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기분 좋아져라 - 페리의 감성생활 Cartoon
정헌재 지음 / 넥서스BOOKS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짧게 치고 빠지는 감성 메시지의 힘

 

   페리테일의 '두근두근 기분 좋아져라'는 내용도 모르면서도 왠지 사고 싶어서 서점에선 여러번 들었다 놨다는 반복했던 책입니다. 저도 이런 귀여운 그림 일기같은 책을 사보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이런거죠. '아, 내용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냥 편집도 귀엽고 책도 귀엽고 좋아보여~~' 이정도랄까? 표지만 봐도 뽀송뽀송한 느낌이죠. 책을 막상 펼쳐보니 당연히 빨리 잘 읽히기는 했습니만, 시작부터 살짝 우울모드더군요. 그랬는데 뒤로 갈수록 개인적으로는 더 공감이 가고 내얘기같은 그런 진행이었습니다. 이게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얼마전까지 대 유행했던 힐링코드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솔직한 자기고백이 들어있는 이야기의 힘은 그런거죠. 억지스럽지 않고, 가르치려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같이 슬퍼하고 우울해했다가 덩달아 기분좋아지는 그런 편안한 흐름... 이것이 이 카툰 에세이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무언가 멘토가 나를 가르치려하는 힐링코드는 개인적으로 정말 짜증납니다. '너나 잘하세요. 그렇게 사시라니까요!' 하고 말해주고 싶어지죠. 이 양반은 정말 겸손, 섬세함이 제대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좋은 카툰 작가의 자질을 가지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 재밌는게 같이 우울해하고 공감하면서 '그래, 그런거지 뭐... 흙흙..'하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양반.. 베스트셀러 작가야...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고 엄청 부자인건 아닐까? 돈을 긁어모으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믈스믈 올라오더군요. '뭐야? 이 양반... 궁색 코스프레 한건가????' 이런 의심이 갑자기!!!   

 

 

#4. 이 책에 담긴 힐링 코드는 복고인가?

 

   제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 책이 점점 마음에 든 이유는 특히 중반이후 추억, 일상 쪽에서 저에게도 기분좋은 과거의 기억들, 추억의 물건, 지금은 없는 것들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작가의 년식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반증이랄까.. 저도 년식이 꽤나 되어간다는 증거랄까? 뭐 그런거죠. 년식이 차면 찰수록 "내가 말이야! 옛날에는~~, 우리 때는 말이야~~" 이런 소리를 많이 하게 되죠. 살짝 짠한 느낌이 들면서도 빙그레 웃으며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추억을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 과거는 부끄럽고 민망한 것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아름다웠던 기억만 미화되어 기억되기 마련(나에게 유리하게 시리..ㅋㅋ)인지라 그 옛날 좋아했던 것들, 유행했던 것들, 지금은 없는 문화들을 살짝 들출 때면 참 즐겁더군요. 복고라는 말의 원래 의미와는 맞지 않치만 아름답고 따뜻했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허벌쭉 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아온 인생이 아름답고 따뜻했던 것도 아닌데 돌아보며 의미부여를 하고 기억을 떠올리면 아름답고 따뜻했던 것만 같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3. 웹툰을 단행본으로 제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웹툰이 점점 대중화 되면서 단행본으로 제작되는 분위기가 일반화되고 있는거 같습니다. 예전부터 인기있는 연재 만화가 단행본으로 엮어지는거야 당연한 거지만 태생이 짧게 한회 한회 끊어치는 웹툰이 단행본으로 제작되고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고나 할까요? 사실은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양반 웹사이트나 제공 포털로 들어가서 1회부터 슬금슬금 읽어보면 될 일입니다. 굳이 책으로 들고다니며 볼 일도 아닌거죠. 스마트폰이나 테블렛이 워낙 대중화된 지금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단행본이 그렇게 많이 팔리는 걸까요? 

