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천국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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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에

어두운 숲 속을 헤매고 있었다.

 - 「지옥」 제1곡 1~3행

 

내 나이 만 서른 다섯을 목전에 두고 있기에, 그 나이에 무슨 의미를 던져줄까 해서 집어들었던 작품이다. 근데 읽어보니 나이랑은 관계가 없는 듯하다.

 

지은이인 단테는 그 나이에 뭘 했을까 살펴보았다. 1265년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그는, 1300년 정부 최고 관직에 올랐다. 이듬해, 당파싸움에 밀려난 그는 공금횡령과 부패혐의로 기소되어 망명이 시작되었다. 기나긴 망명길을 어두운 숲 속을 헤매는 것으로 묘사한 것일까.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당대의 교회와 피렌체의 현실에 대한 울분을 가득 차 있다. 마음에 안드는 인간들은 마음대로 지옥에 쳐박아두고, 신앙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연옥 또는 천국에 올려둔다. 

 

그런데, 배치 기준이 참 아리송하다. 일단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인간들은 지옥의 불구덩이에 있다.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죄없는 고대 헬라스의 현자들도 모조리 지옥의 림보에서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 그리스도를 모르는데 단테가 존경하는 베르길리우스는 연옥까지 그를 인도해 주고, 카토도 연옥의 문지기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베르길리우스는 연옥까지는 오는데, 그가 찬양한 트로이아의 전사 리페우스는 천국에서 콘스탄티누스와 동급이다. 이유는 '세상이 보지 못하는 하느님의 은총을 충분히 알고 있' 어서란다. 장난하나? 단테가 그걸 어떻게 아나?

 

이처럼 무원칙한 인사(?)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은 충분히 어렵다. 재미있게 읽었던 '일리아스'나 '오뒷세이아', 그리고 '아이네이스'는 헬라스 신화가 배경지식이었기에 미주를 잘 읽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망할, 이 단테는 그보다 거의 2천년 뒤의 작품이다!! 헬라스 신화와 성서가 기본이 되어야 하고, 고대 헬라스 철학,로마 역사,중세 유럽의 역사, 교회사, 천동설, 피렌체 등 이탈리아의 당대 정치의 내용들이 한두줄로 암시하고 있어 그들을 모두 꿰뚫어야 이해가 가능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기 위해 달랑 '아이네이스' 하나만 읽은 나는 대단한 혼란에 빠졌다는 거다.

 

그렇기에 한줄한줄 세심하게 정성을 들이고,차기태의 '단테의 신곡 에피소드와 함께 읽기'도 곁들였으며, 두번 읽었다. 작가는 「천국」에서 '넓은 바다로 들어서지 말고 그대들의 바다로 돌아가시오, 혹시라도 나를 잃고 헤맬 수 있'다며 머리가 딸리면 읽지 말라고 조롱한다. 그래서 오기가 생겨서, 「천국」은 난생 처음으로 전권 워드로 필사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따라가 보니 당대의 천동설 지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뽐내고 있다. 현대 과학상식으로는 오류에 가득찬 그런 것들 말이다. 여기서 단테에게 말하고 싶었다. '니가 지동설을 알아?'

 

요새 고대 헬라스의 작품들에 빠져 있는데, 단테의 comedia는 충분히 그에 견줄만한 대작이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 작품이다. 읽는 데 3개월 정도 걸렸음에도, 성서를 읽지 않은 나로서는 30% 정도만 이해된 듯하다. 다시, 고대로 돌아가 공부를 좀 더 한 다음 몇년 후 재도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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