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산책 - 매혹적인 밤, 홀로 책의 정원을 거닐다
리듬 지음 / 라이온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참 조용하면서도 힘이 센 존재, 책

 

"책은 참 조용하면서도 힘이 센 존재다. 우리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며 한 권의 책이 다음 책을 갈구하게 만든다. 자꾸만 서점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하고 그곳에서 마음의 풍요로움과 안정을 찾게 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내 생활, 삶과 연관된 책 이야기는 더욱 매혹적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책 선물과 그 속의 낭만적인 헌사, 서점 옆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의 즐거운 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행복하게 바꾸어주는 서점 등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 말이다." p.57 

 

  독서에세이라고 분류하는 "야밤산책"은 책분야 파워블로거인 [리듬]님이 쓰신 책입니다. 대부분의 책 블로거가 그러하듯이 저자도 6년 전 어느날 누군가 버리고 간 책 무더기에서 "리듬"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그 책에 감명받아 [리듬]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책이란 참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리는 계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책을 통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결정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 책 "야밤산책"이 나오게 된 배경도 책이라는 마력의 존재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상과 삶', '사랑', '행복', '일의 의미' 등의 네가지 테마로 50권이 넘는 책을 서평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책과 자신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달빛이 고요하게 비치는 밤의 숲속 산책길을 저자와 함께 걷고 있는 듯한 상상에 빠져듭니다. 함께 걸으며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제가 읽었던 책 이야기가 나오면 "아, 그책 읽으면서 나도 그 생각했는데! 난 이런 생각했거든!" 하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반대로 제가 읽어보지 못했던 책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아, 그 책이 그런 내용이었어? 나도 읽어보고 싶어지는걸?"하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책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통해 저자와 대화한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2.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긴다는 것의 의미

 

  저자는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는 행위에 대해 식사와 디저트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식사를 하고선 디저트를 굳이 안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먹어 버릇하면 늘 디저트를 찾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일상이 되면 디저트가 없는 식사는 허전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책읽기와 리뷰쓰기는 연속적인 하나의 행위가 되어집니다. 저에게도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곳 리뷰를 남긴다는 의미와 동일합니다. 리뷰를 남기지 않은 책은 읽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저는 아직까지 읽은 책이 몇권 안되는 거네요. 리뷰를 남기며 그 책에 대해 생각하고 저자를 궁금해하고, 그 책이 나에게 던져주는 화두를 고민하고 정리하다보면 그 책과 더 친밀해집니다. 이런 과정을 얼마나 풍성하게 거치냐에 따라 책이 저에게 남기는 흔적의 깊이는 달라집니다.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한 저는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쓸 때 여러가지 어려움을 만납니다. 예를 들면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짓는 사람"을 읽고선 '아, 이런걸 말하려고 하는구나'하는 감상은 있지만 비슷한 형식의 다른 책과 비교를 해본다던지, 누쿠이 도쿠로의 이전 작품과 비교해 본다던지 하는 입체적인 리뷰를 작성하기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면 단편적인 '재미있다', '재미없다' 식의 표현외에는 쓸 말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저에 비하면 이 책의 저자는 정말 다양한 책을 읽은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외에도 무수히 많은 책들을 읽었겠죠. 그동안 만나왔던 많은 책들과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의 마음과 삶을 풍성하게 해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 소개한 책들을 포함해서 더 많은 흥미롭고 좋은 책들을 꾸준히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적극적인 방법이기도 하겠습니다.  

 

 

#3. 야밤산책의 백미는 "에필로그"부터 시작된다.

 

  저에게 있어 이 책의 가장 백미는 작품들 하나 하나의 독서에세이가 끝난 "에필로그"부분 부터였습니다. 덧붙이는 글이라는 형식으로 약 45페이지에 걸쳐 펼쳐놓은 '책읽기 좋은 시간', '좋은 책은 어떻게 고를까?'.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리듬의 책으로 하는 자기고백' 등이 담겨있는 이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들도 좋았지만, 이 부분은 어찌되었건 오롯이 저자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책 읽기에 대해서라면 책을 쓴 사람이나, 출판사 직원이나, 학교 선생님 등등 보다는 오히려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계속 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나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의 공감가는 나눔을 읽을 때의 즐거움은 "에필로그" 부터의 짧은 글들 안에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죠 "그래, 내말이 그말이라니깐!!! 에헤이.. 이양반 뭘 좀 아네. 알아!!" 

 

 

 

#4. 독서에세이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

 

  한편으로는 이 책이 지나치게 일상적이라 설레임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좋은 내용이고 훌륭한 독서에세이인데 왜 그럴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약 10개월 간의 제 생활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매일매일 블로그 이웃들의 책 리뷰를 읽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성격상 제 이웃들의 글의 대부분을 최선을 다해 정독합니다. 가능하면 덧글까지도 다 읽습니다. 얼마나 훌륭한 글인가를 떠나서 책 리뷰를 하루에 최소 열개이상을 매일 읽고 있는 셈이죠. 그런 형편이다보니 리뷰가 담겨있는 이 책의 구성상 한 챕터씩 읽어나가는 것이 너무나 일상적이었다고나 할까요? 한 챕터를 넘길 때마다 마음으로 '공감'을 누르고 '덧글'로 제 나름의 의견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은 감상들이 담겨있고 훌륭한 책이지만 매우 일상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위에서 언급한 에필로그 이후 작가만의 이야기가 너무 즐거웠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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