 

   그렇다면 저는 왜 그렇게 이 책을 구매하기를 망설인 걸까요? 라떼님이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히 읽기는 했지만 소장하고픈 욕구를 느낀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였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웹툰 이나 웹툰 에세이의 단행본화에 대해 생각해 볼 꺼리가 있는거 같습니다. 출판 산업이 위축되고 있고 위기라고 많은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데 이미 웹상에서 언제든 접속해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굳이 단행본으로 제작되어 유통되는 현상은 의미심장합니다. 심지어 이런 현상은 점점 다각화되고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 것도 같구요. 정확한 데이터도 없고 주관적인 느낌이라 엉뚱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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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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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중고책방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설레임을 떠올리는 이야기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심 부러운 마음이 가득했던 이유는 이 책속의 이야기가 실화이고 책속 주인공 부부가 완성한 장소인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이 단순히 중고서적을 판매하는 전문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사랑방 역할을 훌륭히 담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에반해 우리나라에서 헌책방이라하면 겨우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알라딘 중고서점" 정도 입니다. 그나마 알라딘 중고서점이 집근처에라도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형편입니다. 우리동네에는 다행히 동네책방이 두군데나 있습니다만, 동네에 정겨운 중고책방이 있어서 헌책을 사고파는 광경이 그리운 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애서가들이 느끼는 공통의 감정일 것입니다.  

 

" 중고책 구매자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왜냐면 헌책방에 들어가는 건 마치 환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중략) 이 신비한 공간은, 시간이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휘고 굽어지고 오그라듦에 따라, 거기에 있는 책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지식을 갖는다. (중략) 책으로 한 겹 덮인 벽으로 외부 세계의 부산함을 차단해줌으로써 안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적 갈증을 달랠 수 있도록 해준다." p249

 

 "" 소비자들이 맥도널드를 찾는 이유는 이스탄불에서든 미국 아이오와에서든 똑같은 맛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명 중고책방을 부러 찾는 이유는 거기서 무엇을 발견할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보물찾기에 뛰어들 기회가 몇 번이나 오겠는가?"p250

 

   "알라딘 중고서점"이 일반 서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보물같은 책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는 하지만 책을 사고 파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하기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서점에서 진열대를 하나하나 훑으면서 뭔가 흥미로운 책을 사기 위해 기대감에 부풀어오르고, 저렴한 가격으로 읽고 싶었던 책을 발견해 나가는 행위는 새책을 주문할 때와는 또다른 종류의 기쁨을 선사합니다. [빅스톤갭의 작은책방]이란 책은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저자 부부의 열정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속에 담겨있는 책에 대한 무한 사랑과 책을 통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있는 책입니다.  

 

 

#2. 오랜만에 만나는 양념반, 후라이드반류...

 

   제 마음대로 이렇게 정의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 흔한 양념반, 후라이드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구성이 꼭 그러했습니다. 총 430여 페이지에 이르는 책의 내용중에 약 250페이지정도까지, 그러니까 17장 '종이책과 킨들' 앞까지는 좌충우돌 창업기, 분투기, 성공기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책방론, 독서론, 업계의 향후 동향에 대한 견해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보통은 이런 책은 250페이지짜리 창업 성공기 정도로 마무리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저자의 이력을 보면 후반부가 덧붙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민속학과 민속지학을 전공한 저자는 정부관련기관에서 특히 인간관계, 직장 윤리 등으로 힘들어하다가 남편과 함께 꿈과 같은 인생의 로망을 찾아 어렵게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케이스입니다. 저는 민속지학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동했는데 흥미로운 학문이더군요. '그 사람이 소장한, 읽어온 책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인다' 정도로 단순화 할 수 있는데 상당히 재미진 학문임은 틀림없습니다. 여튼 이런 이력 때문인지 저자는 아주 통상적인 창업, 분투, 성공기가 어느정도 정리된 중반부 이후는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대변할 수 있는 출판시장의 미래와 동네 작은 책방의 차별화 생존전략, 현대인의 소비방식, 독서론에 이어 추천 도서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사실 저는 중반 이후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주제를 잃고 약간 지루하게 방황한다는 느낌을 조금 받았습니다. 이정도로 길게 정리할 이야기들은 아니라는 느낌이랄까... 

