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8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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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월터 아이작슨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그를 무자비한 사이코패스로 묘사했다. 성난 민중을 무마하기 위해 부하를 두동강 내 죽인 것을 비롯해서 잔인하고 무도했다고.


집에서 거의 20년이나 굴러다니다가 르네상스에 관심을 갖게 된 요즘에서야 비로소 집어든 책, 시오노 나나미의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당연히 구판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이기에 재미는 있지만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읽게 된다.


"그들은 이제 겨우 25살이 되려 하고 있는 체사레라는 사나이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때까지의 세상을 지배해 온 종교적 양심이나 도덕, 윤리 따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나이. 자기 목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합리성과 현실적 유용성에 대한 판단만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나이. 이런 것이 체사레라는 사나이의 본질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체사레 보르자에게서 '일본 역사상 유일한 천재'라고도 불리는 오다 노부나가를 찾은 것 같다.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그이지만, 기본적으로 우익 일본인이다.  방대한 사료를 검토해서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론을 통해 자신만의 인물상을 창조해 간다는 점에서 그의 저작들은 시바 료타로를 떠올리게 한다(실제로 그가 '시바 료타로 상'을 수상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시바 료타로가 역사속 인물들을 발굴하여 일본인들에게 일본의 혼을 일깨웠듯이, 시오노 나나미는 이탈리아에서, 로마에서 인물들을 일본적으로 해석해서 일본인들에게 적용시키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예전부터 참 많이 해왔고, 이 작품에 이르러서야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꺠달았다(그리고 뒤에 붙은 해설이 내 생각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그가 아베급의 군국주의자인 것 역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현실적인 시야를 가지고 있던 레오나르도는, 날카롭게도 공화국 제도의 결함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자유가 있는 곳에는 질서가 없다""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이는 본의의 심각한 왜곡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레오나르도라는 인간 자체가 매우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서자에 동성애자였다. 그 누구보다도 자유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한 자유로움이 자연에 대한 집요한 관찰로 이어졌고, 그것이 수백장에 이르는 노트에 담겨, 멀리는 스티브 잡스 같은 이들의 혁신적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그가 노트에 남긴 말(그런 말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은, 분명 인용한 사람의 편견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그가 '창조해 낸' 체사레라는 인물상은 꽤나 매력적이다.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이지만, 그래도 충성하는 신민이 많았고, 마키아벨리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인물을 곁에 둘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기가 한 짓에 비해 역사에서 높은 이름을 남기게 됐다는 점도 행운이다. 언가 다른 책에서 또 그를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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