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생각확장의 힘 - 위대한 혁신은 평범한 생각들의 연장이다
왕쥔즈 지음, 최인애 옮김 / 왕의서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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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스티브 잡스의 특별함을 만나다

 

 사람은 누구나 이상합니다.  모두가 특별한 존재이기에 이상(異常)한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 이상함이 평균 이상(以上)일 때, 우리는 콕 꼬집어 이상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상함이 적절한 태도와 방향성과 만나면 이상(理想)이 됩니다. 수많은 이상한 사람들을 중에 어느정도 이상(理想)에 가까워진 사람들은 자기 삶이 풍요롭고 열정으로 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 중 한사람이자 그 중에서도 유독 탁월함이 돋보이는 스티브 잡스횽님을 [스티브 잡스, 생각확장의 힘]을 통해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사실 저는 특정인을 탁월함이나 성과 때문에 치켜세우고 추앙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결과물로 평가하는 것은 늘 거북하거든요. 제가 이렇다할 결과물 없는 삶을 살았기에 가지게 된 컴플렉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그런 이유로 스티브 잡스는 제가 호감을 가질 만한 인물이 아니었고, 실제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스티브 잡스를 추앙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터부시 했던거 같습니다. 애플의 새 제품이 나왔다고 전날부터 줄서는 모습이나 예약판매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모습이 참으로 이상해 보였습니다. (거뭐 다들 이상한 사람들이니 이상할것도 없지만서도..)

 

   애플제품들은 디자인이 혁신적이고 S/W 최적화 수준도 상대가 없을 만큼 훌륭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주변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들고 감탄하며 호들갑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면 '다 너의 마음이 헛헛하기 때문에 물건에 집착하는 것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좋은가 궁금해서 아이패드 미니를 구매했다가 저에게는 큰 쓰임도 없고 쓸 시간도 없어 되팔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드디어 잡스형님을 만나볼 기회가 왔네요. 모르고 터부시하거나 비판하는건 가장 악질이기 때문에 한번쯤 읽어보는 것이 적절하다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자서전도 아니고 평전도 아닌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스티브 잡스, 생각확장의 힘]은 스티브 잡스의 삶의 궤적을 모티브로 우리가 일을 대하고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정리하고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책이었습니다.

 

 

 

#2. 기술보다 태도와 방향성이 중요하다.

 

   이 책은 중국인 저자 왕쥔즈라는 분이 쓴 글입니다. 이분은 대학생 취업상담전문가답게 젊은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끊임없이 스티브 잡스의 사례를 들며 바른 태도와 삶의 방향성을 잡을 것을 권하고 영감을 주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핵심이 되는 주제는 우리가 늘 가지고 있는 평범한 생각들을 연장하고 확장할 때 혁신이 이루어지며 성공이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단순화하고, 탁월하게 하며, 고난을 견뎌내고, 타인의 훌륭한 업적을 모방을 통해 개선하며, 지속적으로 꾸준히 될때까지 멈추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분의 이런 주장의 근거를 바로 스티브 잡스 형님에게서 찾는 것이죠. 잡스 형님이 이런 태도와 방향성을 유지한 결과, 우리 모두가 확인했듯이 전세계가 놀랄 혁신적인 제품들을 만들어 내지 않았느냐? 그러니 당신들도 한번 따라해봐~~~ 이런 느낌입니다. 자기계발서를 많이 접해보신분은 이 느낌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론 이 책이 상당히 괜찮게 다가온 것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대체로 실용적인 자기계발서에 비해 이런 방식의 접근으로 영감을 주고 삶의 의욕을 고취시켜주는 서적은 좀더 수준높게 느껴진달까? 뭐 그런거죠. 그래서 짜증내지 않고 열심히 끄덕여 가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울러 잡스형님을 조금은 더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고나 할까...  

  

 

#3.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의 탓인데 말입니다.

