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얼음과 다디단 팥의 맛, 작고 단단한 찹쌀떡의 맛, 마지막에 바닥에 남은 것을 마실 때의 시원함 같은 것들이.
넌 이름 없는 고양이들에게서 너를 봤을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배가 고파서 쓰레기봉투를 뜯는, 이름 없는 고양이라는 이유로 해코지를 당하기도 하는 그 길가의 애들에게서 너를 봤을까.
우린 서로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겠지
중력도 마찰력도 없는 조건에서 굴린 구는 영원히 굴러간다.
나는 다그치는 사람,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 오해하고 단죄하는 사람,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는 사람, 누구보다도 모래에게 마음을 기댔던 사람, 이 모든 사실을 부정했던 사람……
고통을 겪는 당사자를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그 고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단할 권리가 없다는 것도
나는 무정하고 차갑고 방어적인 방법으로 모래를 사랑했고, 운이 좋게도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았다
아무리 둘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과 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누군가가 비참해서도, 누군가가 비열해서도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 그래서.
자신을 담은 물빛만큼만 반짝이고 완전한 구를 이루지는 못하지만 둥그렇고 부드러운 진주.
미주의 행복은 진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희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미주는 그 착각의 크기만큼 행복할 수 있었다.
시간이 가기를,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음이 무뎌지기를 미주는 바랐다.
네가 이런 식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다니. 이런 차가운 방식으로 네가 나를 버리다니, 나를 떠나다니. 아무 말도 없이, 유서 한 줄도 없이, 쓰고 또 써도 채울 수 없는 공백을 주다니. 나에게 너의 유서를 쓰게 하는 벌을 주다니. 가지 말라고, 한 번 붙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니.
너의 이야기에 내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이 너에게 또다른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다시 만날 수 없어 후회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여자와 여자의 친구들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테이프를 틀어놓고 춤을 추던 모습도 혜인은 기억한다.
엄마가 눈앞에서 웃고 있어도 그리웠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의젓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노력했던 기억은 난다.
엄마는 언제나 혜인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엄마 앞에서 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겪어보지 못한 일을 상상할 수 없는 무능력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삶에 기대어 삼촌의 불행을 어림짐작했다.
삶이라는 마술은 그런 역행의 놀라움을 보여주지 않았다
울면서도 머릿속은 텅 빈 채로 오히려 고요했다
나는 심각하지 않은 사람이고, 나는 가벼운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어야지 버림받지 않고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고 배우며 자라왔는지도 모른다
그 시간들을 거치지 않은 인간으로서 그런 비판을 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을 테니까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물질은 아주 작은 부분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존재한
이십대에도 두배의 나이가 된 지금에도참 익숙해지지 않는 너무나도 내겐 긴 이놈의 이름 이름들..달라진게 있다면 꾸역꾸역 읽었던 그때와지금은 한장한장이 쓱쓱 잘도 넘겨진다는거..나이가 들면 같은 내용도 달리 받아지는가부다.재독의 즐거움을 줘 감사한 200권 세트
「아냐, 정말로 눈에 띄던걸.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전과는 달리 왠지 의자 끝에만 앉아 있고, 몸도 계속해서 떨던데. 공연히 펄쩍 뛰면서 화를 내는가 하면, 갑자기 얼굴이 달콤한 알사탕처럼 변하기도 하고, 붉어지기도 하던데. 특히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는 홍당무가 되어 버리던걸
「꼭 봄날의 장미 같구나! 정말 잘 어울리는데. 1백82센티미터가 넘는 키의 로미오라! 오늘 세수도 말끔히 했구나, 손톱도 깨끗이 깎고, 응? 언제부터 이랬지! 세상에, 머리에는 포마드까지 발랐는걸! 어디 머리 좀 보자!」「이 돼지 같은 놈!」
〈잘 해냈을까? 자연스러웠을까? 과장되어 보이지는 않았을까?〉 라스꼴리니꼬프는 속으로 은근히 걱정했다
〈중요한 것은 숨기려 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격식을 차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나를 전혀 모른다면서 무슨 일로 니꼬짐 포미치와 내
이야기를 했단 말인가? 이건 이들이 개떼처럼 내 뒤를 밟는다는 걸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고양이가 쥐를 데리고 놀듯 장난치지 말고. 이건 정말 무례하군, 뽀르피리 뻬뜨로비치. 나는 이런 걸 용납할 수 없어
‘민들레 영토’에 방을 잡고 컵라면을 먹으며 같이 시험공부를 하기도 했다.