  

 

#3. 나의 로망 북카페는 점점 안드로메다로...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하나같이 저자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좋겠다. 부럽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나 아내와 늘 함께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함께 이야기하다가 생각해낸 직업? 일?이 바로 "교외 북카페" 창업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환경에서 북카페로 큰 돈을 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게다가 교외라니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직 시작한 것은 아니니까 장미빛 환상은 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돈드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럴때마다 동시에 안개처럼 스멀스멀 드는 생각이 횡한 카페의 전경이랄까... 자연스럽게 참혹한 실패를 예상하게 되는... 그래서 우리 부부가 내린 결론은 북카페에서 어떤 수입도 발생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이 생활이 가능한 환경하에서만 북카페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북카페는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엔 수익성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것을 해보지 않고도 인정하는 셈입니다.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점이건 북카페건 도서 대여점이건 단순히 기능적으로 책을 주고 받는 역할에만 한정되어서는 롱런하기 어렵고 지역사회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사는 주체인 사람이 계속 드나들도록 해야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것 또한 회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 부합하는 이야기인가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헌책방이 생겨나고 지역사회를 묶어주는 사랑방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집앞에 있던 책 대여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책 대여점이 급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탄광촌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중고서점의 미래가 우리나라에도 우리의 실정에 맞도록 적절히 변형되어서 나타났으면 하고 기대해봅니다. 무언가 확 손에 잡히는 모습이 떠오르지는 않지만,새로운 서점의 대안으로 등장해서 성공담이 소개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제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지역사회와 성공적으로 밀착해있는 작은 서점이 있다면 그런 성공비결이 네트워트되고 공유되어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출판계에 새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우리 부부도 작은 책방을 하나 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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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정원
가쿠타 미츠요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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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를 모토로 각자의 은밀한 비밀을 품은 가족들의 이야기

 

  우선 이책을 무지하게 힘들게 읽었음을 고백합니다. '가쿠타 미쓰요의 작품을 좋아한다'라는 저의 설정을 깨고 싶지 않아 중간에 몇번이고 끊겼던 책읽기를 불굴의 의지로 끝까지 읽었습니다. 왜 이 작품을 읽다가 집어 던졌다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읽기 싫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 책 공중정원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비밀없이 지낸다는 모토를 가진 한 가족을 중심으로 각자의 속내를 통해 가족이라는 제도의 위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는 모토를 주창한 엄마 에리코가 애초부터 거짓을 숨긴채 가정을 꾸렸다는 사실 자체가 불완전함의 시작입니다. 코가 끼듯이 결혼한 남편 다카시의 끊임없는 불륜행각과 무책임한 삶의 태도가 불완전함을 가중시킵니다. 에리코의 엄마 기노사키의 태도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남편 다카시의 불륜 상대인 미나도 불완전한 가정에서 받은 왜곡된 시각으로 가정따위는 이루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이 가정의 아들과 딸인 고우와 마나도 동상이몽에 부족함없이 각각 한 몫을 담당해줍니다.  

 

  딸로부터 시작해서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아버지의 불륜애인, 아들의 시선으로 총 여섯명의 내면을 통해 숨김이 없는 솔직한 가족의 모습을 연기하는 구성원과 주변인물들의 적나라한 내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극도의 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이런 가족이란 제도의 한계와 불완정함으로 드러내 보여줍니다.

 

 

 

#2. 솔직하게 비밀을 털어내버리는 무책임함

 

  결국 어떤 제도, 모임이 되었건 구성원들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성실한 태도와 관계의 책임감입니다. 이 책에서 가족에 대해 극도의 결벽을 가지게 된 주인공 '에리코'의 불편한 모습은 결국 그녀의 어머니 '기노사키'와 남편 '다카시'의 무책임함에서 기인합니다.  

 

" 제발 그 자리에서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머니에게 혐오감을 느낀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때 어머니는 자기가 편해지기 위해 울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울면서 용서를 구하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당신 탓이 아니라'라고 말해줄 것이다. 그러면 어머니 자신은 마음이 편해지겠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가 울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죄가 되어버린다.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문제가 아니라 보상할 길이 없는 죄가 되는 것이다." p144

 

  에리코를 돌보지 않은 어머니 때문에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그녀의 문제로 방문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울며 미안해하는 어머니를 방문자들이 위로하는 상황을 보며 내뱉는 에리코의 독백을 통해 어머니의 무책임이 에리코의 내면을 얼마나 왜곡시켰는지를 보여줍니다.  

