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lfish Gene : 40th Anniversary edition (Paperback, 4 Revised edition) -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 Oxford University Press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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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이 책에 대해 왜 찬사와 논란이 동시에 쏟아지는지, 그럼에도 40년이 넘도록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어떻게 채워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지, 왜 독자를 우울하게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기심이 이미 기본값으로 우리에게 결정되어 있어서, 아무리 세련되게 가장해도 이타심의 옷은 입을 수 없다니 ㅜ.

너무 놀랍고 충격적인 진실을 만났지만 결국 부인할 수도 없는 우리의 민낯임을 인정해야 하기에 불편하지 않았나싶다.
동물행동학자의 과학도서라지만, 나는 1장부터 인문학 도서가 아닌가 의심을 했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의인화’기법 때문인듯하다. 초판, 개정판, 30주년의 작가 서문을 모두 읽었는데 제목을 놓고도 엄청 고심했다고 한다.

제목부터, ‘이기적 유전자’라니, 유전자가 이타적인 것이 아니라 이기적이라 한 것부터 인문학적 요소를 담고 있고, 대부분의 장 뒷부분에 쓴 작가의 인간 세계에 대한 통렬하고 날카로운 비판은 더더욱 그렇다. 몇개의 장은 어쩌면 이기적 유전자보다 ‘불멸의 유전자’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그랬다면 그 제목은 과학도서 냄새를 풍겼을듯 하다.

많은 이견과 논란 탓을 예견한 탓인지, 작가는 이 책은 자연선택에 의해 어떻게 진화가 되었는지에 관한 책이지, 진화를 바탕으로 한 도덕성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 만약에 도덕적, 윤리적 요소를 끌어내야 한다면 경고의 메세지로 읽고,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기에 관대함과 이타적 행위를 가르치라고 한다. (Let us try to teach generosity and altruism, because we are born selfish.) 8장 Battle of the generations 에서도, 마지막에 we must teach our children altruism. 이런 문장이 있다.

인간이, 치열한 경쟁 구도의 생태계에 의해 선택받아 존속되고 진화되기 위해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는 말은 과히 틀리지 않는다. 내가 더 놀란 것은, 겉으로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도 사실은 가리워진 이기적 행동이며 진정한 이타적 행동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최근에, 심지어 부모님, 남매간, 동료들 간에 나의 행동에 대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익을 계산하는 나 자신에 대해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나는 순수 이타적 행위를 조금씩 실천하며 살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런지;;;

어느 책에선가, 자신의 분야가 아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해서, 좁은 식견에서도 벗어나고 다양한 사고를 가지기 위해서도 과학 분야에 도전을 하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ㅜ 그럼에도, 훌륭한 책을 너무 늦게 읽어줘서, 게으른 나라서,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며 읽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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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Kim 2019-02-20 0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미권 자연과학자들는 철학/역사학 등 인문학적 크로스오버를하는 저작을 많이 썼습니다. 한국의 학자들은 대체로 이런 시도에 매우 인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