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도, 단 하루도 그녀의 친구였던 적이 없어. 자존심이 강한 여인에게 나의 우정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 그녀는 끊임없는 복수를 위해서 나를 잡아 두었던 거야
미리 알아 두실 것은, 나와 그 애는 그전에도 매일 저녁 지금 당신과 걷고 있는 이 길로, 우리집 쪽문에서부터 울타리 옆 길가에 고아처럼 외로이 서 있는 저 큰 바위까지 산책을 다녔다는 점입니다.
그 애가 머릿속에서 무슨 궁리를 했는지? 그 애는 밤낮으로 복수의 칼을 갈면서, 밤에는 헛소리까지 했던 모양입니다.
그 애가 혼자서 학급 동료 전부를 상대로 분통을 터뜨리며 가슴을 불사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그 애 때문에 내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난 그 애가 괴로운 생각에서 마음을 돌리게 된 것이 너무 기뻐서, 말과 마차를 사서 다른 도시로 이사하는 모습을 그 애와 함께 공상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때는 바람도 불고 해도 들어가서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여 우리 두 사람은 걸어가면서도 처량한 생각이 들더군요
알료샤는 그가 이미 자신을 신뢰하고 있으며, 만약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가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을 것이며, 지금 막 자신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지도 않았을 것이란 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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