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5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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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내가 목로주점”, “제르미날”, “여인들의 행복백화점”, “작품”, “나나”, “인간짐승에 이어 일곱 번째로 읽은 에밀졸라의 루공-마카르 작품이다. 2제정 시대 테마별로 시대상을 날카롭게, 날것 그대로, 인간의 가장 밑바닥 본성을 파헤친 그가, 이번에는 돈과 증권시장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세 가지 점에서 대비를 보이면서 자신의의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첫째, 가톨릭과 유대교의 대립이다. 역자의 해제에 따르면 이는 19세기 말에 실제로 있었던 가톨릭 은행과 유대계 은행의 대결을 모티브로 그렸다고 한다. 주인공 사카르는 가톨릭계 은행가로 성장한다. 그는 유대인 은행가로서 이미 엄청난 부를 축적한 군데르만을 경멸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순식간에 그와 맞먹는 부를 만들어낸다(그리고 추락한다). 부의 축적방식에서도 약간 차이를 보이는데 군데르만이 전형적인 (샤일록 같은) 수전노 고리대금업으로 차근차근 성장했다면, 사카르는 증권시장을 만들고 주위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삽시간에 거부가 된다. 그러나 딱 성장한 속도만큼 추락한다.

둘째, 부의 축적에 대한 선악의 관점이다. 사카르는 빠른 성장을 추구한다. 돈이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이라 믿으며, 돈이 없어지면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이다. 그러나 그의 동료이자 한때 연인관계였으면서, 독실한 가톨릭교도인 카롤린 부인은 그것이 옳지 않다고 한다. 그녀는 부의 급격한 축재는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작품은 지극한 현실주의의 패배로 끝을 맺고, 카롤린 부인은 사카르가 문제가 아니라 돈이 문제라고 결론을 내린다. 상당히 알쏭달쏭한 결론이긴 하지만,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다. 역자가 해제에서 밝힌 바와 같이, 본디 교환의 수단이었던 돈은,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 목적으로 변질되었다.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경제라는 제도가 한 사람을 입지전적인 인물에서 죄수로 추락시킨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이따금씩 등장하는 사기꾼 투자자(이희진 등)의 문제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미 100여년 전에 이러한 문제의식을 짚었다는 점에서, 에밀졸라의 관점을 시대를 앞서가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셋째, 주인공 사카르가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인물로서 그 성장과 몰락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대하여, 곁다리 인물로서 시지스몽의 입을 빌려 이상적이긴 하지만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공산주의의 모습을 제시한다. 사카르에 대비되는 시지스몽은 모두가 평등하고 함꼐 사는 세상을 역설하는 몽상가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세상은 한 백년 후인 지금은 무수한 인명을 앗아간 실패한 실험이 되었으며 천년 후에도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작가는 시지스몽을 친형의 돌봄이 없으면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나약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끝내 아무런 역할도 없이 말만 하다가 죽음에 이른다. 왜인지 카를 마르크스의 일생과 닮았다. 어쩌면 작가는 자본의 축적을 향해 무한질주를 하는 당대 프랑스 사회에 대한 경종으로서 시지스몽을 등장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러시아 혁명이 극단적으로 성장하던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 노동자의 복지를 가져온 것을 예견한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이 작품에서 그 간 알려졌던 에밀 졸라의 행적과 두 가지 점에서 모순을 보인다. 그는 사회주의자로 알려져 있으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주의자를 나약한 몽상가로 묘사했다. 사회주의의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일까. 또한 유대인인 드레퓌스를 지지하다 결국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에서 그는 유대인=샤일록과 등치시키는 등 돈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안티히어로로 그리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역자 해제에서 의 출간과 드레퓌스 사건 사이에는 7년 정도의 간극이 있으며, ‘의 출간 당시 서구사회가 유대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에밀 졸라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덧붙여, 몇가지 점에서 이 작품은 에밀졸라의 다른 작품들과 차별성을 갖는데, ‘루공-마카르작품들이 프랑스 제2제정 시대를 그리고 있는데, 여기서는 잠깐이나마 레바논 등 아시아의 이국적 풍경들을 묘사하고 있다. 또 그의 작품에서 사람은 모두 이기적인 동물로 그려지고 도덕적 양심을 지닌 인물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카롤린 부인과 같이 어느 정도 금욕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거대 출판사들이 문학적집에 관심을 가지면서 에밀 졸라의 작품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도 우리나라 초역이다. 20권에 달하는 루공-마카르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말로 모두 읽게 되는 날이 있게 되기를 바란다.

 

201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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