돈도 없는데, 아이를 원하지도 않았는데 가지게 되었으니 힘들었겠지.
그런 공무의 마음이 모래의 눈에는 어째서 보이지 않았을까. 공무는 왜 모래에게 다가서지 못했을까
문득 나는 어떤 부끄러움을, 얼굴이 온통 붉어지고 어깨까지 따끔거릴 정도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까.
처음부터 돈이 많이 깨졌다면서 나를 새는 바가지라고 불렀지.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습관이자 관성이 되어 계속 작동하는 것 아닐까
네가 뭘 알아, 네가 뭘. 그건 마음이 구겨져 있는 사람 특유의 과시였다.
민폐 그 자체인 내 존재에 대한 빚을 갚을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내 마음이 무슨 물렁한 반죽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금씩 떼어 그애에게 전했으니 공무는 나의 일부를 지닌 셈이었다.
그런 식의 애착이 스물하나의 나에게는 무겁게 느껴졌다.
그 인간들이 변하고 달라진다고 해서 그들이 학대한 사람들의 상처가 없어져?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와?
감정싸움에 섞인 서로에 대한 애정이 제삼자인 내게도 보여서, 그 애정이 나를 우리의 테두리 밖으로 밀어내는 것 같아서, 다툼의 맥락을 둘만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착각하지 말라고. 단지 마음이 쓰이는 걸 그렇게 잘못 생각하지 말라고.
남들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서 진짜 마음 하나 없이 함께하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너처럼 부족함 없이 자란 애가 우리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네가 아무리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니. 너무 나쁜 사람들을 너무 나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얘기해?"
엄마는 왜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지하철역 개찰구 앞에서 나를 계속 밀쳐 쓰러뜨렸을까. 일어서면 다시 때려 쓰러뜨리고, 일어서면 다시 때려 쓰러뜨리기를 반복했을까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나는 그런 노력이 어떤 덕성도 아니며 그저 덜 상처받고 싶어 택한 비겁함은 아닐지 의심했다
네가 어떻게 커왔는지 뻔히 아는데, 그런 거짓말로 스스로를 속이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 문장은 며칠이고 내 안에서 구르면서 마음에 상처를 냈다. 나는 늘 이해하려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만날 시간과 장소를 잡는 건 항상 모래의 몫이었으니까. 관계의 지속은 모래에게 달린 것처럼 보였다.
이유도 없이 맞고 있을 때 그 몸에서 나를 꺼내오기 위해, 그 몸이 나와 무관한 것이라고 나 자신을 세뇌하기 위해 애쓰는 내가 있다고.
이게 좋은 거겠지. 옳은 길이겠지. 모래는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깨끗한 얼굴에 그만큼이나 깨끗한 표정이 어렸다
절대로 이런 방에서 살 일이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남의 일이니까, 그래도 위로는 해줘야 할 것 같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런 모래를 바라봤던 것 같다.
내 눈에 모래는 의사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똑똑한 동생을 둔, 동네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의 가장 넓은 평수에 사는 온실 속 화초였다.
책의 귀퉁이를 접듯이 시간의 한 부분을 접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펴볼 수 있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그러나 스물둘의 나는 공무를 포옹하지 않았다.
어떤 망설임도 불안도 없는 얼굴. 내가 가질 수 없는 얼굴
그 관대함은 더 가진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태도라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다
공무가 어땠냐고. 마냥 혼자였지. 마냥 혼자였어, 그애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였던 사람처럼 혼자였어
비싼 자동차나 좋은 집보다도 더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2년 12월어느새 22년의 마지막 달 더춥고 시린 겨울이지만선물들에 10대로 돌아간 것 같은 즐거움 신남우선은 감사한 분께 받은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와알라딘이 보내준 선물스누피다이어리와 탁상달력!!몰랐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아픈 냥이들의 병원 기록을 적어놔야겠어요다이어리엔 ㅎㅎ 23년은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행운들과더 많은 즐거움이 가득한 한해로 채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