 

   아이폰4가 나왔을 때 안테나 수신율 문제가 불거져서 "안테나 게이트"라는 단어까지 나올만큼 시끄러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전 아이폰 유저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보니 강건너 불구경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잡스 형님을 욕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에서는 잡스 형님이 대응을 잘 했고 범퍼를 무상으로 공급해서 잘 마무리 되었다고 쓰고 있지만 그것은 저자가 중국분이라 그런거겠죠. 국내 대기업의 A/S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무성의하다고 엄청 분개했던거 같습니다. 그나마 애플이 가지고 있는 고고한 이미지 때문에 잘 무마가 된 것인데 말이죠.

 

   살다보면 내가 속한 조직이건 남이 속한 조직이건 조직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대체로 리더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리더의 상징성 때문이겠지요. 드라마를 잘 못보는 제가 요즘 보고 있는 상속자들에 나오는 "왕관을 쓰려면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라는 표현이랑도 일맥상통하게 리더가 되면 그만큼 결과에 대해 책임을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리더의 숙명이겠지요.

 

   하지만 잘 따지고보면 리더를 세운것도 인정한 것도, 시키는 것일지라도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조직 구성원 모두의 힘을 합친 결과입니다.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그것은 경중은 있을 지언정 리더만의 공이나 탓은 아닙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책임을 전가하고 마녀사냥의 대상을 찾는 인간의 기본속성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준 대목이었습니다. 알고보면 우리 모두의 탓이기도 합니다.

 

   여튼 스티브 잡스는 이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었던 것 같습니다. 왕관을 쓸 자격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특히 애플에서 쫒겨났다가 복귀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한 모습을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4. 아쉬운 대목이 없지는 않다.

 

   책의 초반부터 아쉬운 부분이 바로 나왔습니다.

 

"크게는 비지니스 모델에서부터 작게는 제품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늘 혁신의 선두에 서 왔다 (중략) 혹자는 그를 '사고방식이 평범함을 훨씬 뛰어넘는, 즉 우뇌로 좌뇌를 전복시킨 최초의 인간'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P.8  

 

"크게는 비지니스 모델에서부터 작게는 제품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늘 혁신의 선두에 선 애플은 (중략) 혹자는 그를 사고방식이 평범함을 훨씬 뛰어넘는, 즉 우뇌로 좌뇌를 전복시킨 최초의 인간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P.17  

 

    보시다시피 8페이지 문장과 17페이지의 문장이 거의 똑같습니다. 똑같은 문장이 반복되면 독자입장에서는 빈약한 내용을 부풀려 쓴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뿐만 아니라 40가지의 테마를 진행하는데 있어 동일한 예시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조금더 다이어트를 해서 함축적으로 썼어야 옳지 않나 합니다. 물론 풀어써서 좀더 쉽게 이해하도록 배려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행히 각 챕터의 테마들의 주요 내용들이 반복적이거나 중복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랜만에 시대의 아이콘 잡스형님의 삶의 모습을 통해 전달되는 정신강화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니 가슴 뛰는 벅찬 느낌을 받습니다. [스티브 잡스, 생각확장의 힘]은 자기계발서에 대해 심한 거부감이 있는 제가 읽기에도 무리가 없는 정신력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아이템입니다. 혹시 잡스 형님 책을 접해보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쉽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잘 정리된 책입니다. 참, 이 책을 읽는다고 잡스처럼 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다만 인생을 조금더 의미있게 살려고 마음먹게 되지 않을까 정도의 기대는 해볼만 합니다.

 

 

#5. 굳이 하나 덧붙이자면..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불현듯 잡스 형님이 부재인 애플사의 향후 행보가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한번 겪어봤으니 속절없이 무너지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잡스 형님의 사고방식이나 일하는 방식 등이 유산으로 잘 남겨져 있으니 예전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않겠지만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애플이 서서히 혁신적인 모습을 잃게 된다면 잡스형님의 진가가 다시한번 재평가 될 날이 오게 될테니 어느쪽이던지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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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맞추기 ㅣ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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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드 맥베인의 87분서 이야기를 드디어 만나다.
 
