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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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나." 누가 소리칩니다. "보험쟁이가 나타났다!" 그러면 아이들도 숨으려고 달아나요.아이들마저도.

어디 한번 말해봐라, 이 깜둥이들의 운명이 나아질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거냐? 생명보험의 중요성도 이해 못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삶을 향상시키겠다는 거야?

그 틀니, 밤새도록 화장실의 유리잔 속에 들어앉아 변기를 보고 미소 짓는 그 틀니가 지금 나, 그의 사랑하는 아들, 그의 살과 피, 절대 머리에 비를 맞을 일이 없는 귀여운 아들을 보고 미소 짓고 있습니다.

나는 갑자기 슬픔에 사로잡힙니다.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아버지, 잡는 법이 틀렸어요. 하지만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 또는 아버지가 울 것 같아 말하지 못합니다

뭔가를 이룩할 수 있는 사람, 사실은 자신이 지나치게 훌륭한 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은 어머니였습니다.

또한 뒤쪽 빨랫줄에 빨래를 너는 건물의 다른 모든 여자들에게 전화해?마음이 넓어지는 날에는 심지어 꼭대기 층에 사는 이혼한 이방인한테도 전화해줬죠?서두르라고, 빨래를 걷으라고, 우리 집 유리창에 비 한 방울이 떨어졌다고 말해주곤 했습니다

그 에너지! 그 철저함! 무슨 실수가 있나 보려고 어머니는 내 덧셈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구멍이 있나 보려고 내 양말을 확인하고, 때가 있나 보려고 손톱, 목, 그리고 내 몸의 모든 갈라진 곳과 주름 잡힌 곳을 확인했습니다.

물이 흘러내리는 단단한 몸통이 못처럼 내리꽂히는 순수한 마지막 햇빛을 받아 빛납니다. 그 햇빛은 답답한 뉴저지 내륙?나는 그곳에서 벗어나 있지만?에서 몰려와, 내 어깨를 지나, 아버지에게 꽂히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먹지."
"당신은 돼지처럼 먹어요. 아무도 당신한테 그 얘기를 안 해서 그렇지."
"아, 가끔 보면 당신은 말을 참 곱게 해. 알고 있어?"

그 미남은 축구팀 주장인데, 지금은, 소피의 말을 인용하자면, "뉴욕에서 가장 큰 겨자회사 사장"이라더군요. "나는 네 아버지가 아니라 그 사람하고 결혼할 수도 있었어." 어머니는 나한테 그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왜 이 여자는 자기 어린 아들이 얼마나 여리고 예민한지 눈치를 못 채는 걸까요. 내 수치심에는 그렇게 둔감하면서, 어떻게 내 가장 깊은 욕망들에는 그렇게 정확하게 주파수를 맞추고 있느냐고요!

놀라운 광경이 내 눈에는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젤리 속에 복숭아들이 떠 있는 것에 맞먹는 기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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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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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에서 거의 마흔 건이 발병한 독립기념일**이 되어서야 석간신문 1면에 "보건국장 부모들에게 폴리오 경보 발령"이라는 기사가 등장했는데, 이 기사는 보건국장 닥터 윌리엄 키텔이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하여 두통, 인후통, 구토, 목의 경직, 관절통, 열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사와 상담하라고 주의를 주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북서부 여러 주에 폴리오가 유행해 2만 7천 건 이상 발병하고 6천 명이 사망했다. 뉴어크에서는 1360건이 발병하여 363명이 사망했다.

병 때문에 우리 동네 부모들은 상당한 불안에 사로잡혔고, 그 바람에 여름 몇 달 동안 학교에 가지 않고 하루종일 또 긴 어스름녘까지 밖에서 놀 수 있던 아이들의 마음의 평화도 깨지고 말았다

폴리오를 심하게 앓고 난 뒤의 무서운 결과에 대한 걱정은 이 병을 치료할 약이나 면역력을 줄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더 심해졌다.

전국의 상점과 사무실과 학교 복도의 벽에는 "당신도 도울 수 있습니다!"와 "함께 폴리오와 싸웁시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었다.

발병하고 나서 한 달이 되자?보건국에서 유행병이라고 인정을 하기도 전에?방역 부서가 도시의 골목을 배회하는 엄청난 수의 고양이를 조직적으로 박멸하는 일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이런 고양이들이 길들여진 집고양이보다 폴리오와 더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병들어 보이거나 폴리오의 분명한 증상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호소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어야 했다.

