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폈다. 그는 달변과 풍부한 지식으로 우리를 주눅들게도 했지만, 대체로 그의 태도와 자세는 꾸밈이 없었다. 그는 설명하고, 명확히 따지고, 우리를 이해시키는 데 남다른 열정을 보였고, 우리가 어떤 주제를 논하든 칠판에 구문도해를 하듯 그 주제를 주요 성분으로 꼼꼼하게 나누었다.
나는 그 황홀한 모임에 다녀온 뒤 비밀이라면서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얘기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옷을 입어? 무슨 음식을 먹어? 식사할때 무슨 얘기를 해? 거긴어떤 곳이야? 한마디로 눈부셔.
더글러스에게 야유를 퍼붓던 학생 가운데 내가 끼어 있었다는 걸 알아봐서 깜짝 놀라는 바람에, 다소 바보같이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단순한 예의에서가 아니라 더 깊이 자리잡은 어떤 것(야망, 내 도덕적 확신을 칭찬받고 싶다는 야망)에 이끌려 간신히 수줍음을 누르고 그에게 그 야유를 선동한 게 바로 나였다고 말했다
선생님과의 대화에서처럼 그와의 대화에서도 보이지 않는 규범의 선이 무시되었고, 인습적 터부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포츠, 정치, 역사, 문학, 경솔하고 독선적인 주장, 극단적 인용, 이상주의적 감상, 도덕적 청렴 등 어떤 것이든 끼어들 수 있었다.
거기엔 이상한 짜릿함, 색다르고 위험한 세계가 있었다. 남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의무에서 해방된 까칠하고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세계. 그리고 수업에서 해방된 세계. 아이언 린은 그냥 라디오 스타에 불과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는 교실 밖의 자유인이었다.
나의 이상주의(와 인간관)는 두 개의 선을 따라 나란히 형성되고 있었다. 하나는 승리를 향해 싸우는 과정에서 굴욕을 견뎌야 하고 수많은 패배를 겪지만 끝내 승리하는 야구 챔피언을 그린 소설이었고, 다른 하나는 독재와 불의에 맞서 싸운 영웅적 미국인, 미국과 온 인류의 자유를 지킨 수호자를 그린 소설이었다.
그는 완전히 혼자 행동했다. 패스트가 반항적인 독립정신과 개인적 불행이 낳은 고독한 삶을 비정하게 묘사하긴 했지만, 페인이 완전히 혼자였다는 점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었다
페인은 심지어 생을 마감할 때도 혼자였다. 말년에 그는 늙고, 병들고, 비참하고, 외롭고, 추방당하고, 배신당했으며, 다른 건 모두 고사하고라도 자신의 신념을 마지막으로 밝힌 〈이성의 시대〉에 다음과 같이 썼다는 이유로 멸시당했다
"나는 유대교회, 로마교회, 그리스정교회, 터키정교회, 개신교회를 비롯해 내가 아는 어떤 교회가 공언하는 어떤 교의도 믿지 않는다. 나 자신의 정신이 나의 교회다
"‘다수의 힘이 곧 혁명인데도, 신기하게 인류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수천 년 동안 노예로 살아왔다.’"
‘내가 작은 책을 쓴 것은 사람들이 무엇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지 알길 원했기 때문이다.’"
‘행여 내가 주정뱅이에 멍청하고 완고하고 무가치한 짐승 같은 자에게 충성을 맹세해 내 영혼의 매춘부가 된다면, 지옥의 형벌을 받을 것이다.’"
내가 말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영혼을 매춘부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내 영혼의 매춘부’는 무얼의미하는 걸까?" "그걸 판다는 거예요. 자신의 영혼을 판다는 거요." 내가 대답했다.
그는 대담한 사람이야. 토머스 페인은 대담해.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까? 그건 단지 공식의 일부야. 대담함에는 목적이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값싸고 안이하고 저속해질 뿐이야. 토머스 페인은 왜 대담할까?" "자신의 신념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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