   그 유명한 애드 맥베인의 87분서 이야기를 미루고 미루고 있다가 드디어 읽게 되었습니다. 저의 성격상 피니스아프리카에 책 중에서만이라도 출간순서로 읽어야 마음이 편한데 계속 미루다 끝이 없을 듯하야 최근 출시작부터 읽고 보자하는 마음으로 조각맞추기를 집어들었습니다. 우선 내용을 떠나서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87분서 시리즈는 책 자체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책크기, 제본 및 편집 상태, 종이질, 표지 디자인 그리고 시리즈의 일관적인 디자인 컨셉 등이 아주 좋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얼마나 출간해주실지 모르겠지만 일관성을 유지한 채로 계속 출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분들이 애드 맥베인이 경찰소설의 효시라고 하시더군요. 읽어보니 역시나 명성대로 디테일한 수사방식 등이 잘 묘사되어 있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한권으로는 그 진면목을 파악하기는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왜냐면 사실상 책 내용 전반에 주인공 아서 브라운 형사의 좌충우돌 수사기가 잘 나타나 있었지만 미국의 경찰조직이라든가, 경찰문화 등이 특별히 잘 나타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오히려 혼다 테츠야의 시리즈물이 훨씬 더 일본 특유의 경찰조직 문화나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참, 그러고보니 이 책과 비교해보면 미국과 일본의 경찰 문화차이를 볼 수 있어서 다채롭기도 하고 좋군요.
 
 
 
#2. 조각맞추기와 직쏘 퍼즐의 사이...
 
   이 작품의 원제는 [Jigsaw]입니다. 말 그대로 직쏘 퍼즐을 말합니다.  그런데 직쏘라고 출간하기도 뭣하고 지그쏘 라고 출간하기도 애매했겠죠. 그래서 가장 비슷하게 뜻이 통하면서도 적절한 선택이 [조각 맞추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직쏘와 조각맞추기 사이의 뉘앙스 간극은 살짝 커보입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은 분명 있지만 말입니다. 
 
   제가 참여해서 독자펀드로 진행중인 혼다 테츠야의 [Hang] 같은 경우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했었는데, '행'이라고 하기에도 외자라 좀 거시기하고 지그쏘 처럼 "헝그"라고 하기에도 일본식 표기라 더 거부감이 생길테고 해서 아마도 "교살자-행" 뭐 이런식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제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한국식 제목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의미상 일맥상통하니까 뭐...
 
 
 
#3. 인간 본성과 사람들 사이의 민감한 부분을 유연하게 잘 다루는 작품의 묘미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서 브라운 형사는 다른 시리즈에서 그다지 두각을 보이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특정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시리즈물이 사실상 큰 장점이 있죠.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편안해하고 좋아하니까요. 기본은 먹고 간다고나 할까? 하지만 저는 아시다시피 1인의 스타체제 이런걸 상당히 싫어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의 구성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애드 맥베인은 이 작품속에서 "아서 브라운"이라는 이름과 안어울리게 거구의 흑인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곳곳에 인종차별에 관한 시사점을 심어 두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미국만큼 인종차별에 대해서 피부에 와닿을 만한 환경일 수는 없겠습니다만 민감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주인공 브라운 형사의 태도를 통해 이 문제를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학력차별이건, 남녀차별이건, 경제적인 차별이건 어떤 종류의 차별이든 간에 사고의 유연함과 다양성에 대해 인정하는 열린 태도가 차별을 극복하는 핵심이 되겠지요. 작가가 이번 시리즈에 흑인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슬그머니 이런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는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4.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는 글쎄...
 
   지금에 와서 오래전에 쓰여진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무언가 엄청 참신한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무리한 기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뭐랄까? 이 작품속에 녹아있는 추리소설 특유의 특징들이 이미 다른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소진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만큼 수사의 진행이나 결론부분이 쇼킹하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거나 그런식의 재미는 그다지 없었습니다.
 