?우리는 땀에 흠뻑 젖은 폴로셔츠와 냄새나는 스니커즈 차림으로 익살을 떨고 떠들어댔으며, 우리의 부주의 때문에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평생 철폐에 속박되고 몸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가 현실이 되는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는 걱정 같은 것은 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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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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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하지 않았어. 사과하마. 계속 네 아버지와 살게, 마커스, 무슨 고생을 하더라도."

어머니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영원히 양육을 받고자 하는 욕구밖에 없는 아주 작은 생물체로 줄어들었는데, 다시 평소의 나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했다.

네 할아버지와 네 아버지와 네 사촌들과 같은 메스너가 되지 않으려고, 평생 정육점에서 일하는 걸 하지 않으려고 여기 있는 거야. 면도날로 두 손목을 그은 여자아이와 문제를 일으키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야."

마키, 나는 네 아버지와 계속 살게. 대신 걷잡을 수 없이 빠져서 헤어나올 방법을 못 찾기 전에 그 아가씨를 포기해달라고 부탁하마. 너와 서로 약속을 하고 싶어.

그거면 돼. 그걸로 충분해. 충분해야 돼. 아마 그래야 할 거야. 나머지는 다 사라질 수 있어. 우리 셋은 한 번도 게토 사람들처럼 산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 우리는 미국 사람이야. 네가 원하는 누구하고나 데이트하고, 원하는 누구하고나 결혼해. 네가 고르는 누구하고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 사람이 자기 목숨을 끝내려고 자기 몸에 면도날을 대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각자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의 진실은 절대 알 수가 없어. 애가 빗나가면 먼저 그 가족을 봐야 해. 그렇지만, 그 아가씨한테는 동정심이 생기는구나

그 아가씨를 위해 그 아가씨의 인생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지 않기를 기도해. 하지만 너는 내 외아들이고 내 유일한 자식이야. 내가 책임질 사람은 그 아가씨가 아니라 너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해야 해. 다른 데서 여자친구를 찾아야 해."

네 앞에서 울고 네가 그 아가씨 눈물을 보더라도, 너는 마음을 안 바꿀 거지? 아주 눈물이 많은 아가씨야. 딱 보는 순간 알 수 있어. 안에 온통 눈물이야

"히스테리에 걸린 비명과 맞설 수 있겠어? 일이 그렇게 되더라도? 필사적인 호소에 맞설 수 있겠어? 고통을 겪는 사람이 너한테 자기가 원하는 거, 하지만 너는 줄 수 없는 걸 간청하고 또 간청할 때 외면할 수 있겠어?

메스너는 단지 정육점을 하는 사람들 집안이 아니야. 소리 지르는 사람들 집안이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집안이고, 발을 구르고 벽에 머리를 찧는 사람들 집안이야. 이제 갑자기 네 아버지도 다른 메스너들처럼 나빠졌어.

이런 요구를 하는 건 내가 아니야.인생이 요구하는 거야. 안 그러면 너는 네 감정에 쓸려가버릴 거야. 바다로 쓸려나가 두 번 다시 눈에 띄지 않을 거야

감정은 인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감정은 가장 무시무시한 속임수를 쓸 수 있거든.

그때 캠퍼스로 떠난 올리비아는 다시 내 삶에 초대되지 않을 터였다. 내가 어머니와 한 약속을 그대로 지킨다면.

간헐적으로, 그에 대한 답으로, 그애의 선율에 실린 듯한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허공에 화살을 쏘았다네. 화살은 어딘지 모를 땅으로 떨어졌다네.

나도 어머니를 속일 수 없고. 나는 걸려들었어…… 어머니와 절대 깰 수 없는 약속을 해버렸어.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려면 나는 부서지고 말 거야!"

올리비아는 어머니가 나에게 경고하던 바로 그런 종류의 행동을 한 것이다. 따라서 나는 운이 좋은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자살을 하는 여자친구에게서 벗어난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랬다. 그리고 이렇게 참담했던 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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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죽어가는 짐승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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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도 뇌만큼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에드나 오브라이언

머리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손질을 많이 한 거야. 안색은 창백하고, 입은 활 모양이지만 입술은 도톰하고, 둥그런 이마는 브란쿠시*의 조각처럼 매끈하고 우아해서 은은하게 빛을 발해. 이 아이는 쿠바계야.

