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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수다 떨기 1 ㅣ 명화와 수다 떨기 1
꾸예 지음, 정호운 옮김 / 다연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 나는 명화에 빠졌습니다. 아니 빠졌는지 그냥 눈길이 가는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또 보고 자꾸 보게 됩니다. 지난해 영국 출장 때 혼자 네셔널갤러리를 다녀왔던 것이 명화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가까워지고 싶어서일까요? 최근 명화와 관련된 서적이 자주 눈에 띄입니다.
<명화와 수다 떨기>는 화가를 독특한 타이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카라바조는 '도망자', 렘브란트는 '빛의 화가'로 그리고 이어지는 일곱 명의 예술가들에 대해 불리우는 별칭과 같은 단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빛의 화가, 수련, 애플맨 등으로 불리우는 화가에 대해서는 깊이있게 관심을 가지기 전에도 알고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불리우게 되었는지 그리고 다른 화가들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 알게되는 시간이였습니다.
저자의 수다는 즐겁습니다. 혼자 수다 떨지만 리듬이 느껴집니다. 예술가의 개성 혹은 예술에 대한 자신만의 고집을 들려주면서는 빠른 템포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품에 대해 알려진 시대적인 배경과 이미 많이 알려진 대중적 사실 그리고 조금은 덜 알려진 개인사에 대해서도 들려주기도 합니다.
렘브란트의 <야간순찰>을 소개하면서 교과서나 다른 책에서 보았던 작품이 원작과 다른 버전이라는 것도 들려줍니다. 생각에 따라서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일수도 있겠지만 작품에 담겨있는 이야기에 더욱 귀기울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또한 동일한 광경을 연속적으로 그리는 '연작' 회화 방식,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인 연작 시리즈 <수련>을 창작한 클로드 모네의 '인상파' 탄생의 비화는 또다른 재미였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주변에 '형편없다'라고 생각되는 누군가가 가까운 미래에 아주 위대한 예술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행복한 화가로 불리우는 르누아르의 작품은 설명을 들어도 그냥 보아도 참으로 '따스하다'라는 느낌과 '행복을 불러오는 구나'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물론 이 책에 담아놓은 작품을 통해서만 일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손이 안 되면 엉덩이로 그림을 그려야지."라며 농담했다는 글에서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일곱 번째 챕터에서는 '미치광이'로 빈센트 반 고흐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화파에도 넣을 수 없는 아주 독특한 화가라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굳이 시대로 구분하면 '후기인상파'라고 분류하지만 저자는 아주 독특하게 분류해보자고 합니다. 챕터의 제목에서 미리 알려주는 듯 합니다. '광기파!' 저자가 들려주는 수다를 듣다보니 그럴듯 합니다.
"모든 사람이 내 그림을 감상하고
나아가 나의 내면까지 느끼길 바란다."
- p. 220
인상파가 아닌 인상파로 소개되는 무희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 그리고 애플맨으로 소개되는 '폴 세잔'까지 저자의 수다는 이어집니다. 화가들의 작품 중 이미 알고 있는 몇몇 작품과 지난해 영국 네셔널갤러리에서 본 작품들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없다면 어쩌면 다시 만났어도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다시 만나게되면 좀 더 잘 들여다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수다였습니다. 예술 작품을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같은 이야기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듯이 이 책도 수업 시간에 강의가 아닌 수다였기 때문에 더욱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