   이 작품을 수식하는 표현들처럼 워낙 경찰소설의 효시같은 작품이다보니 이 작품의 구성이나 아이디어, 캐릭터 등이 수 많은 후기작품들에 의해 차용되고 발전되지 않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런 명작을 대할 때는 세이초옹의 작품을 대할 때와 비슷한 태도로 거장의 작품을 놓고 먼저 그 당시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음미하고 한편으로는 지금 이시대에 이 작품의 가치와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보는 방식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유용한 것 같습니다. 한번 읽고 두번 즐기는 효과도 있고, 쉽게 재미없다고 평가해버리는 실수를 피할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지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띄엄띄엄 읽은 영향도 크고, 집중이 어려웠던 탓도 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한 지나친 배경지식과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만족도를 떨어뜨린 부분도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꼭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시리즈인 [살의의 쐐기]나 [킹의 몸값]도 읽어봐야 뭔가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 대하는 태도가 결정될 듯 합니다.
 
 
#5. 은은하게 뭍어나는 본질에 대한 고찰에 감탄하다.
 
   뜬금없는 부분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범죄의 본질이 오락성에 있다'는 애드 맥베인의 통찰에 깊이 동의했습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규정하는 동력 중에 가장 큰 부분은 오락성, FUN입니다. 이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무슨짓이든 마다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인간이니까요.
 
"범죄라는 행위에 재미를 빼 보시라. 온 세상의 감옥들이 텅텅 빌 것이다. 누가 범죄자의 마음을 알 수 있으리오? 정말이지 경찰은 모른다. 그들은 왜 어빙 크러치가 뻔뻔하게 자신들을 찾아와 돈을 찾도록 도와 달라고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 역시 오락성, 즉 경찰과 도둑 간의 게임에서 우러나는 순수한 재미를 노린 행동이 아니라면 말이다." p.223
 
   인간과 인간세상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행동유형에 대한 원인을 잘 요약한 통찰이 아닌가 감탄했습니다. 이런 통찰이라면 시리즈를 재미있게 구성해내지 않았을까 기대하며 다음 작품을 읽을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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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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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문장, 훌륭한 가독성, 그리고 편치 않은 마음...

 

   저는 김려령 작가의 작품은 처음입니다. 물론 대부분 작가의 작품이 처음이기는 하지만... [너를 봤어]는 성인잔혹동화같은 느낌입니다. 아주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그만 읽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읽고 싶었습니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묘한 감정을 가져가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작품속에 녹아있는 작가의 세계관은 이해할만한 것이었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징글징글한 것이었습니다.  작품 속에 그려진 인간과 사랑의 모습이 사실은 당연하다, 마땅히 그러하다 인정하면서도 너무 싫어 지긋지긋한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번듯한 작가입니다만 폭력으로 얼룩진 과거를 감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폭력의 진원지는 잘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질낮은 돼지표 본드가 들러붙은 것만 같은 가족력입니다. 주인공은 이런 과거에 휘청이는 존재입니다. 멀쩡하고 번듯한 그의 일상은 가끔 이런 과거와 만날 때 한순간 일그러지고 맙니다.

 

   그 와중에 결혼에도 실패합니다. 사랑의 시작이자 완성으로 선택한 결혼이 아니라 지긋지긋함에서 도피처로 선택한 결혼이었기에 시작부터 어긋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심이라 할만한 운명적 사랑을 만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참으로 지질이도 진부한 사랑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런데 진부하다 할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서사자체의 힘도 있지만 저자의 문장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읽는 사람이 이 부분을 잘 관통하면 이 작품은 높은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깊이있고 파괴력 있는 작품이 됩니다. 그러나 공감에 실패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 나는 참으로 고지식하고 답답한 스테레오타입인가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들이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불편한 대화와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이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뭔가 좀더 평범하고 무난한 것이 편안합니다. 중간 중간 품어나오는 어둠의 기운과 잔인함이 참으로 싫었습니다. 다 읽고나도 따스한 사랑의 느낌보다는 스산하고 불편한 마음을 쓸어내릴 따름입니다.

