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의 반지 세트 - 전4권 풍월당 오페라 총서
바그너 (Wilhelm Richard Wagner) 지음, 안인희 옮김, 오해수 해설 / 풍월당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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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와 해설자를 봤을 때 반신반의했다. 오해수라는 사람은 공무원에서 전업한 작가, '노래극의 연금술사'라는 다소 없어보이는 제목의 푸치니 안내서를 출간한 경력이 있고, 안인희는 '북유럽 신화'는 조금 읽다 말았고, 윌 듀런트의 '중세이야기' 중 르네상스 부분을 번역했으나 정말 최악이었던 경험이 있다(초벌 수준으로 번역된 책의 출간을 강행한 건 번역자, 편집자, 출판사 중 어디가 문제였을까). 이 책을 구입하게 된 동기는 오페라를 막 시작하는 나로서, 그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풍월당에 대한 후원의 의미가 90% 이다. 10%는 DVD에서 영어자막이 좀 어렵게 나왔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함이고.

 

결론부터 말하면 잘 사서 읽었다. 바그너가 대본을 쓴 순서를 따라 '신들의 황혼'부터 '라인의 황금'에 이르기까지 역순으로 1일 1권씩 읽어내려갔는데, 사건의 세세한 사항,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완벽하게 나온 자막만으로도 커버가 어렵다. 또 하나는 안인희의 풍부한 해설과 주석인데, 정통으로 독일 인문학을 연구해서 북유럽신화나 바그너 관련 저서를 쓴 사람답게 이 부분이 상당히 충실하다. 이 점은 '불멸의 오페라'에서조차 다루지 못한 부분들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주석이 좀 더 상세하면 어땠을까, 지도나 사진 등이 첨부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북유럽신화 관련 책들을 뒤적이는 걸로 수고를 더해야 하겠지만, 책이 많이 팔려 증보개정판에서는 이런 점들이 개선되었으면 한다.

 

번역 자체는 70점을 주겠는데,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 이런 것들은 외국사이트의 영역 대본과 비교하였다. 이 대본을 읽는 동안 천병희 선생이 번역한 희랍-로마 저작들을 떠올렸는데, 편집자들의 노력이 자못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한편으로, '라인의 황금'에 실린 오해수의 해설은 바그너에 대한 놀랍도록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바그너 보다는 '니벨룽의 반지' 자체에 초점을 두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조지 버나드 쇼의 해설서 '니벨룽의 반지'가 국내에 번역되어 있다고 소개했으므로, 역시 그 책을 찾아서 읽는 걸로 갈음해야겠다.

 

다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몇가지가 있는데, 1) 지그프리트의 등이 배리어프리한 게 안인희의 해설 및 번역은 '브륀힐데가 보호해주지 않아서'라고 하고, 오해수 해설은 '용의 피가 등에는 튀지 않아서'라고 한다. 다른 책이라면 모를까, 같은 책에서 이러면 곤란하니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2) 지그프리트의 죽음과 신들의 멸망이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지그프리트가 계약으로 묶인 보탄이 하지 못할 일을 수행하기 위해 인간계에 보내진 '가장 자유로운 영웅'이라는 점은 알겠다. 그런데 지그프리트가 임무를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브륀힐데가 대신 했는데? 박종호, 이용숙, 안인희, 오해수의 글들을 다 읽어봐도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나는 공연물 두 개를 보고 이 책을 사서 읽었다. 다음에 볼 공연은 이 책을 서너번 더 읽은 후 보려 한다. 지금은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와 오해수의 '인간 바그너'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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