 

" 남편은 고통스러운 표정까지 지으면서 털어놓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속이 편해지니까. 그렇게 털어놓으면 죄도, 괴로움도, 고민도, 부끄러움도, 후회도 전부 나한테 떠넘길 수가 있다. (중략) "이기적인 짓 하지 말란 말이야!" 나는 소리질렀다. "아무 생각 없이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마구 쏟아 부어놓고 혼자만 속 편해지면 다인 줄 알아?" (중략) 이 남자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비밀을 만들지 않는다는 우리 집의 가훈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p161

 

  남편도 엄마도 자신의 숨겨야할 비밀을 토해내어버림으로써 그 비밀로 인한 부담감을 상대방에게 전가시켜버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취합니다. 가족을 포함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관계의 무책임함에서 오는 것입니다. 가능한 내가 짊어져야할 고통과 짐을 상대방에게 내던지려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보다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이 더 앞서는 것은 어쩌면 에리코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3. 불륜과 비이성이 지배하는 세계의 불편함

 

  일본 여류작가들의 책을 읽으면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일상적으로 우리가 당연히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들에 대한 부정(否定)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에쿠니 가오리를 예를 들면 갈수록 불륜을 일상적인 것으로 그리며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능숙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작풍을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가쿠타 미쓰요의 이 작품 역시 끈끈한 가족애와 가족간의 신뢰 관계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란 것을 내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우연에 의한 산물로 묘사하며 그 불편한 진실을 밝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이란게 바로 이런 것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마치 전철에 함께 탄 사람들 같은 관계. 내 쪽에는 선택할 권리가 없는 우연으로 함께 살게 되어.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짜증을 내고, 진절머리를 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래도 일정한 기간 동안 그곳에 계속 있어야만 하는 관계. 따라서 믿는다거나 의심한다거나 착하다거나 악하다거나, 그런 개인적인 성품은 전혀 관계가 없다." p219

 

"그러니까 지금 식탁을 둘러싼 이곳에는 다섯 개의 문이 있다. 튼튼한 자물쇠가 달린 똑같이 생긴 방문들. 다섯 개의 문 안쪽에는 각각 징그럽고 보기 싫고, 하지만 남들이 보면 치사하기 짝이 없는 비밀들이 왕창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번식하며 살아 있을 것이다." p268

 

 

  이 이야기속의 화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나름의 설득력은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느끼는 우리 가족에 대한 시선과 태도가 이 이야기속의 등장인물들과 어느정도 일치가 되고 공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어지기에는 지나친 괴리가 느껴집니다. 혹시나 자신의 가족과 비슷한 모양새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그래, 바로 우리가족의 이야기야. 내가 찾던 이야기가 여기 있었어!' 하며 공감하고 기뻐할 수 있을까요? 가족관계의 따뜻함에 대한 철저한 부정(否定)을 담은 이야기 '공중정원'. 당신의 가족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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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를 습격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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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회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카트 멘쉬크의 일러스트레이션에 반해서 "잠"을 사서 나름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잠"을 읽으면서 즐거웠던 이유는 하루키의 다른 단편집 "TV피플"에 수록되어 있던 "잠"과 비교해보았을 때, 내용이야 대동소이했지만 일러스트레이션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완성된 한권의 책으로써의 "잠"과 그냥 단편집의 다섯개 단편 중 하나로 활자만 들어있는 "잠"은 다가오는 느낌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즌혀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 때의 기억으로 이번책 "빵가게를 습격하다"도 부담없이 구매했습니다.

 

  "빵가게를 습격하다"는 기존 단편집에 수록된 "빵가게 습격"과 "빵가게 재습격" 두작품을 엮은 짧은 내용의 책입니다. 30분이면 충분히 읽고도 남을 정도의 분량입니다. "잠"과 달리 솔직히 엄청나게 짧은 전반부의 "빵가게를 습격하다"를 읽고선 솔직히 참회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거야 원, 돈지랄이 아닐까?' 이런 마음이었죠. 물론 멘쉬크 여사의 그림은 여전히, 역시나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짧은 글을 읽기 위해 굳이 돈을 들여서 이걸 사야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아마도 몇몇 블로거들은 늘 한결같이 지적하듯이 '네임벨류를 이용한 지나친 상술'이라고 평가할 것이 자명한 책인데 말입니다.