 

 

#2. 나는 죽으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주인공의 실패한 결혼은 사실은 주인공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누구의 선택도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결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지식하다보니 사랑도 결혼도 헐리우드식 환상으로 접근해선 결말이 비극적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반드시 의무와 책임을 동반합니다. 그도 그의 아내도 그 부분을 외면합니다. 그리고 아내는 자살합니다. 아내의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모든 사람은 그녀를 철저하게 나쁜 인간으로 기억하고 증언합니다. 주인공 스스로도 그 과정에서 참담하겠으나 어쩌면 스스로 아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면제부를 스스로에게 받는 과정으로 삼은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철저하게 나쁜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이라... 내가 죽으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증언할지 궁금했습니다. 내 아내가 나의 과거를 따라 사람들을 만나면 나란 인간이 어떤 인간이었다고 회상할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했습니다. 아니, 두려웠습니다.

 

"사람을 저렇게 대할 수도 있구나. 전에 개천에서 나오려는 사람은 손을 잡아줘야 한다고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아내는 개천에서 나오려는 사람 손 뿌리치고, 끌어당기려는 사람 손 잘라내고, 홀로 올라오는 사람 짓밟는 사람이었다." p.157

 

"아내가 아끼고 믿는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 속에만 있다.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자신이 만든 인물과만 소통했다. 그러니 밑바닥까지 내려간 처절한 삶이라도 기어이 손잡아 끌어올리는 것이다." p.158

 

    길게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교훈을 받습니다. 이 말도 안되는 평가들을 반면교사 삼아 똑바로 살아야 겠습니다.

 

 

#3. 사랑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과도 같다. 하지만..

 

   무겁고 딱딱하기만 했던 주인공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합니다. 당연히 스스로도 놀랄만한 일일 분더러, 가까운 사람들도 금방 느낄 만한 변화입니다.  

 

"나와의 만남은 늘 무겁고 어떤 재미없는 강의처럼 눅눅했다. 내가 그러하니 독자들도 그럴 수밖에. 농담이라도 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소설, 소설, 소설에 관한 이야기만 했다. 정수현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소설만 보여준 것이다. 그런 나를 윤도하, 서영재, 이 두사람이 변화시켰다. (중략) "내 것은 다 가졌으면 좋겠는 사람이, 지금 있습니다." 뜻밖의 대답이었나. 예상치 못한 큰 박수를 받았다." p162~3

 

   "The power of love"라는 곡이 머리속에 맴돌았습니다. 가사 내용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역시 사람을 바꾸는 것은 사랑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던 견고한 창이 틀째 바뀌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커다란 함정이 존재합니다. 이런 사랑의 창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참으로 깨지기 쉬운 창문입니다. 사람은 가까이하다보면 반드시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좋지만 하던 순간은 어느새 서로의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복잡한 문제로 돌변합니다. 이것을 잘 극복하느냐 아니야에 따라 튼튼한 창이 되기도 하고 깨어져 바람이 숭숭불어드는 창이 되기도 합니다.

 

 

#4. 마지막은...

 

   재미있고 괴롭게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에필로그는 조금 사족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임팩트 있게 끝난 이야기를 작가가 너무 자세히 설명하고 친절하게 끝내고 싶었던거 같습니다. 파괴력 있는 이야기를 쓴 작가가 너무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이 넋이 되어서라도 그 이후 상황을 친절히 중계방송하는데 불필요한 친절함이라 느꼈습니다. 강하고 묵직하게 맞고 넉 다운 된채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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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 - 거짓말, 속임수 그리고 사기극 ㅣ 이숲의 과학 만화 시리즈
대릴 커닝엄 지음, 권예리 옮김.해설 / 이숲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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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의 속성을 이용한 비과학적 거짓말과 속임수, 검은 의도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 돋보이는 글과 그림들

 