아이가 자신의 힘을 의식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그 힘을 어떻게 이용할지, 그 힘으로 무엇을 할지, 심지어 그 힘을 얼마나 원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른다는 것이 파악이 돼.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놀랍고 새로운 감각,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감정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다가 오지 않으면,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으면, 자신이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자책해

천재의 무대에는 막이 내려져 있어 시야가 막히기 때문에 약간 거리를 두고 숭배할 수밖에 없어

그 나름의 아릿한 매력이 없지 않아. 선한 마음, 예쁜 얼굴, 잡아끌면서도 거리를 두는 눈길, 멋진 젖가슴. 여자로서 갓 부화했기에 그 달걀 모양의 이마에 깨진 껍질 몇 조각이 붙어 있다 해도 놀라지 않았을 거야.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읽고 있는 것, 듣고 있는 것, 찾아가본 전시회 이야기를 해?보통 나이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잘 드러내지 않고 친구들하고 있을 때도 반드시 드러내지는 않는 열의를 드러내는 거야

어느 해엔가 시계 속에 들어가 숨은 동화 속의 염소와 비슷한 짓을 한 학생이 가장 웃겼지.

그 아이가 나의 삶, 나의 일관되고 차분한 문화적 삶의 모습에 큰 경이?그 아이의 표현?를 느낀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어.

자기 조국을 무척 사랑하죠. 가슴속에 있는 거예요. 피에 흐르는 거죠. 쿠바에서도 그랬어요."

왜 이런 짓을 할까? 글쎄, 뭔가는 해야 하니까. 이건 춤의 베일이야. 유혹과 혼동하지 마. 이건 유혹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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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소립자 열린책들 세계문학 34
미셸 우엘벡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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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상냥한 사람의 몸을 만지고 싶은 욕구, 상냥한 사람의 품에 안기고 싶은 욕구였다. 다정함은 성적인 매력에 앞선다. 그래서 철저히 절망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플레와 빌마르는 물론이고 가장 악랄한 브라쇠르조차도 근처에 여학생이 있을 때는 하급생을 때리거나 모욕하는 것을 삼가고 있었다.

브뤼노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엄청나게 행복했던 그 몇 초와 카롤린 예세얀이 가만히 손을 밀어냈던 그 순간을 두고두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잡지들은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반(反)자본주의를 표명하고 있었지만, 유대`기독교적 가치를 파괴하고 젊음과 개인의 자유를 예찬한다는 점에서 오락 산업과 한통속이었다.

그를 몇 년 동안 괴롭혔던 난폭한 놈들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몰리고 촌락 공동체가 사라짐으로써 장래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범위가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확장되었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젊은이들의 갈구는 더욱 깊어 갔다(

자기들 주위에서 너무나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던 그 순진한 여자들은 그 모델을 따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아나벨은 열세 살 때부터 난소에서 분비된 황체 호르몬과 에스트라디올의 영향으로 가슴과 엉덩이에 피하 지방이 붙기 시작했다. 여성의 이 두 기관은 완전하게 발육이 되면 좌우의 균형이 잘 맞고 실팍하고 동그스름한 모습을 띠게 된다.

아름다움을 갖추지 못한 처녀는 불행하다. 사랑받을 가능성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내들 중에서 가장 비루한 것들이 그녀들의 처녀성이라는 보물을 얻는다. 그리고 이것이 그녀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영락(零落)의 첫걸음이 된다.

쥐의 수컷은 새끼 시절에 어미와 신체적으로 접촉하지 못하면 구애 행동의 억제라는 대단히 심각한 성행동 장애를 보인다.

개와 고양이, 쥐, 기니피그, 붉은털원숭이(마카카 물라타)의 경우에는 조기에 종의 다른 구성원들과 신체 접촉을 갖는 것이 성행동 발현에 필수적인 듯하다

세월이 가져다 주는 손상에 맞서 싸우거나 생래적인 불완전함을 바로잡으려는 일부 부유층 여자들의 욕망 덕분에 먹고사는 셈이었다.

그 무렵에 브뤼노는 카프카를 읽기 시작했다. 카프카를 처음 읽었을 때, 그는 살얼음이 깔리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 『심판』을 읽었을 때는 다 읽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난 뒤에도 멍하고 노곤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존재와 존재가 별들 사이의 텅 빈 공간만큼이나 막막하고 허허로운 공간에서 마주치기만 할 뿐 그들 사이에 어떤 관계도 맺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세계,

마치 가족 해체의 비천한 상징을 보는 듯했다.

그 애 역시 천륜을 저버린 어미의 희생자라는 게 할머니의 생각이었다(거칠고 피상적이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그리하여 브뤼노는 목요일 오후면 으레 미셸을 보러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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