 엮은 삶의 기록




책방지기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내 인생 절반 가까이 책방에 열정을 쏟게 되었다.

p323

주인공 루스 쇼는 책을 사랑하고 모험을 즐기는

호기롭고 패기가 넘치는 인물이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노년의 취미가 될 법도 한

책방을 운영하는 것을 업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싶어진다.

뉴질랜드 작은 외딴 마을에서 남편 랜스와 함께 작은 책방 운영하는 루스 쇼.

책방지기의 삶의 평온함과 교차되어 보이는

그녀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의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쩌리기까지 했다.

직업적으로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만나게 된 만남과 이별이 말이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결혼이 무산되고 고심에 빠지면서

먼 길의 항해를 떠나게 된다.

피지섬에서 피터라는 남자와 함께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하나 싶었는데

뜻하지 않은 사망 소식에 절망을 마주하게 된다.

둘 사이의 아들 조슈아를 가지게 되나

태어나자마자 하늘 나라로 보내게 되는 일까지

그녀에게 시련이 끝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불행과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며

항해를 떠나는 그녀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발견하면서

나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보통은 이러한 상황에서 나라면

한없이 깊은 심연 속에서 가슴 아파하며

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 정도의 슬픔 속에 잠식되고 말 것 같다.

쉽게 털고 일어설 수 없는 일을 두고도

생각을 전환시킬 수 있는 그녀의 강직함이

움츠린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나아가는 그 여정을 보면서

나에겐 보내는 삶의 이유와 목적을 다시금 떠올려 보게 된다.


모든 책은그 책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고, 또 소중하고 특별한 추억을 전해주는 책들도 있기 마련이에요.

어머니가 남긴 책 중 한 권을 집어 들면 나는 어머니가 떠올라요.

어머니가 읽었던 글을 내가 읽지요.

어머니의 손길이 닿았던 페이지를 나도 만지는 거예요.

수년간 모은 책들은 가족의 일부가 된답니다.

이 책들은 읽히고 또 읽히면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전 세계를 여행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책들은 한 집에서 수년간 조용히 지내면서 특별한 날들을 낱낱이 지켜본답니다.

읽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때로는 눈물을 선사하지요.

p116

20년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 랜스와의 책방을 운영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회복의 과정을

샘솟는 삶의 기적과 감사를 경험하며

한 사람의 일대기가 참 이렇게 멋질 수도 있구나 싶다.

매력적이고 근사한 책방지기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그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알지만

책방을 오고가는 이들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백미였다.

여행지를 선점하면서 늘 사전에 찾아서 구경하는 책방 투어의 재미를

모처럼 심심헀던 일상에 가만히 던지는 호기심이 자극되어 책방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긍정적이고 제법 친밀하게 느껴지는 루스에게 찾아가

책방지기의 책을 추천받아 읽고 싶다.

세상 끝에서 빛나는 삶을 살아가는

책방지기의 하루가 더 찬란하길 바래본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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