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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를 습격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참회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카트 멘쉬크의 일러스트레이션에 반해서
"잠"을 사서 나름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잠"을 읽으면서 즐거웠던 이유는 하루키의 다른 단편집 "TV피플"에 수록되어 있던
"잠"과 비교해보았을 때, 내용이야 대동소이했지만 일러스트레이션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완성된 한권의 책으로써의 "잠"과 그냥 단편집의 다섯개
단편 중 하나로 활자만 들어있는 "잠"은 다가오는 느낌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즌혀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 때의 기억으로
이번책 "빵가게를 습격하다"도 부담없이 구매했습니다.
"빵가게를 습격하다"는 기존 단편집에
수록된 "빵가게 습격"과 "빵가게 재습격" 두작품을 엮은 짧은 내용의 책입니다. 30분이면 충분히 읽고도 남을 정도의 분량입니다. "잠"과 달리
솔직히 엄청나게 짧은 전반부의 "빵가게를 습격하다"를 읽고선 솔직히 참회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거야 원, 돈지랄이 아닐까?'
이런 마음이었죠. 물론 멘쉬크 여사의 그림은 여전히, 역시나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짧은 글을 읽기 위해 굳이 돈을 들여서 이걸
사야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아마도 몇몇 블로거들은 늘 한결같이 지적하듯이 '네임벨류를 이용한 지나친 상술'이라고
평가할 것이 자명한 책인데 말입니다.
#2. 빵이나 사묵으면 좋으려나..
만약에 단순히 이 두 단편의 내용이나
작품성만을 생각한다면, 이 책을 살 돈으로 빵이나 사묵으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키의 작품성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여러 단편집에
수록된 이 두개의 단편을 따로 떼고 가져와서 재출간하는 가치에 대해서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짧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좀더 오랜시간을 굳이 이 책을 사는 것이 옳았을까를 끊임없이 회의하면서 읽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내용이 뭐 이렇습니다. 주인공이랑 동거인
친구가 심한 공복감에 못이겨 빵집을 털러 들어갔는데 주인이 바그너 음악을 들으면 빵을 준다고 해서 딜을 합니다.... 여기서 내용 끝. 그리고
결혼한 주인공의 아내와 빵가게를 다시 습격하러 갔다가 오밤중이라 뻘짓을 하고 또 끝. 내용이 요모양입니다. 굳이 의미부여를 해서 그럴듯하게
해석해보려고 오버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이런 단순한 내용인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독특한 하루키 특유의 문체와 상상력은 재미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읽고 소장한 책들에 수록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이 저를 오그라들게 합니다. 거뭐... 별다를 거라 기대를 한것도
아니었지만서도..
하루키 자신은 일러북을 내면서 옛날 작품을
대거 손을 보았다고 합니다만 어차피 번역물이라 그런지 예전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걸작선"에 수록된 번역본과 비교해보면 약간 문장을 현대식으로
바꾼것 외엔 별다른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제 입장에선 단순히 번역자가 바뀌어서 번역스타일이 다르고 시대적인 차이가 조금 있는 거 같을 뿐
본질적으로 거기서 거기인 내용이었습니다.
#3. 참회는 할지언정 후회는
없다
어차피 저는 책사는 블로거니 책을 산거에
대해선 후회가 없습니다. 하루키 작품을 속속들이 읽지는 못했지만 하루키 책을 모으는데 의의를 가진다면 이 책도 어차피 컬렉션의 일부이므로 살 수
밖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멘쉬크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너무 좋아라한다는 점입니다. 그림마저 마음에 안들었으면 멘붕이 왔겠지요.
하루키의 단편중에는 몽환적이면서도 재미진 작품들이 다수 있는데 왜 "빵가게 습격 시리즈"가 먼저 제작되었는지 의아합니다.
제발 다음번에는 제가 좋아라하는 작품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집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일러북은 어떤 책 계열로 만들지도 궁금합니다. "잠"은 짙은 청색계열로 "빵가게를
습격하다"는 진한 녹색계열인데 다음 작품은 어떨까요? 이런 생각으로 다음 일러스트레이션 콜라보 북이 또 나온다면 저는 구매하고 말 것입니다.
벌써부터 다음 책은 도데체 뭐라고 리뷰를 써야하나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