   인간이 참 재미있는 점은 어떤 특정한 사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가 한번 생기면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수많은 증거들이 발견되더라도 좀처럼 그것을 철회하거나 수정하지 않는 경향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한번 정한 태도를 바꾸기 싫어 자신의 견해와 부합되는 것만 받아들이고, 듣기 싫은 소리, 다른 이야기는 아예 외면하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이 집단적으로 나타날 때 사회에 기이한 현상이 되고 이는 사회병폐로까지 나아갑니다. 여기에 이런 인간의 속성을 교묘하게 잘 이용하면 엄청난 돈벌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집단체면과 같은 상태를 만들어줌으로써 정치인, 대기업, 초대형자본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세상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정신병동이야기]의 저자 대릴 커닝엄은 이 책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분야를 중심으로 몇가지 테마에 대해 바람직한 과학적 태도는 어떤 것인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비과학적이고 근거가 빈약한 잘못된 인식들이 무엇인지를 쉽고 객관적이게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테마는 전기충격요법, 동종요법, 웨이크필드 사건의 진실, 달 착륙 조작설, 기후변화, 진화론, 카이로프랙틱, 과학부정론 등입니다. 일단 각 테마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되어있고 역시나 몇가지 사례를 적절히 들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줍니다. 이중에 가장 생소한 용어는 아마도 카이로프랙틱이 아닐까 합니다. 쉽게 말해 약물이나 수술등의 치료행위없이 의사(치료사)의 손만으로 뼈맞추기나 맛사지 등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대체의학이라고도 볼 수 있고, 그냥 의료행위로 봐도 될 듯 합니다.

 

   각 테마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 접근방법과 적용법을 잘 설명해줌과 동시에 어리석은 인간의 견해지키기, 신앙과도 같은 근거없는 믿음이 불러일으키는 나쁜 결과에 대해서 조목조목 경고합니다. 여기에 사례나 근거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 "거짓말, 속임수 그리고 사기극"이란, 비과학적이면서 대중의 편중심리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세력을 향한 표현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실체가 없는 막연한 음모론에 대한 허구와 폐해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참, 그리고 이번 책은 칼라라 더 보기가 좋았습니다. [정신병동이야기]의 심플하고도 묘한 분위기가 제법 사라진 듯해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2. 대릴 커닝엄은 어쩌다가 과학이야기를 그리게 되었는가?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정신병동이야기]에서 비교적 사적인 영역에 대한 문제를 담론화하고 많은 이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그가 왜 특정 분야도 아닌 광범위한 수준의 과학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요? 본인이 어떤 소재로 어떤 글 또는 그림을 그리던 제가 감놔라 배놔라 할 문제는 아니지요. 하지만 솔직히 생뚱맞았습니다. 이 생뚱맞음은 전편을 읽고난 직후 다음편을 집어들면서 제 나름은 기대했던 바가 있었는데 막상 내용을 보니 '어엉?? 이것은 뭔 소리다냐?'하는 의아한 마음이 들게 만든데서 온 것이었습니다.

 

   앞에서 카이로프랙틱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책의 각 챕터 배치순서 때문이었습니다. 목차를 순서대로 살펴보면 저자가 관련이 있었던 정신과 의료행위와 관련된 내용에서 출발해서 점점 달 착륙이니 기후변화니 하더니 급기야 진화론까지 나아갑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시 의료관련 테마로 돌아갔다가 최종적으로 과학의 적정성을 옹호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마도 진화론에 이르러서는 좀 너무 많이 나갔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물론 순서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분이 과학자도 아닌데 왜 과학의 유용론을 흑백논리에 가까운 강한 어조로 강조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랄까? 뭐 그런 마음이 저도 모르게 들어서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3. 좋은 내용, 고민해 볼 것이 가득한 테마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편하다...