 

 

#2. 빵이나 사묵으면 좋으려나..

 

  만약에 단순히 이 두 단편의 내용이나 작품성만을 생각한다면, 이 책을 살 돈으로 빵이나 사묵으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키의 작품성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여러 단편집에 수록된 이 두개의 단편을 따로 떼고 가져와서 재출간하는 가치에 대해서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짧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좀더 오랜시간을 굳이 이 책을 사는 것이 옳았을까를 끊임없이 회의하면서 읽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내용이 뭐 이렇습니다. 주인공이랑 동거인 친구가 심한 공복감에 못이겨 빵집을 털러 들어갔는데 주인이 바그너 음악을 들으면 빵을 준다고 해서 딜을 합니다.... 여기서 내용 끝. 그리고 결혼한 주인공의 아내와 빵가게를 다시 습격하러 갔다가 오밤중이라 뻘짓을 하고 또 끝. 내용이 요모양입니다. 굳이 의미부여를 해서 그럴듯하게 해석해보려고 오버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이런 단순한 내용인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독특한 하루키 특유의 문체와 상상력은 재미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읽고 소장한 책들에 수록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이 저를 오그라들게 합니다. 거뭐... 별다를 거라 기대를 한것도 아니었지만서도..

 

  하루키 자신은 일러북을 내면서 옛날 작품을 대거 손을 보았다고 합니다만 어차피 번역물이라 그런지 예전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걸작선"에 수록된 번역본과 비교해보면 약간 문장을 현대식으로 바꾼것 외엔 별다른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제 입장에선 단순히 번역자가 바뀌어서 번역스타일이 다르고 시대적인 차이가 조금 있는 거 같을 뿐 본질적으로 거기서 거기인 내용이었습니다.

 

 

#3. 참회는 할지언정 후회는 없다

 

  어차피 저는 책사는 블로거니 책을 산거에 대해선 후회가 없습니다. 하루키 작품을 속속들이 읽지는 못했지만 하루키 책을 모으는데 의의를 가진다면 이 책도 어차피 컬렉션의 일부이므로 살 수 밖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멘쉬크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너무 좋아라한다는 점입니다. 그림마저 마음에 안들었으면 멘붕이 왔겠지요. 하루키의 단편중에는 몽환적이면서도 재미진 작품들이 다수 있는데 왜 "빵가게 습격 시리즈"가 먼저 제작되었는지 의아합니다.

 

  제발 다음번에는 제가 좋아라하는 작품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집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일러북은 어떤 책 계열로 만들지도 궁금합니다. "잠"은 짙은 청색계열로 "빵가게를 습격하다"는 진한 녹색계열인데 다음 작품은 어떨까요? 이런 생각으로 다음 일러스트레이션 콜라보 북이 또 나온다면 저는 구매하고 말 것입니다. 벌써부터 다음 책은 도데체 뭐라고 리뷰를 써야하나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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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산책 - 매혹적인 밤, 홀로 책의 정원을 거닐다
리듬 지음 / 라이온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참 조용하면서도 힘이 센 존재, 책

 

"책은 참 조용하면서도 힘이 센 존재다. 우리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며 한 권의 책이 다음 책을 갈구하게 만든다. 자꾸만 서점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하고 그곳에서 마음의 풍요로움과 안정을 찾게 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내 생활, 삶과 연관된 책 이야기는 더욱 매혹적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책 선물과 그 속의 낭만적인 헌사, 서점 옆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의 즐거운 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행복하게 바꾸어주는 서점 등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 말이다." p.57 

 

  독서에세이라고 분류하는 "야밤산책"은 책분야 파워블로거인 [리듬]님이 쓰신 책입니다. 대부분의 책 블로거가 그러하듯이 저자도 6년 전 어느날 누군가 버리고 간 책 무더기에서 "리듬"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그 책에 감명받아 [리듬]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책이란 참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리는 계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책을 통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결정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 책 "야밤산책"이 나오게 된 배경도 책이라는 마력의 존재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상과 삶', '사랑', '행복', '일의 의미' 등의 네가지 테마로 50권이 넘는 책을 서평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책과 자신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달빛이 고요하게 비치는 밤의 숲속 산책길을 저자와 함께 걷고 있는 듯한 상상에 빠져듭니다. 함께 걸으며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제가 읽었던 책 이야기가 나오면 "아, 그책 읽으면서 나도 그 생각했는데! 난 이런 생각했거든!" 하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반대로 제가 읽어보지 못했던 책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아, 그 책이 그런 내용이었어? 나도 읽어보고 싶어지는걸?"하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책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통해 저자와 대화한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2.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긴다는 것의 의미

