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블루레이]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롤란도 빌라존 (Rolando Villazon) 외 / DG (도이치 그라모폰)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꽤 좋아하는 오페라라고 생각했는데, 게오르규, 아레나 디 베로나 공연물에 이어 세번째. 이 유명한공연물을 이제야 영접한다.


옛날에 인기사극 '용의 눈물'이 종료하고 성공을 기념하고 돌이켜보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 여기서 "'용의 눈물'에 저승사자가 있다는데 아십니까?"하고 패널이 질문했고, 자료화면으로 어의가 병자의 증세를 설명하면서 송구해 하는 장면들을 모아서 보여주면서 "한 명도 못 살렸습니다."라고 설명했던 걸로 기억한다.



왜, 옛날 이야기를 들먹이냐면, 이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비올레타를 바라보는 한 노인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노인이 제르몽인 줄 알았다. 자신의 아들을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인습의 상징적인 인물. 그 인물 때문에 비올레타는 자신을 천하게 여기는 사회에 좌절하고 끝끝내 죽음을 향해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이십여 분만에 그 예상을 깨고 좀더 젊은 사람이 제르몽으로 등장해서 비올레타를 괴롭힌다. 그러면 그 노인은 누구란 말인가?

노인의 정체는 3막에 가서야 나오는데, 비올레타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의사였다. 아, 첫 장면부터 비올레타의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사람, 즉 노인은 비올레타의 죽음 그 자체(혹은 그를 데리러 주위를 멤도는 저승사자)였던 것이다. 이야... 어떻게 이걸 그렇게 표현할 생각을 했을까. 너무 유명해서 결말이 알려질 대로 알려진 작품에서도 반전을 만들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공연 내용도 매우 훌륭하다. 일단 지극히 현대적이고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컨셉이 새로운 오페라 공연의 시대를 알리는 듯하다.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았다. 롤랜드 비야손은 외모는 좀 떨어져도 가창력이 상당하다. 그러나 역시 헤로인은, 이 오페라의 2/3 가량을 혼자 뛰어다니는 비올레타 역의 안나 네트렙코. '마시자, 축배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의 열창은 대단한 감동이어서 여러번 봤다. 가장 좋아하는 2막 막판의 대콘체르탄테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당시 한소희 느낌이 나는데, 당대 최고 디바의 탄생을 알리는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공연물을 많이 접하고 싶다. 고전적 연출이 기본이 되겠지만, 이러한 신선한 해석을 하는 작품들이 많아야 공연도 발전하고 사람들의 관심도 끌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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