 

   흠.. 제글의 논지가 뭔가 이책을 엄청 비판하는 뉘앙스가 되는 거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이 책의 최대 미덕은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쉽게,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어 전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자칫 속거나 빠져들기 좋은 바과학적 방식들에 대한 확실한 경계심과 판단근거를 제공하는 것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뭔가 불편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과학적 태도가 바람직하다는 전제를 너무나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해 보이려는 나머지 저자가 비과학적이라 문제가 있다고 상정한 것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비판함으로써 A or B 인데 A가 아주아주 나쁘니 당연히 B아니냐? 이런 식의 논리 전개가 진행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미 태도가 너무 확실하다보니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것들에 대한 앎의 즐거움도 느낄 겨를이 없이 모르는 사람 험담하는데 끼어든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어버리는 겁니다. (이책을 읽어보신 다른분이 '뭔 헛소리냐?'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이 부분은 상당히 미묘한 부분이라..) 이 책의 맺음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밝힙니다.

 

" 이 책은 과학과 비판적 사고를 옹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마치 어린 양떼처럼 뛰어난 과학자들을 무조건 추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나는 과학적 사고와 절차를 소개했을 뿐, 과학계를 홍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p.180"

 

    이글을 머리말에서 밝혀주시지... 어떻합니까? 저는 이미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심하게도 과학계를 두둔한다고 느껴버렸는데... 서두에 밝혔듯이 인간은 한번 생긴 견해를 어지간하면 철회하기 싫어하는데... 나라고 다를리 있나?

 

   제가 가장 불편한 부분은 조금 극단적으로 정리해서 "과학=진리"라는 견해였습니다. 저는 이런 정의에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과학적인 사실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 결론에 이르기 위한 기본적인 대명제 자체를 가정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과학이라는 것 자체도 하나의 큰 믿음체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막무가내 신앙과 분명히 구분되는 지점은 오류가 발견되면 정정하고 수정하는 가운데 좀더 합리적으로 수렴해간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내일 오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질지도 모르는 것이 과학적인 사실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과학=진리"라고 한다면 그것 역시 신앙과도 같은 믿음의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한편으로는 과학적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는 여러가지 일들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자연의 파괴와 오염, 빈부격차, 정보격차 등등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해왔습니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불완전한 과학이라는 생명체가 불완전한 방법으로 세상을 조작하다보니 오류가 꽤나 많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그 과학의 혜택과 피해를 동시에 맛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저자가 [정신병동이야기]로 너무나 지지를 받다보니 너무 의욕에 불탔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 흥미롭군~~'하며 잘 읽어놓고는 이래저래 엄청 나쁜 책인냥 지적질 아닌 지적질을 하고 있는 저는 다시 [정신병동이야기]를 정독하면서 치료를 받아야하는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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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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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문장, 훌륭한 가독성, 그리고 편치 않은 마음...

 

   저는 김려령 작가의 작품은 처음입니다. 물론 대부분 작가의 작품이 처음이기는 하지만... [너 를 봤어]는 성인잔혹동화같은 느낌입니다. 아주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그만 읽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읽고 싶었습니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묘한 감정을 가져가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작품속에 녹아있는 작가의 세계관은 이해할만한 것이었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징글징글한 것이었습니다.  작품 속에 그려진 인간과 사랑의 모습이 사실은 당연하다, 마땅히 그러하다 인정하면서도 너무 싫어 지긋지긋한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번듯한 작가입니다만 폭력으로 얼룩진 과거를 감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폭력의 진원지는 잘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질낮은 돼지표 본드가 들러붙은 것만 같은 가족력입니다. 주인공은 이런 과거에 휘청이는 존재입니다. 멀쩡하고 번듯한 그의 일상은 가끔 이런 과거와 만날 때 한순간 일그러지고 맙니다.

 

   그 와중에 결혼에도 실패합니다. 사랑의 시작이자 완성으로 선택한 결혼이 아니라 지긋지긋함에서 도피처로 선택한 결혼이었기에 시작부터 어긋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심이라 할만한 운명적 사랑을 만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참으로 지질이도 진부한 사랑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런데 진부하다 할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서사자체의 힘도 있지만 저자의 문장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읽는 사람이 이 부분을 잘 관통하면 이 작품은 높은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깊이있고 파괴력 있는 작품이 됩니다. 그러나 공감에 실패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 나는 참으로 고지식하고 답답한 스테레오타입인가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들이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불편한 대화와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이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뭔가 좀더 평범하고 무난한 것이 편안합니다. 중간 중간 품어나오는 어둠의 기운과 잔인함이 참으로 싫었습니다. 다 읽고나도 따스한 사랑의 느낌보다는 스산하고 불편한 마음을 쓸어내릴 따름입니다.