 

  저자는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는 행위에 대해 식사와 디저트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식사를 하고선 디저트를 굳이 안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먹어 버릇하면 늘 디저트를 찾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일상이 되면 디저트가 없는 식사는 허전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책읽기와 리뷰쓰기는 연속적인 하나의 행위가 되어집니다. 저에게도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곳 리뷰를 남긴다는 의미와 동일합니다. 리뷰를 남기지 않은 책은 읽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저는 아직까지 읽은 책이 몇권 안되는 거네요. 리뷰를 남기며 그 책에 대해 생각하고 저자를 궁금해하고, 그 책이 나에게 던져주는 화두를 고민하고 정리하다보면 그 책과 더 친밀해집니다. 이런 과정을 얼마나 풍성하게 거치냐에 따라 책이 저에게 남기는 흔적의 깊이는 달라집니다.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한 저는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쓸 때 여러가지 어려움을 만납니다. 예를 들면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짓는 사람"을 읽고선 '아, 이런걸 말하려고 하는구나'하는 감상은 있지만 비슷한 형식의 다른 책과 비교를 해본다던지, 누쿠이 도쿠로의 이전 작품과 비교해 본다던지 하는 입체적인 리뷰를 작성하기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면 단편적인 '재미있다', '재미없다' 식의 표현외에는 쓸 말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저에 비하면 이 책의 저자는 정말 다양한 책을 읽은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외에도 무수히 많은 책들을 읽었겠죠. 그동안 만나왔던 많은 책들과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의 마음과 삶을 풍성하게 해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 소개한 책들을 포함해서 더 많은 흥미롭고 좋은 책들을 꾸준히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적극적인 방법이기도 하겠습니다.  

 

 

#3. 야밤산책의 백미는 "에필로그"부터 시작된다.

 

  저에게 있어 이 책의 가장 백미는 작품들 하나 하나의 독서에세이가 끝난 "에필로그"부분 부터였습니다. 덧붙이는 글이라는 형식으로 약 45페이지에 걸쳐 펼쳐놓은 '책읽기 좋은 시간', '좋은 책은 어떻게 고를까?'.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리듬의 책으로 하는 자기고백' 등이 담겨있는 이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들도 좋았지만, 이 부분은 어찌되었건 오롯이 저자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책 읽기에 대해서라면 책을 쓴 사람이나, 출판사 직원이나, 학교 선생님 등등 보다는 오히려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계속 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나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의 공감가는 나눔을 읽을 때의 즐거움은 "에필로그" 부터의 짧은 글들 안에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죠 "그래, 내말이 그말이라니깐!!! 에헤이.. 이양반 뭘 좀 아네. 알아!!" 

 

 

 

#4. 독서에세이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

 

  한편으로는 이 책이 지나치게 일상적이라 설레임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좋은 내용이고 훌륭한 독서에세이인데 왜 그럴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약 10개월 간의 제 생활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매일매일 블로그 이웃들의 책 리뷰를 읽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성격상 제 이웃들의 글의 대부분을 최선을 다해 정독합니다. 가능하면 덧글까지도 다 읽습니다. 얼마나 훌륭한 글인가를 떠나서 책 리뷰를 하루에 최소 열개이상을 매일 읽고 있는 셈이죠. 그런 형편이다보니 리뷰가 담겨있는 이 책의 구성상 한 챕터씩 읽어나가는 것이 너무나 일상적이었다고나 할까요? 한 챕터를 넘길 때마다 마음으로 '공감'을 누르고 '덧글'로 제 나름의 의견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은 감상들이 담겨있고 훌륭한 책이지만 매우 일상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위에서 언급한 에필로그 이후 작가만의 이야기가 너무 즐거웠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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