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더링 하이츠 을유세계문학전집 38
에밀리 브론테 지음, 유명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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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학사에서 '복수'를 소재로 한 가장 오래된 작품은 소포클레스의 희곡 「엘렉트라」가 아닐까 싶은데, 근대에 와서 가장 성공한 것은 아마도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일 것이다. 많은 문학 속에 언급되는 '히스클리프'라는 이름 때문에, 처음에는 『워더링 하이츠』도 격정적인 사랑의 서사라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초반에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격정적인 대사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제2권을 지나서는 그 격정적인 사랑만큼이나 길고 격렬한 복수극이 이어진다. 이 작품은 '복수'의 문학이다.


『워더링 하이츠』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워더링 하이츠에 거주하는 언쇼 가와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거주하는 린턴 가를 배경으로 한다. 그 중 워더링 하이츠에 히스클리프라는 근본도 없는 외래인이 반입양으로 들어오면서 앞으로 2대 20여 년에 걸쳐 사랑과 복수의 격랑에 휩쓸리게 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예전에 유행했던 우리나라 막장드라마 작가들이 이 작품을 탐독하지 않았나 싶을만큼 교과서적인 행태를 보여준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처럼 치밀하고 폼 나는 복수가 아닌, 불문법 법치 국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우격다짐으로 결혼시키고 재산을 상속받는 등 방법으로 복수가 이루어진다. 남자들은 멍청해서 비실거리고 여자들은 당돌하다. 그런 내용이 끝도없이 이어지는데, 읽어 나가는 과정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높은 시청률 때문에 무리하게 길이를 늘려 방영하는 드라마 느낌이랄까.


겨우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20대까지는 무조건 읽을 것을 권한다.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200년 가까운 시간을 견뎌냈고, 그 시대에 드문 여성 작가의 작품이다. 그러나 30을 넘어 사회생활이 바빠지는 사람들에겐 '글쎄?'라는 물음표가 남는다. 읽는 재미는 있으되 남는 게 별로 없고, 불필요한 이야기가 늘어지기 때문이다. 이것 외에도 소화해야 할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이걸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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