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고책방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설레임을 떠올리는 이야기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심 부러운 마음이 가득했던 이유는 이 책속의 이야기가 실화이고 책속 주인공 부부가 완성한 장소인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이 단순히 중고서적을 판매하는 전문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사랑방 역할을 훌륭히 담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에반해 우리나라에서 헌책방이라하면 겨우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알라딘 중고서점" 정도 입니다. 그나마 알라딘 중고서점이 집근처에라도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형편입니다. 우리동네에는 다행히 동네책방이 두군데나 있습니다만, 동네에 정겨운 중고책방이 있어서 헌책을 사고파는 광경이 그리운 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애서가들이 느끼는 공통의 감정일 것입니다.
" 중고책 구매자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왜냐면 헌책방에 들어가는 건 마치 환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중략) 이 신비한 공간은, 시간이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휘고 굽어지고 오그라듦에 따라, 거기에 있는 책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지식을 갖는다. (중략) 책으로 한 겹 덮인 벽으로 외부 세계의 부산함을 차단해줌으로써 안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적 갈증을 달랠 수 있도록 해준다." p249
"" 소비자들이 맥도널드를 찾는 이유는 이스탄불에서든 미국 아이오와에서든 똑같은 맛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명 중고책방을 부러 찾는 이유는 거기서 무엇을 발견할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보물찾기에 뛰어들 기회가 몇 번이나 오겠는가?"p250
"알라딘 중고서점"이 일반 서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보물같은 책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는 하지만 책을 사고 파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하기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서점에서 진열대를 하나하나 훑으면서 뭔가 흥미로운 책을 사기 위해 기대감에 부풀어오르고, 저렴한 가격으로 읽고 싶었던 책을 발견해 나가는 행위는 새책을 주문할 때와는 또다른 종류의 기쁨을 선사합니다. [빅스톤갭의 작은책방]이란 책은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저자 부부의 열정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속에 담겨있는 책에 대한 무한 사랑과 책을 통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있는 책입니다.
#2. 오랜만에 만나는 양념반, 후라이드반류...
제 마음대로 이렇게 정의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 흔한 양념반, 후라이드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구성이 꼭 그러했습니다. 총 430여 페이지에 이르는 책의 내용중에 약 250페이지정도까지, 그러니까 17장 '종이책과 킨들' 앞까지는 좌충우돌 창업기, 분투기, 성공기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책방론, 독서론, 업계의 향후 동향에 대한 견해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보통은 이런 책은 250페이지짜리 창업 성공기 정도로 마무리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저자의 이력을 보면 후반부가 덧붙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민속학과 민속지학을 전공한 저자는 정부관련기관에서 특히 인간관계, 직장 윤리 등으로 힘들어하다가 남편과 함께 꿈과 같은 인생의 로망을 찾아 어렵게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케이스입니다. 저는 민속지학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동했는데 흥미로운 학문이더군요. '그 사람이 소장한, 읽어온 책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인다' 정도로 단순화 할 수 있는데 상당히 재미진 학문임은 틀림없습니다. 여튼 이런 이력 때문인지 저자는 아주 통상적인 창업, 분투, 성공기가 어느정도 정리된 중반부 이후는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대변할 수 있는 출판시장의 미래와 동네 작은 책방의 차별화 생존전략, 현대인의 소비방식, 독서론에 이어 추천 도서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사실 저는 중반 이후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주제를 잃고 약간 지루하게 방황한다는 느낌을 조금 받았습니다. 이정도로 길게 정리할 이야기들은 아니라는 느낌이랄까...
#3. 나의 로망 북카페는 점점 안드로메다로...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하나같이 저자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좋겠다. 부럽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나 아내와 늘 함께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함께 이야기하다가 생각해낸 직업? 일?이 바로 "교외 북카페" 창업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환경에서 북카페로 큰 돈을 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게다가 교외라니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직 시작한 것은 아니니까 장미빛 환상은 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돈드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럴때마다 동시에 안개처럼 스멀스멀 드는 생각이 횡한 카페의 전경이랄까... 자연스럽게 참혹한 실패를 예상하게 되는... 그래서 우리 부부가 내린 결론은 북카페에서 어떤 수입도 발생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이 생활이 가능한 환경하에서만 북카페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북카페는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엔 수익성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것을 해보지 않고도 인정하는 셈입니다.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점이건 북카페건 도서 대여점이건 단순히 기능적으로 책을 주고 받는 역할에만 한정되어서는 롱런하기 어렵고 지역사회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사는 주체인 사람이 계속 드나들도록 해야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것 또한 회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 부합하는 이야기인가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헌책방이 생겨나고 지역사회를 묶어주는 사랑방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집앞에 있던 책 대여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책 대여점이 급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탄광촌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중고서점의 미래가 우리나라에도 우리의 실정에 맞도록 적절히 변형되어서 나타났으면 하고 기대해봅니다. 무언가 확 손에 잡히는 모습이 떠오르지는 않지만,새로운 서점의 대안으로 등장해서 성공담이 소개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제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지역사회와 성공적으로 밀착해있는 작은 서점이 있다면 그런 성공비결이 네트워트되고 공유되어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출판계에 새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우리 부부도 작은 책방을 하나 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