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 사회 대한민국 - 이주민, 차별, 인종주의
손인서 지음 / 돌베개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래는 이민정책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골랐다.

그런데, 기대와 달랐다. 이민정책이 아니고 지금의 이민정책과 우리 안의 인종주의를 지적하는 비판서였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수긍할 만한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절대로 다민족국가가 될 수 없는 가장 강려크한 증거가, '대구시의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라고 늘 생각해 왔는데, 아마 우리나라의 모든 지역에서 동일할 것이다. '이슬람=테러리스트'라는 개신교 중심의 시선과, 이에 따른 집값 하락을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이 책은 우리 특유의 '다문화'라는 단어의 허구적이라 하면서, 각 카테고리면 이주민들에 대한 정책이 인종주의적이라고 폭로한다. 결혼 이주민, 가사도우미, 계절노동자, 난민, 재외동포, 화교, 탈북자 등등. 우리가 보는 그들은 하나같이 타자이고, 값싸게 쓰다가 버려도 될 사람들이며, 잠재적 범죄자이자 차세대 이등국민이다. 덧붙여 전문인력 유입정책은 말은 그럴듯하지만 그런 고급인력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지 우리나라로는 오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저자의 태도가 비판적 시민사회, 페미니즘, 평등주의를 견지하는 점은 무척 아쉽다. 시민사회도 특정 정파와 결부된 이익집단에 불과하며 나라를 두쪽내는 동력이라는 점은 몇 개 정부를 거치는 동안 검증되었다. 최근 최저임금과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우리 경제를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하면, 이민자에게도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아예 박탈하는 것이다. '이민정책으로 동남아 여성이 유입되는 것이 출산율을 증가시킨다는 기대는 인종주의적'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출산율 저하는 선진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 추세이며, 이는 여성들의 선택이라는 게 알려졌는데 왜 이런 가정을 하고 있는지, 어디서 이런 생각을 가져왔는지 모르겠다.


특정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혐오감을 자아내는 것도 문제이다. 역대 우리나라 정부의 이민정책이 모두 실패했다는 스탠스를 취하는 듯하면서도, 유독 대통령 하나를 실명 거론하며 인종주의적이라고 한다(그 대통령이 인종주의적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긴 하다). 오해를 사면서 논지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인종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순서가 잘못되었다. 우리 스스로가 인종주의자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를 포함해서. 이 책에 높은 별점을 매기는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차별의 원인을 문화나 이념에서 찾는 설명은 개인의 무지나 오해가 차별을 낳는다는 잘못된 가정에 기대고 있다. 이 논리를 따라가면 차별의 해결책은 개인의 무지, 오해, 편견을 교정하는 일, 즉 교육일 것이다. 하지만 교육은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 미국은 반세기 넘게 인종차별에 대한 교육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미국의 인종차별이 개선되기는커녕 끈질기게 존속하고 있음을 꼬집고 있다. - P37

‘다문화 현상‘이나 ‘사회통합‘ 과정의 일부로서 차별을 다룰 수는 있다. 그러나 일반 교양 교육이 아닌 다문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차별과 불평등을 주요 주제로 다루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 - P49

정부가 이렇게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졸업 후 대부분 한국을 떠난다. 유학생 유치를 통한 ‘우수 인력‘ 이민자 유입정책은 유명무실하다. 국내 유학생의 졸업 후 경로를 추적한 통계는 없다. 다만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 유학생 졸업자 2만 7,321명 가운데 국내에서 취업한 이는 8.2퍼센트에 불과했다. - P52

취약계층 남성은 가족의 돌봄이 필요할 때 정부의 복지에 기댈 수 없고, 외국의 이주민을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고용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존재한다. 정부는 이주민으로 ‘값싸게‘ 복지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 P67

저출생 위기의 해결책으로 이민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주민이 많이 들어와서 인구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와 다르게 자녀를 많이 낳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생각은 주로 동남아시아 등 저소득 국가에서 이주하는 이주민이 출신국의 출생률을 따라갈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이 가정은 동남아시아 여성이 전근대적이라는 인종차별적 발상이다. 게다가 국내 결혼이주여성에 관한 연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사회에 동화하면서 내국인의 출생률의 수렴한다고 보고한다. - P8182

비판적인 시민사회는 이주가사노동자 도입은 출생률 제고와 무관하며, 무엇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은 인종차별적이라며 반발했다. - P116

우리의 이익과 부합하면 같은 민족으로, 그렇지 않으면 외국인으로 배척해 왔다. 그래서 민족과 문화는 차별의 원인이 아니라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에 가깝다. 우리가 오랫동안 단일민족이었기 때문에 이주민에 배타적이라는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 P1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