 

 

#2. 나는 죽으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주인공의 실패한 결혼은 사실은 주인공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누구의 선택도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결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지식하다보니 사랑도 결혼도 헐리우드식 환상으로 접근해선 결말이 비극적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반드시 의무와 책임을 동반합니다. 그도 그의 아내도 그 부분을 외면합니다. 그리고 아내는 자살합니다. 아내의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모든 사람은 그녀를 철저하게 나쁜 인간으로 기억하고 증언합니다. 주인공 스스로도 그 과정에서 참담하겠으나 어쩌면 스스로 아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면제부를 스스로에게 받는 과정으로 삼은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철저하게 나쁜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이라... 내가 죽으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증언할지 궁금했습니다. 내 아내가 나의 과거를 따라 사람들을 만나면 나란 인간이 어떤 인간이었다고 회상할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했습니다. 아니, 두려웠습니다.

 

" 사람을 저렇게 대할 수도 있구나. 전에 개천에서 나오려는 사람은 손을 잡아줘야 한다고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아내는 개천에서 나오려는 사람 손 뿌리치고, 끌어당기려는 사람 손 잘라내고, 홀로 올라오는 사람 짓밟는 사람이었다." p.157

 

"아내가 아끼고 믿는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 속에만 있다.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자신이 만든 인물과만 소통했다. 그러니 밑바닥까지 내려간 처절한 삶이라도 기어이 손잡아 끌어올리는 것이다." p.158

 

    길게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교훈을 받습니다. 이 말도 안되는 평가들을 반면교사 삼아 똑바로 살아야 겠습니다.

 

 

#3. 사랑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과도 같다. 하지만..

 

   무겁고 딱딱하기만 했던 주인공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합니다. 당연히 스스로도 놀랄만한 일일 분더러, 가까운 사람들도 금방 느낄 만한 변화입니다.  

 

" 나와의 만남은 늘 무겁고 어떤 재미없는 강의처럼 눅눅했다. 내가 그러하니 독자들도 그럴 수밖에. 농담이라도 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소설, 소설, 소설에 관한 이야기만 했다. 정수현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소설만 보여준 것이다. 그런 나를 윤도하, 서영재, 이 두사람이 변화시켰다. (중략) "내 것은 다 가졌으면 좋겠는 사람이, 지금 있습니다." 뜻밖의 대답이었나. 예상치 못한 큰 박수를 받았다." p162~3

 

   "The power of love"라는 곡이 머리속에 맴돌았습니다. 가사 내용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역시 사람을 바꾸는 것은 사랑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던 견고한 창이 틀째 바뀌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커다란 함정이 존재합니다. 이런 사랑의 창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참으로 깨지기 쉬운 창문입니다. 사람은 가까이하다보면 반드시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좋지만 하던 순간은 어느새 서로의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복잡한 문제로 돌변합니다. 이것을 잘 극복하느냐 아니야에 따라 튼튼한 창이 되기도 하고 깨어져 바람이 숭숭불어드는 창이 되기도 합니다.

 

 

#4. 마지막은...

 

   재미있고 괴롭게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에필로그는 조금 사족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임팩트 있게 끝난 이야기를 작가가 너무 자세히 설명하고 친절하게 끝내고 싶었던거 같습니다. 파괴력 있는 이야기를 쓴 작가가 너무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이 넋이 되어서라도 그 이후 상황을 친절히 중계방송하는데 불필요한 친절함이라 느꼈습니다. 강하고 묵직하게 맞고 넉 다운 된채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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